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돌아왔다...”다신 못갈 거 같다”는데
“총구 들이밀고 밥은 쓰레기 같아”…참혹했던 美구금 증언 죄수복 입고 2인 1실…“인권보장 안돼” “너무 열악했다” 쇠사슬 채우자 공포 질려…“언제 나갈지 몰라 힘들었다”
(영종도=연합뉴스)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음식이 쓰레기 같았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이민 당국에 체포됐던 지모(41)씨는 구금 시설에서 제공된 식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2일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을 타고 고국 땅을 밟은 330명(한국인 316명·외국인 14명) 중 인터뷰에 응한 근로자들은 입을 모아 열악했던 구금시설의 상황을 증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엔지니어인 조모(44)씨는 “인권 보장이 안 됐다”며 “2인 1실을 쓰는데 숙식하는 곳에 변기가 같이 있어 생리 현상 해결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구금된 뒤에는 7일간 일반 수감자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호송 버스에 내린 뒤로는 수갑은 풀어줬고 ‘죄수복’을 입고 생활했다. 다만 초반에 강압적이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태도는 점차 변했다고 한다.
조씨는 “처음에는 되게 강압적이고 저희를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는지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면도하지 못해 턱수염이 덥수룩했다. 조씨 모친은 꽃다발을 전달했고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조씨를 안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조씨는 “나 건강해. 왔잖아”라고 말하며 가족을 안심시켰다.
현대차 계열사 직원인 이모(49)씨도 “침대, 샤워시설 등이 너무 열악해 생활이 힘들었다”며 “매끼 식사를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음식이 엉망이었다”고 증언했다. LG CNS 협력업체 직원인 김모(33)씨는 “추웠다. 온도를 올려달라고 했는데도 일부러 떨어뜨리는 건지 싶은 정도였다”며 “이제 미국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금시설은 동마다 100명이 있었고, 방은 50개였다고 한다. 단속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한 협력사 소속 안전관리자는 “(쇠사슬에 묶여 끌려갈 때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며 “가족들이랑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다. 뭐든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나중에 나와서 몰랐는데 체포 과정에서 사람들이 공포스러웠다고 하더라. 막 총구를 들이밀고 그랬다더라”고 했다.
또 현지 영사관이 직원들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고 ‘나갈 수 있다’는 정보를 줬다면서 “(석방이 갑자기 미뤄졌을 때) 아침까지 정보가 없어서 저희도 당황스럽긴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호송차를 타고 갈 줄 알았는데, 수갑이랑 족쇄, 몸에 쇠사슬을 감는 것을 보고 ‘이게 단순히 이동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점검 나오는 것은 전혀 인지 못 했다. 정신이 없었다”며 “현장에서 정보를 듣는 건 한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한 남성 직원은 “언제 나갈지를 계속 몰라 그게 제일 힘들었다”며 “안에 있는 동안 생활은 최악이었다”고 돌아봤다. 이 직원 옆에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아빠를 보니까 너무 좋다. 오랜만에 봤다”며 “아빠랑 게임하면서 밤을 새우고 싶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미 당국의 조처가 논란이 됐던 가운데, 또 다른 직원은 회사로부터 단속에 대비하라는 안내를 따로 받지는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천신만고 끝에 미국 구금시설을 벗어나 귀국한 한국 근로자들은 추후 다시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12일 전세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한 협력업체 소속의 직원은 “이제 (미국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 당시 미국 당국이 근로자들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다시 미국에 가라고 해도 안 갈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귀국하는 근로자들을 기다리던 다른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은 추후 미국 출장 계획에 대해 “아직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고 논의조차 없다”면서 “지금은 고생하신 분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이제 무서워서 못 가지 않겠느냐”며 “주재원도 못 가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금됐던 이들과 가족들은 무비자 입국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ESTA) 등으로 미국에 출장 가던 관행과 비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세기를 타고 온 한 직원은 자신은 미국에 처음 갔는데 회사 측에서 여행자 비자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동생을 기다린다던 어느 가족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동생이) 회사 때문에 비자를 그렇게(여행자 비자 등) 받았던 것”이라며 “일종의 관행으로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국민들을 맞이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미국) 재입국 여부는, 당장 가능한 분은 LG엔솔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당분간 이번에 들어오신 분들은 심리치료 등 상황이 있어서 바로 출국하는 것을 회사 차원에서 권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귀국 직원의 한 가족은 “정부에서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게 해준다는데, 어떻게 세부적으로 한다는 것인지 답이 없어서 불안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날 전세기를 타고 국민들과 함께 귀국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확실히 하기 위해서 (비자에 따른 가능 업무 등에 대한) 해석의 문제를 한미 양국 간에 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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