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조 반발, 언론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조폭연루설 의혹을 제기했던 SBS 관련 방송의 예고 장면.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조폭연루설 의혹을 제기했던 SBS 관련 방송의 예고 장면.
  • 자유와 책임의 괴리 언론자유는 진실을 밝힐 자유이지 ‘오보의 자유’가 아니다. SBS 노조가 정당한 오보 정정 요구를 ‘언론 길들이기’로 규정하는 것은 특권의식에 기반한 책임 회피다.
  • 구조적 위기와 선택적 방어 한국 언론의 위기는 외부 압력이 아닌 내부의 무책임에서 비롯되었다. 전 정권에서 침묵하던 언론이 자신의 과오 앞에서만 ‘언론자유’를 방패 삼는 선택적 태도가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 근본적 개혁의 필요성 형식적인 정정보도를 넘어 실질적인 책임 이행 구조를 갖춰야 한다. 언론단체가 구성원의 과오를 감싸는 ‘방패’가 아닌 엄격한 ‘자정 기구’로 거듭나야 언론개혁이 가능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조폭 연루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허위로 확정되면서,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단체 사이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한 오보 논란을 넘어, 한국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보도에 대한 책임을 언론 스스로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 인식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8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했던 의혹은 8년 만에 허위로 판명되었다. 해당 방송사는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했다”며 사과했고, 다수의 언론이 추후보도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정작 SBS 노조와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사과 요구와 추후보도 요청을 ‘언론 길들이기’로 규정하며 반발하였다.

성역이 된 자유, 왜곡된 이해

이 장면은 우리 언론인들이 언론의 자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이지만 무제한적 권리는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자유는 어디까지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유이지,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로 개인의 명예와 사회적 평판을 훼손할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는 책임과 결합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번 SBS 노조의 태도는 언론자유를 명백히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언론자유를 사실상 ‘제한 없는 보도의 권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언론이 스스로를 책임의 바깥에 있는 ‘특권적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

이번 사안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언론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오보가 확인되었으면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를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과 ‘그 언론을 탄압하는 권력’의 충돌 구도로 바꾸면서 자신들을 피해자로 위치시키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언론 스스로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조건 권력과 대립하는 언론이 아니라, 자신의 보도 내용과 그 결과에 책임지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노조는 언론의 책임을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권력자의 표현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였다. 언론노조의 입장은 비교적 균형을 취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이 역시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권력자의 표현 방식을 지적한 것은 자칫 사안의 핵심을 흐릴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권력자가 사용한 언어와 표현 방식이 아니라, 오보에 대한 책임이 실제로 이행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를 표현의 문제로 바꾸는 순간 논의의 핵심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의 대응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한 신문은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상 ‘추후보도청구권’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요청의 법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는 법적 권리와 언론윤리를 혼동한 주장이다.

법률적 청구권이 성립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사실관계가 잘못된 사안에 대해 후속 보도를 통해 바로잡는 것은 언론의 책무이다. 언론은 법적 책임의 범위에서만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공적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법적 의무가 없다고 해서 윤리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적으로 호출되는 자유, 위기에 빠진 한국 언론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이유는 권력이 언제든 남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 역시 막강한 공적 영향력을 지닌 권력인 만큼, 사실 왜곡을 통해 그 힘을 남용할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언론의 자유 역시 아무런 조건 없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 정당성은 바로 보도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오류가 확인됐을 때 얼마나 책임 있게 행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번 사안에서 요구된 것은 단순하다. 이미 확인된 사실에 근거하여 기존의 오보를 책임 있게 정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언론 길들이기’로 규정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오보에 대한 책임 요구를 탄압으로 규정하는 순간, 언론은 스스로 책임을 거부하는 집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언론에 대한 신뢰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개별 언론의 돌출 행동이라기보다 한국 언론 생태계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 언론이 직면한 위기는 외부의 압력보다 내부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오보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쌓이면서 신뢰는 무너져 왔다.

사실 확인보다 보도의 속도를 우선시하는 풍토 역시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강화되어 온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번 논란은 그간 누적된 문제를 다시 한 번, 그리고 분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더 근본적인 지점은 그간 한국 언론이 언론자유를 일관된 원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언론자유가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오던 시기에는 침묵하거나 소극적이던 일부 언론이 정작 자신의 책임이 문제되자 언론자유를 앞세우고 있다. 이는 언론자유를 공적 원칙이 아니라 자기방어의 논리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선택적 태도야말로 언론자유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자유의 자격

이번 논란은 한국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문제를 단순한 공방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한국 언론의 구조를 점검하고 개혁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첫째, 정정보도와 추후보도의 실질적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정정보도는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원보도의 파급력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 사실관계가 틀려도 작은 정정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오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둘째, 오보를 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다루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투명한 검증 과정과 자체적인 통제 장치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과는 하지만 책임은 없다”는 구조에서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기 힘들다.

셋째, 언론단체들의 역할 재정립 또한 필요하다. 언론자유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곧 구성원의 모든 행위를 방어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보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윤리 위반에 대한 자정 노력을 보여야 한다. 언론단체가 언론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정치권 역시 허위사실의 생산과 확산을 자제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는 한, 언론은 이를 증폭시키는 통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언론개혁은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개혁과 맞닿아 있는 문제라 하겠다.

이번 논란은 이렇게 한국 언론이 오랫동안 미뤄온 과제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오보와 책임 회피가 반복되어 온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일회성 논쟁으로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성찰과 제도의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번 일이 한국 언론의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의 바람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언론자유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이다. 그러나 그 자유는 진실을 왜곡할 자유가 아니라 진실을 밝힐 자유이다.

언론이 스스로 오보를 바로잡고 책임을 지는 것은 언론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언론의 자유는 결코 ‘오보의 자유’가 아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46 "오보 낼 자유도 있다?" 어디서 ‘언론 길들이기’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나?
글쓴이

이소영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이소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텍사스 대학교 정치학과에서 유권자들의 정보량의 차이가 공간투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및 사회학과에서 정치학과 정치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선거학회 및 한국정당학회 부회장,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노무현 재단 ‘민주주의 리더십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과정과 정치커뮤니케이션이 주된 관심 영역이며, 주요 저서로는 <대변동의 미국정치, 한국정치 (변화와 투영)>(공저), <대통령 노무현, 한국정치에 무엇을 남겼나>(공저), <한국 정당의 미래를 말한다>(공저)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선거에서의 미디어 매개 효과”, “대중이 이야기할 때: 숙의민주주의와 대중의 협의”, “미국 유권자의 당파적 정체성과 정치적 부족주의”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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