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한 상납이냐, 날벼락 같은 상납이냐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의 대외정책과 공화당의 선택 트럼프와 밴스·루비오, 공화당은 어디로 갈까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 의회의 중간선거. 트럼피즘의 향방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 의회의 중간선거. 트럼피즘의 향방도 결정될 전망이다.
  •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통치방식을 바꿀 뿐 그의 정치노선을 끝내지는 못한다. 백악관은 수개월 전부터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 대비해 이민·관세·연방 지출에서 행정권한을 최대한 쓰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 정책은 미국 자본의 이익과 세계적 우위 유지라는 목표와 연결돼 있다.
  •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날벼락 같은 상납’과 ‘예측 가능한 상납’의 차이다. 트럼프식 공화당은 관세·제재·방위비 압박을 갑자기 들이민다. 민주당은 동맹·법률·국제기구로 요구를 제도화해 한국을 ‘솥 안의 개구리’로 만든다. 미국 패권 유지라는 목표는 같다.
  •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거나 조건을 따질 힘을 키워야 한다. 출발점은 군사주권 회복과 동맹 재설정, 경제적 자립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연합훈련·주한미군 문제를 한국의 필요에 따라 논의해야 하며, 요구조차 못 하면 종속적 위치는 그대로 남는다.

미국 중간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 오늘도 아이오와와 캔자스를 돌며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원 다수당을 지키기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쏟고 있다. 하원은 민주당 우세 전망이 강하고, 상원도 막판으로 갈수록 접전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선거 다음이다. 트럼프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대외정책은 달라질 것인가. 공화당은 언제까지 트럼프와 함께 갈 것인가.

무기력한 민주당, 갈 길 바쁜 공화당

하원의 민주당 승리는 크게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의석을 잃는 일이 반복돼왔다. 따라서 공화당이 하원을 잃는다는 사실만으로 미국 유권자가 트럼프주의를 전면 거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패배의 폭’이다.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가면 의미가 달라진다. 트럼프주의는 열광적인 지지층을 결집시켰지만 그 열기가 전체 유권자의 지지로 확대된 것은 아니다. 강경한 정치는 지지층을 묶는 동시에 반대층과 중도층도 결집시켰다. 상원에서도 큰 패배가 나오면 공화당 내부의 ‘트럼프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리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으로 이동하는 표 가운데 상당수는 민주당에 대한 기대보다 트럼프에 대한 실망과 반감에서 나올 것이다. 강력한 차기 대선후보도 보이지 않는다. 당 전체를 끌고 갈 지도력 역시 뚜렷하지 않다.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2028년 재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미 한 차례 대선에서 패배했다. 민주당 고정표는 모을 수 있어도 무당층과 유동표를 넓게 끌어들이는 힘에는 의문이 남는다.

맘다니 뉴욕시장은 다른 유형이다. 기존 민주당 정치에 식상한 젊은층과 신규 유권자,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을 움직였다. 민주당이 계속 익숙한 고정표에 기대는 후보를 선택할지, 새로운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쪽으로 움직일지는 2028년을 앞두고 중요한 문제가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통 지도부와 중도파, 민주사회주의 계열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맘다니와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 세력이 기존 민주당과 구별되는 독자 정치세력으로 성장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오히려 기존 민주당 체제 안으로 융화·흡수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공화당도 편하지 않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들은 트럼프와 얼마나 가까이 갈 것인지를 끊임없이 저울질했다. 트럼프의 지지가 필요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중도층을 의식해 거리를 두려는 후보도 있었다.

중간선거가 끝나도 이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화당은 2028년 대선까지 트럼프와 연대할 것인지, 어느 시점부터 거리를 둘 것인지 계속 판단해야 한다. 트럼프의 영향력이 강하면 다시 그에게 기대고, 약해지면 독자적인 길을 찾을 것이다.

트럼프는 의회를 잃고도 밀어붙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선거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백악관은 수개월 전부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를 대비해 행정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민과 관세, 연방정부 지출, 비자와 산업정책뿐 아니라 민주당의 조사와 소환장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면 트럼프에게 공화당의 협조는 더 중요해진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까지 제약으로 여기며 대통령 권한에 의존하는 ‘나홀로 정치’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의회가 협조하면 그대로 추진하고, 막으면 행정명령과 외교·군사 권한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언뜻 보면 이를 트럼프 개인의 권력욕구나 의회 무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정책은 미국 자본의 이익과 미국의 세계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대외정책과 연결돼 있다. 의회를 잃는다고 해서 그 목표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통치방식을 바꿔도 그의 정치노선 자체를 끝내지는 못한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에는 두 기준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다. 그러나 실제 정책에서는 평화보다 힘이 먼저 나타난다.

이란에는 군사력을 사용하면서 협상을 요구한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는 지원과 압박, 러시아와의 협상을 함께 사용한다. 동북아에서는 군비증강과 군사훈련으로 중국과 조선(북한)을 압박한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유럽에도 관세를 협상수단으로 사용하고 동맹에는 더 많은 군사·경제적 부담을 요구한다.

지역은 달라도 방식은 비슷하다. 군사력과 관세, 제재와 미국시장을 먼저 압박수단으로 사용한다. 그 뒤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협상한다. 협박과 협상이 반복된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를 고립주의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이 세계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 돌아오는 이익이 적은 부담은 줄이고, 미국의 힘은 더 직접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관세와 제재, 군사력은 미국 독점자본의 이익과 세계패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다고 해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주류 역시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세계패권 유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공화당과 국내정치에서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대외정책에서는 미국의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 당은 같은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추진한다. 트럼프식 공화당은 관세와 제재, 방위비와 투자 압박을 갑작스럽고 직접적으로 들이민다. 한국 입장에서는 언제 얼마를 요구할지 모르는 날벼락 같은 압박이다.

민주당은 다르다.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폭탄은 줄일지 몰라도 동맹과 법률, 국제기구와 다자협력이라는 제도를 촘촘하게 엮는다. 대중국 포위와 군사협력, 첨단기술 통제도 이런 틀 안에서 장기적으로 굳힌다. 갑작스러운 충격은 줄어들지만 한국은 서서히 빠져나오기 어려운 위치에 놓인다. 말하자면 솥 안의 개구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결국 한국에 놓이는 선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화당 아래에서는 날벼락처럼 떨어지는 상납 요구를 감당해야 하고, 민주당 아래에서는 미리 정해진 규칙과 동맹의 이름으로 예측 가능한 부담을 계속 떠안게 된다. 예측 가능한 상납이냐, 날벼락 같은 상납이냐의 차이에 가깝다.

이 차이는 군사문제에서도 반복된다.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고 한미동맹을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계속 묶어두려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서도 한국의 완전한 군사주권 회복보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사체계를 유지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여왔다.

조선에 대해서도 말과 행동의 차이는 뚜렷하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말하지만 군사적 압박과 인권, 해킹, 여행 문제를 둘러싼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대화를 희망한다는 말과 반조선 적대행위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조선은 미국의 말보다 행동을 본다. 미국의 동북아 군비증강과 군사훈련, 전쟁긴장 고조가 계속되는 한 조선 역시 군사력을 강화하고 대응할 것이다. 조미대화가 다시 시작되려면 대화를 말하는 것보다 대조선 적대정책과 군사적 압박에서 실제 변화가 먼저 나와야 한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트럼프 대외정책의 기본기조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트럼프 개인이나 트럼피즘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정책이다.

밴스와 루비오, 공화당의 노선투쟁은 시작될까

중간선거가 끝나면 공화당 내부에서도 선거결과에 대한 평가가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와 거리를 둘 것인지, 아니면 트럼피즘을 더 강화할 것인지가 첫 번째 쟁점이 된다. 그 평가에 따라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국무장관의 입지도 달라진다.

밴스는 마가(MAGA) 진영 안에서도 미국 내부 문제와 국내 산업을 더 중시한다. 루비오는 대외정책과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 유지를 더 강조한다. 지금은 트럼프가 국내 제조업 보호와 이민통제를 앞세우면서도 중국과 이란, 러시아에 대한 군사·외교 압박을 동시에 밀어붙이기 때문에 두 노선이 한 정부 안에서 공존한다.

2028년이 가까워지면 이 공존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후보는 한 명이어야 하고 공화당도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 선택해야 한다. 미국 내부 재건과 해외개입 축소를 앞세울 것인지, 아니면 동맹과 군사력을 이용해 세계패권 유지를 계속할 것인지가 갈등의 중심이 된다. 지금은 역할분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화당의 향후 방향을 둘러싼 노선투쟁으로 번질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패배하면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은 약해지고 두 사람의 차이는 더 빨리 드러날 것이다. 예상 정도의 패배에 그치면 당분간 동행이 이어질 것이다. 결국 밴스와 루비오의 경쟁은 개인 간 후계경쟁을 넘어 트럼프 이후 공화당이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미국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중간선거 결과는 미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을 비롯한 외부 국가들도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다. 앞서 말한 ‘예측 가능한 상납’과 ‘날벼락 같은 상납’처럼 한국이 받는 압박의 방식은 달라져도 압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세계 수탈·지배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과 방법이다. 민주당은 동맹과 법률, 국제기구를 이용해 요구를 제도화하고, 공화당은 관세와 방위비, 투자 압박을 더 직접적으로 들이민다. 그러나 미국 독점자본의 이익과 세계패권 유지라는 기본목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민주당이 집권하면 예측 가능한 부담에, 공화당이 집권하면 날벼락 같은 요구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과제는 같다. 미국의 요구가 어떤 방식으로 오든, 그것을 거절하거나 조건을 따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군사주권의 회복과 동맹의 재설정, 경제적 자립이 그 출발점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물론 연합훈련과 주한미군 문제까지 한국의 필요에 따라 다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모두 실현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요구조차 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압박 방식만 달라질 뿐 한국의 종속적 위치는 그대로 남는다.

이 글은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

글쓴이 윤현일 님은 35년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금은 은퇴후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리아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심있어 틈틈히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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