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잭팟인가 덤핑인가?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공사관련 다양한 사업 리스크 존재 ‘프랑스 절반가격’이지만 덤핑 단정못해 반대로 ‘잭팟’이라 할 수 없는 변수 많아 금융조달 맡게 된다면 협상력 극대화를 잭팟인지 덤핑인지 우리하기 나름!
지난 7월 17일 한수원 컨소시엄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프랑스와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해 ‘대박’이라는 환호, ‘저가 덤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야당에서 재검토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정부와 여당은 “가짜 뉴스”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체코 원전 수주는 수십조 원의 ‘잭팟’일까요, 아니면 경쟁국 대비 반값 이하의 ‘덤핑’일까요?
사실 관계를 먼저 보겠습니다. 체코는 두코바니에 4기, 테멜린에 2기의 원전을 40년째 운영 중이며, 여기서 나오는 전기는 체코 전력 수요의 40%를 차지합니다. 체코는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 발전소 감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2기 신규 건설을 결정했으며, 테밀린에도 2기를 더 짓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체코원전 사업 주체는 체코전력공사(CZE)입니다. CZE는 두코바니 원전 5, 6호기를 건설할 사업자를 여러 차례 공모했었고, 프랑스 컨소시엄과의 경쟁을 거쳐 우리나라 한수원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한수원은 2029년에 건설을 시작해서 2036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가야 합니다. 원전 2기의 신규 건설 사업의 총 사업비는 24조 원 규모이며, 한수원 컨소시엄과의 계약금액은 연말까지 세부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입니다.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프로젝트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한국 등 여러 국가가 수주 경쟁을 펼쳤으며, 한수원 컨소시엄은 최종 라운드까지 남아 경쟁한 프랑스 대비 절반 이하의 공사비와 일정 준수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에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1) ‘12년 이상의 긴 사업 기간’이란 리스크
24조 원이라는 예상 사업 총비용이나 MW당 건설 계약 단가 수준 만으로는 한수원이 적자 수주를 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경쟁을 한 프랑스 컨소시엄의 절반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다고 해서 덤핑이라 판단하면 안됩니다. 한수원의 설명대로 국내외에서 32기의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한 한국의 원전 공급망의 경쟁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프랑스가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을 제시한 측면도 있습니다.
CZE는 두코바니 5, 6호기 건설을 추진하면서 금융 조달로 골머리가 아팠습니다. 원전의 설계 수명이 60년이고, 초기에 막대한 건설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므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팔 수 없다면 돈을 빌려오기 어렵습니다. CZE나 체코 정부가 자기 돈으로 두코바니 5, 6호기를 짓지 않으면 총사업비의 60% 이상을 빌려와야 합니다. 대출 기관들은, 최소 30년 이상 신규 원전이 경쟁력 있는 단가로 시장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CZE와 체코 정부가 이를 보장할 것을 요구합니다.
유럽의 전력 시장은 국가간 장벽이 없고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각 국의 발전기들은 서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체코의 신규 원전은 체코 자국의 다른 발전기는 물론이고, 이웃한 중부 유럽의 다른 발전기보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을 수주한 한수원 컨소시엄은 확정 금액으로 정해진 기한내에 원전을 반드시 준공해야 합니다.
프랑스 EDF 컨소시엄은 정해진 기한 내 확정 금액으로 원전 공사를 준공한 적이 최근 20년간 없었습니다. 그래서, 충분한 비용을 덧붙였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2010년 이후 EDF가 진행 중인 유럽내 대형 원전 건설 사업의 실적은 형편없습니다. 프랑스 자국에서 진행 중인 플라망빌 3호기는 완공 기한을 12년이나 넘겼고, 건설비도 당초 추정치의 6배가 들었습니다. 영국에서 건설 중인 힝클리 포인트C 원전도 준공 기한을 5년 이상 넘기고, 19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프랑스 EDF 컨소시엄은 무능하고, 한수원 컨소시엄은 유능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조심해야 합니다. 체코 원전 사업은 사업기간이 최소 12년이므로 그 기간 동안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2024년 시점에서 최선을 다해 예측을 하고 가정을 담아 공사비 추정을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추정치와 실제 비용은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10년에 유럽에서 24조 원짜리 원전 공사를 수주한 사업자가 2022년까지 준공 목표로 사업을 진행했을 경우 기한 내 정해진 금액으로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을까요? 이 사업자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2015년 유가 급락, 2020년 코로나-19,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건설 중인 원전의 안전 규정과 설계가 바뀌고, 유가 급락으로 플랜트 업계 전체가 침체에 빠지고, 코로나 19로 공사장이 폐쇄되고, 러-우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 폭등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면, 높은 가능성으로 공사는 지연되고 계약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입니다.
체코 원전을 건설하는 동안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을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장기간 진행되는 대형 플랜트 공사는 긴 사업 기간으로 인해 30% 이상의 예비비를 포함시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2) ‘체코 공급망을 통해 현지에서 진행된다’는 공사 리스크
한수원은 체코 원전 공사비용에 충분한 예비비와 이윤을 넣었다는 입장입니다. 체코 원전과 비슷한 시기 건설될 한국의 신한울 3, 4호기의 경우 총 2.8GW급 대형 원전인데 사업비는 12조 원 수준입니다. 체코 두코바니 5, 6호기는 총 2GW급 대형 원전인데 사업비는 2배인 24조원 수준이므로 단순 비교하면 한수원 말이 맞는 듯 합니다.
하지만, 플랜트 공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국의 공사 원가와 해외 공사 원가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신한울 3, 4호기는 신한울 1, 2호기 공사에서 검증된 기자재와 설계도를 활용하므로 공사가 수월합니다. 체코 원전은 APR-1400( 차세대 한국형 원전)을 바탕으로 했으나 ‘유럽 안전 규정’에 맞게 변경된 부분도 있고, 용량도 바뀌었으며, 상당수 기자재 공급사들이 바뀌었습니다. CZE의 요구로 전체 원전 공사 중 60% 이상을 체코 기업들을 통해 제작/조달하고, 체코 기업이 설치해야 합니다. 체코 감독 기관이 공정과 품질을 감독하고 체코의 노동, 환경, 안전 기준으로 공사가 진행됩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바라카 원전 사례를 들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UAE와 체코는 다릅니다. UAE는 바라카 원전이 첫 원전이었으며 산업 기반이 취약해서 한국에서 대부분의 기자재를 공급했습니다. 대형 기자재의 해상 운송과 육상 운송에서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체코는 40년 이상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고유의 관행이 있고, 요구사항이 있으며, 내륙 국가이므로 한국에서 대형 기자재를 공급한다 해도 물류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한마디로 해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힘든 현지 공사의 위험 요소들이 많습니다.
정리하면, 체코 원전 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체코 현지에서 체코의 공급망에 의존하여 진행되므로 리스크가 많은 사업입니다. 국내 원전 사업비와 비교하면 건설 단가는 2배 정도로 높지만, 12년 이상의 사업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체코 정부와 CZE가 얼마나 우리를 도와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 시점에서 이 사업이 잭팟일지 덤핑일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본계약까지 남은 기간 세부 계약 사항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큽니다. 한수원이 밝힌 것과 달리 금융 조달을 CZE가 하지 않고, 한국 컨소시엄이 해야한다면 협상력을 극대화하여 우리에게 유리하게 세부 계약을 잘 마무리 해야 합니다.
장기간 해외에서 진행되는 대형 플랜트 공사는 수주 당시 잭팟이라 기대하면 결산 시점에서는 ‘쪽박’을 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죽을 힘을 다하지 않으면 돈 벌기 힘들거라 판단된 사업은 오히려 철저하게 준비해서 막상 결산 시점에서는 제법 이윤도 남기고 제때 준공하여 후속 공사를 수주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잭팟인지 덤핑인지는 ‘우리하기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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