日구마모토 강진에 반도체 공급망 흔들릴까

완성차·반도체 관련 공장 가동 중단 이어져 TSMC 2공장 공사 중단 대형쇼핑몰 붕괴 직전 200여명 피난 인명피해 잇따라...추가붕괴 우려

28일 오후 일본 규슈 서부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7.1 강진 이후 대형 쇼핑몰에서 난 폭발사고로 건물 일부가 붕괴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28일 오후 일본 규슈 서부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7.1 강진 이후 대형 쇼핑몰에서 난 폭발사고로 건물 일부가 붕괴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규모 7.1의 강진 여파로 현지 완성차 및 반도체 제조 장비 공장의 가동이 이틀째 멈춰 서는 등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구마모토 지역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 공장을 유치하고 반도체 집적 단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으로, 지진 피해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있는 TSMC 1공장은 전날 강진 발생 직후 직원들을 야외로 대피시켰다가 건물 구조 안전성을 확인한 뒤 순차적으로 복귀시켰다고 밝혔다.

일본 니혼TV에 따르면 TSMC는 1공장이 받은 강진의 영향에 대해 정밀 조사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진행 중이던 2공장 공사를 일부 중단했다.

2공장 공사 현장이 전날 강진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여진 등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알려졌다.

TSMC 1공장은 지난 2024년 가동을 시작했는데, TSMC는 2028년부터 2공장에서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니 그룹에서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하는 소니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은 TSMC 구마모토 공장 인근에 조성한 핵심 생산 거점 ‘구마모토 테크놀로지 센터’의 가동을 강진 직후부터 중단하고 지진 피해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산케이 신문이 전했다.

소니 구마모토 테크놀로지 센터는 원래 24시간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향후 작업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제조 장비 메이저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구마모토현 내 공장 2곳의 가동을 멈췄고 구마모토현 고시시와 기쿠치시에 전력 반도체 공장이 있는 미쓰비시 전기도 생산을 중단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밖에 2016년 강진 때 누수를 겪었던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제조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가와시리 공장 점검에 돌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관련 공장이 밀집해 강진으로 생산이 정지하는 사태가 계속되면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자동차 등 폭넓은 제품 생산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 지역에는 자동차 관련 산업체도 다수 들어서 있어 관련 피해도 우려된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도요타 자동차는 29일 구마모토현 인근 후쿠오카현에 있는 3개 공장의 가동을 31일 심야까지 다시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이들 공장 가동을 전날 강진 발생 직후 중단했다가 이날 아침부터 재개했으나 안전 점검과 물류 상황을 고려해 다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자동차 계열 부품사인 아이신규슈도 조업을 일시 중단했다. 혼다는 오토바이 등을 생산하는 구마모토현 오즈마치 소재 구마모토 제작소의 가동을 오는 31일까지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제지는 굴뚝이 부러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한 구마모토현 야쓰시로시 소재 공장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쓰비시케미컬그룹 규슈사업소 구마모토지구 공장(우토시)과 브리지스톤 구마모토공장(다마나시), 과자업체 고이케야의 규슈아소공장(마시키마치) 역시 가동 중단 상태가 이어졌다.

물류와 유통망 타격도 잇따랐다. 일본우편(우체국택배)은 구마모토현 내 우체국 창구 업무를 일제히 중단했다.

야마토운송은 구마모토현에서 보내거나 현으로 들어오는 화물 접수를 중단했으며, 사가와큐빈도 일부 지역에서 집하 및 배송 업무를 보류했다.

한편, 이번 지진사태로 대형 쇼핑몰에서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4시께 구마모토현 가시마마치에 있는 대형 쇼핑몰 이온몰에서 8명이 구조됐다. 이 중 20대 여성 2명이 사망했고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부상자 5명은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 쇼핑몰에서는 전날 오후 6시께 폭발음과 함께 건물 지붕과 벽면 등 일부가 무너져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났을 가능성이 제기돼 밤샘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다만 어둠과 추가 붕괴 가능성 등으로 적극적인 구조 작업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4시 27분께 구마모토현 우키시 인근에서 규모 7.1 강진(일본 기상청 발표 기준)이 발생하자 이 쇼핑몰에서는 방문객 200여명이 피난한 뒤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객들에게 피난을 안내한 뒤 직원 다수가 매장으로 복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액화석유가스(LPG) 누출로 인한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야쓰시로시에 있는 일본제지 공장에서도 굴뚝 일부가 무너지면서 2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고 직원 9명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구마모토현 경찰은 관내에서 가옥 붕괴 12건이 발생했고, 출입구 파손 등으로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4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 강진 이후 구마모토현에서 4만8천여 가구에 정전이 일어났고 약 14만 가구는 단수를 겪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정전 여파로 부상자 치료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마모토현에서는 긴급안전확보 요청이 4만6천610가구 주민 9만2천743명을 대상으로 발령됐다. 36개 지방자치단체에 피난소 466곳이 개설돼 4천744명이 피난했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구마모토현 지진으로 현재까지 접수된 한국인 인명 피해는 없다며 현지 상황을 주시하면서 국민 피해 여부 파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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