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강버스보다 공간구조부터 바꿔야

[김상범의 근사한 도시정책 이야기] 템즈강, 관광시설 붙어있어 접근성 높아 한강, 시설에서 멀어 환승 통로 필요해 선착장-관광 연결 공간구조 바꿔야 ‘장소 접근성’ 생길때 한강버스 경쟁력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버스의 안전운행에 논란이 되자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며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사진=YTN 캡쳐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버스의 안전운행에 논란이 되자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며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사진=YTN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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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대중교통수단 역할할까

지난 11월부터 다시 운항을 시작한 서울시의 한강버스는 선박고장, 강바닥 긁힘 등의 안전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불식되지 않다. 이제는 사업의 타당성 논란을 넘어 추진과정 등 사업전반에 대한 비난과 의혹으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우려되는 안전에 대한 사항들이 완전하게 해소가 된다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서울 교통’의 관점에서 한강버스가 서울시가 생각한대로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여부다.

서울시는 지난 2007년에 도입한 한강 수상택시로 비슷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당시 수상택시 이용은 하루 약 2만 명으로 예측했지만 그 예측은 실패했다. 이어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관광택시 기능을 추가해 보았지만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지적된 실패의 요인은 ‘연계 교통수단과의 접근성’이었다.

지난 11월 15일 서울 한강버스가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추자 배에 탑승해 있던 승객 80여명이 소방 당국과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1월 15일 서울 한강버스가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추자 배에 탑승해 있던 승객 80여명이 소방 당국과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템즈강 수상보트의 ‘진짜 경쟁력’

이번 한강버스 사업은 영국의 런던 템즈강의 수상보트를 벤치마킹했다고 전해진다. 런던 수상보트의 주요 선착장은 지하철(튜브)과도 환승이 용이한 구조인데, 한강버스 7개의 모든 선착장도 지선버스를 이용해 지하철역과 연계시키거나 일부는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게 설계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슷하게 설계되었다고 대중교통으로서의 성공이 보장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한강과 템즈강의 공간구조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강버스가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을 통해 새로운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존 대중교통수단 대신 한강버스 이용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경쟁력 요인’이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운항속도나 여전히 환승의 문제점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점이 문제가 되자 언젠가 국정감사에서 서울시는 ‘느림의 가치’를 중시하는 교통수단도 있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이동시간의 의미를 모르고 하는 말일 뿐이다.

통근, 교류, 쇼핑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한 이동에 수반되는 시간이 적을수록 사회, 경제적 활동의 참여가 쉽고 많아지게 된다. 이동시간의 ‘빠름’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이고, 교통수단 발전의 역사인 것이다. 서울시가 지하철을 건설하고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며 대중교통의 환승편의와 배차간격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루즈나 V-트레인 등 이동자체를 즐기는 교통수단이 있다고 이들이 일상적인 대중교통수단은 아니다. ‘느림의 한강버스’이라면 결국 유람선인 것이고, 그랬다면 한강버스를 둘러싼 논쟁은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한강의 ‘장소적 접근성’에 대한 약점

한강의 수상교통 성공에 필요한 접근성은 ‘장소적 접근성’이다. 템즈강은 런던의 랜드마크 등 웬만한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강변을 따라 형성되어 있고 여러 경제활동 기능들도 함께 공존해 있는 구조다.

템즈강 보트의 주 이용객은 관광객이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통근인구도 상당히 있다. 수상보트가 경쟁력을 갖는 것은, 관광지역을 방문하는데 수변에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동과정에서 즐기는 풍광은 덤이다. 뉴욕시의 페리도 마친가지다.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의 페리는 뉴저지나 브루클린 주민들이 월스트리트 등 맨허튼의 주요 지역을 수변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반면 한강버스 선착장 7곳 주변은 이러한 기능이 없거나 미약해서 추가적인 환승을 통해 이러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있다.

한강의 이같은 한계는 역사적으로 한강 개발과 관련이 있다. 한강은 개발시대에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고 제방 안쪽 부지를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이용했다. 여의도, 동부이촌동, 압구정, 잠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든 활동의 접근은 내륙방향에서 연결된다. 강변에 많은 도로가 있지만 ‘통과교통’이며, 수변은 조망하는 가치만 있고 접근이 닫혀있는 구조다. 그나마 한강자연성 회복과 휴식공간 확보에 노력한 결과 한강변에 레저와 휴식을 위한 오픈 공간이 늘어나고 이용인구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상시적인 수변대중교통에 필요한 수요가 충족되지 않는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한강 생태계를 되살리고 관광객이 사랑하는 활기찬 공간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교통접근성보다는 생태계 보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한강 생태계를 되살리고 관광객이 사랑하는 활기찬 공간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교통접근성보다는 생태계 보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강버스를 대중교통으로 살릴 ‘두가지 방법’

만일 한강버스를 서울의 새로운 대중교통으로 정착하게 만든다면 방법을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한강버스가 GTX 수준의 이동성을 가져 다른 수단에 대해 비교우위를 갖게 만들거나, 아니면 한강변을 따라 일자리, 교류, 즐거움 등의 기능들을 집약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시적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장소’를 만들어 현재와 같은 선박의 이동성으로도 장소 접근성에서 우위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한강의 미래를 생각할 때 전자보다는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후자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사실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에는 한강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변공간 개발에 대한 계획들도 많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사업은 한강르네상스의 완성’이라고 강조하는데, 이는 전도가 뒤바뀐 조급함이다. 당연히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르네상스 사업들을 수상교통과 연계시켜 보완하면서 한강의 공간구조를 바꾸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먼저이며, 그 결과로 집적장소들이 한강변에 들어설 때가 한강르네상스의 완성이라고 보아야한다. 공간구조의 변화과정을 통해 한강르네상스가 완성되어 가면 한강버스 사업은 지금과 같은 논란없이도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올 수 있는 종속적인 사업으로 생각해야 한다.

공공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데 잊지 말아야할 기본이 있다. 공공정책 내용 자체가 아무리 좋거나 당위성이 있어도 실현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일이다.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과거 굴절버스 도입 등 외국에서는 되니까 서울에서도 문제없다고 추진하다가 낭패를 본 경험들이 많다. 지금의 높아진 행정역량에서 이러한 시행착오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쓴이

김상범 전 서울시 부시장

김상범은 개발시대가 한창인 1980년대 중반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 근무하면서 교통과 도시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들을 입안하고 추진했고 서울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도시문제의 진단과 해결을 뒷받침했다. 특히 교통분야에 오래 근무하면서 주변에서는 도시교통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다. 은퇴 이후 서울시립대에서 도시교통정책을 강의하였으며 개발도상국 도시들의 당면한 도시문제 지원을 위해 정부, 서울시의 해외협력 프로그램이나 국제기구 CITYNET 등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서울정책의 사례와 경험 공유 등의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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