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X” 욕 트라우마에 마비된 감정 표현
[김동은의 오만가지 사람마음] 트라우마는 인지 영역에 기억되지 않아 말 아닌 몸의 표현을 읽어내야...치료도
직장 상사에게 들은 “미친X” 욕의 트라우마
병원에서 조현병을 진단받은 직장여성 김 양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욕을 했다’는 착각에 산다. 자신이 욕할 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도 자신에게 욕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 직장 생활을 하지만 여러 차례 그만두고 또 직장을 구하는 일을 반복한다.
필자는 김 양을 상담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과 멀게 느껴진 사람을 구분하도록 했다. 공부도 하고 의무적으로 사람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적어놓도록 했다. 녹음도 하게 해 자신이 욕을 했는지 상대방이 욕을 했는지 확인해 보도록 했다. 욕을 하지도, 욕을 듣지도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시키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도록 유도했다.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질 때 쯤 자신의 기억과 삶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왜 그런 욕을 담고 살았는지, 왜 그런 욕을 듣고 살고 있는지 말이다. 직장 초년 시절 여성 사원이 많은 곳에서 일했던 그 녀는 자신의 선배 여직원에게 “미친 년”이라는 욕을 들었다고 했다. 그 일로 너무 충격을 받아 직장을 그만 두게 됐다. 그 사건이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상담을 진행하다 알게 된 사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싸울 때 아버지가 엄마에게 했던 욕도 “미친년”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해석해줬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욕이 마음에 저장되었다가 직장 선배의 욕을 통해 저장됐던 것이 터져 나온 것이야.”
이후 여러 가지 사건들을 이야기했다. 필자는 김 양이 현재에 집중하고 직장생활과 대인관계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세워줬다. 현재의 이유는 과거에 있다. 그 이유가 꼭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과거를 이야기 하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현재를 잘 살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현재를 잘 살다 보면 과거는 추억이 되지만, 현재를 잘못 살면 과거는 상처가 된다.
현재 즐겁게 살기 위해 묵은 감정을 희석시키고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일은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현재가 즐거우면 과거는 추억이 되고
심리치료를 받기 원하는 사람중에는 실제로 감정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대화를 통해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류를 이뤘지만 감정의 중요성을 알아가면서 감정의 변화를 위한 상담심리치료가 중요해졌다.
감정의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신과에서 약을 먹으면서 상담심리치료를 해야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체로 이들은 약을 먹으면서도 상담을 하지 않거나, 상담을 하면서는 약을 먹지 않는다. 약을 먹는 사람은 정신과 의사와 10분 내지 20분 대화를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담 심리치료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다. 상담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도 일주일에 한 시간이 보통이다. 치료자 중심으로 치료를 하려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교통을 겪는 사람은 많은 시간을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말이다.
심리적 문제가 심한 사람은 자신이 원할 때 자주 상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그런 장치와 서비스는 쉽게 찾기 힘들다. 그리고 감정을 치료할 수 있는 상담사 또한 많지 않다. 오래 전부터 정신상태를 해석하는 상담에 길들여져 있는 상담사들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본인의 상태를 이해시키는데 에너지를 소진한다.
몸의 표현을 읽어야 상처를 이해한다
감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런 상태를 가지고 있는 내담자에게 감정을 말하라고 하는 상담치료사의 요구는 감당할 수 없는 숙제다. 감정을 말로 드러내기 보다는 몸으로 표현하는게 이들에겐 자연스럽다. 트라우마 경험을 가진 이들은 아예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다.
「몸은 기억한다」의 저자인 콜크 박사는 “근본적으로 언어는 트라우마의 핵심을 구성하는 분열된 감각과 행동 패턴을 통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트라우마는 언어와 이성적 성찰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각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심층적인 영역인 편도체와 해마, 시상하부와 뇌간에 트라우마의 경험이 자리하고 있어, 사고와 인지를 통해서는 감정의 변화를 만드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인식의 변화보다 몸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아주 서서히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치료사나 이를 가족원으로 두고 있는 가족은 당연히 당연히 이들의 몸의 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감정이 고장난 사람은 논리언어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담심리치료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다른 느낌을 경험하도록 권유하고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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