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싼 전기? 전기 원가 제대로 계산하려면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원전 vs 재생에너지, 누가 더 비쌀까 논쟁 끊이지 않는 이유는 ‘숨은 비용’ 탓도 유럽, 우크라戰에 ‘안보’라는 숨은 비용 우리도 발전소별 ‘숨은 비용’ 계산해야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은 하락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은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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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급 원가 계산하는 방법 ‘LCOE’

전기 값을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지는 전력 산업이 출범한 이래 난제였습니다. 전기는 매순간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야 하므로 발전, 송전, 소비가 서로 손발이 맞아야 합니다. 복수의 발전기가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경우 어떤 경로로 얼마나 전기가 흘러가는지 계산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체 전력망 단위로 공통 비용은 분담 처리하고, 추정하여 반영합니다.

업계에서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논쟁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원가 이슈입니다. 재생에너지가 비싸다는 주장과 해외 사례를 보면 곧 재생에너지가 더 싸질 거라는 주장이 충돌합니다. 원자력 발전 원가는 환경 비용과 폐로,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빠졌다는 주장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고려하면 비교적 싸다는 태양광 발전조차도 실제 원가는 더 비싸다는 주장이 충돌합니다. 전기료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기업 경영과 가계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주므로 중요한 사안이지만, 원가 논쟁이 지속되니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이 쉽지 않습니다.

발전소 단위의 전기 공급 원가를 비교하는 수치가 LCOE(Levelized Cost of Energy, 균등화 발전비용)입니다. 수명 주기 동안 발전소의 비용 총액을 발전소가 생산할 전력량 총량으로 나눈 값입니다. 발전소 건설비, 연료비, 운영유지비용, 이자 등이 주요 비용입니다.

2024년에 100MW 태양광 발전소를 땅이 싸고 볕이 좋은 호남에 건설하여 25년 운영한다면, LCOE는 대략 130원/kwh 정도 나옵니다. LNG 수입 단가가 8 $/MMBtu이면 40년 수명 가스 발전소의 LCOE는 대략 140원/kwh 정도 나옵니다. 60년 수명의 동해안 지역 신규 대형 원전은 대략 80원/kwh 예상됩니다. 금리와 이용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 숫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균등화 발전비용 산정식과 비용 요인
균등화 발전비용 산정식과 비용 요인

생산원가가 내려가는 재생에너지

미국의 사례를 보면 2009년부터 2020년 사이 태양광, 풍력, 가스 발전은 LCOE가 많이 낮아졌고, 석탄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원자력은 올라갔습니다. 석탄 발전은 전세계적으로 줄이자는데 이의가 없고 가스 발전은 원료비가 좌우하므로 논란이 적습니다.

나라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LCOE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원자력, 석탄 발전보다 태양광, 풍력 발전이 더 싼 경우가 많이 늘었습니다.

2020년 미국 LCOE 비교
2020년 미국 LCOE 비교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LCOE를 더 낮추려면 발전소 수명을 연장해야 합니다. 가스발전소의 터빈은 5년마다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 20년 지나면 터빈을 통째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전도 30년 지나면 주요 기기를 교체하고 보수합니다. 태양광은 10년마다 인버터를 교체하지만, 25년 이후에도 발전소 수명 연장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미국의 태양광 발전소는 35년 동안 토지를 임차해서 중간에 1회 패널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LCOE가 대폭 개선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소 수명을 40년으로 늘리면 LCOE는 대략 100원/kwh로 떨어지고, 60년으로 늘리면 70원/kwh로 낮아집니다.

전기 생산원가에 빠져있는 비용

하지만 LCOE는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제 전기 원가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발전소 단위에서의 분석에는 전력시스템 단위 비용은 빠져 있습니다. 송전과 망 유지 비용, 생산과 소비 일치를 위한 비용 등을 감안해야 합니다.

용인 반도체 산단에 대규모 전력 공급을 위한 한국전력의 계획을 보면, 호남 재생에너지를 용인까지 보내기 위해 2조 6천억원을 투자해서 송전망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전이나 가스발전소의 경우는 발전소가 집중되어 있어 선로 이용률이 높지만, 재생에너지는 접속점이 분산되어 있어 선로 이용률이 낮습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자연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간헐성 문제가 있습니다. 수요와 발전이 불일치하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ESS(에너지 저장시스템)를 설치하거나 백업설비로 가스 발전기를 써야 합니다. 지붕 태양광처럼 소비 지역에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해도 전력시스템 단위 비용 인하는 쉽지 않습니다. 지붕 태양광만으로는 대규모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다 충당할 수 없고 간헐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용 송전선로 확충 계획
경기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용 송전선로 확충 계획

발전소별 숨은 비용 파악부터 해야

전력시스템 단위에서 발생하는 숨은 비용에 대한 계산은 국내에서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다만 현재 한국 전체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10% 수준인 RE10 정도인데 향후 이를 비중을 50%로 올린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소 투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송전망과 ESS 구축에 투자해야 합니다.

신규 발전소와 연계되는 전력시스템 투자 규모가 발전소 투자의 절반이라도 적은 규모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0GW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100조원 정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기 위한 송전망, ESS, 백업용 가스발전기 등에 50조원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단위의 LCOE가 미래에 70원/kwh으로 낮아지더라도 숨은 비용이 40원/kwh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전기료의 실질적인 비용을 낮추려면 발전소별 숨은 비용을 파악하고 가시화하는 작업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원자력이든 재생에너지든 정치적인 이유로 회피하고 미루면 안됩니다. 모든 발전기는 발전 방식이 다르므로 전력망 차원의 숨은 비용이 다양합니다. 오염 물질 배출, 발전소 해체/폐기/원상 복구 비용 등 환경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원료을 해외에서 수입하느냐, 국내에서 조달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안보 비용도 차이가 큽니다. 낮은 가능성이지만 대규모 재난이나 테러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 가능성도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비용 = LCOE+송전망+ESS+백업+환경+에너지 안보’의 도식으로 보면 한국에서 재생에너지의 전체비용이 2030년 이후 다른 발전원 대비 비쌀지 쌀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비쌀 거라 단정하면 안됩니다. 환경과 에너지 안보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위험과 확률을 고려하면 LCOE+송전망+ESS+백업 비용보다 환경과 에너지 안보 비용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안보비용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제일 싸고, 원전은 그 다음, 화석 연료가 제일 비쌉니다.

유럽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 조달을 해외에 의존하는 가스 발전의 숨은 비용이 얼마나 큰지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위도가 높아서 발전시간이 우리나라의 70%도 안되는 곳도 부지런히 태양광 패널 설치하고, 수심이 깊은 바다에 비싼 부유식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많은 시설 투자비도 들고 전력망 보강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함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전기 공급의 전체비용을 어떻게 계산할지, 그 계산 결과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지식그룹 대표

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는 직장인.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의 연구를 시민들에게 정리해 제시하고, 가짜뉴스를 가리는 일이 취미다. 현재 에너지 업계 임원으로 종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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