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협상을 거부한 이유: ‘대칭’의 함정

이란, 2차협상 앞서 ‘비대칭 전략’으로 전환

지난 11일 있었던 미-이란 종전협상 참석자들. 미국 협상대표 JD 밴스 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과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오른쪽 사진 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지난 11일 있었던 미-이란 종전협상 참석자들. 미국 협상대표 JD 밴스 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과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오른쪽 사진 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 [요약] 이란의 2차 종전협상은 무기 연기됐습니다. 미국은 협상을 왜 이렇게 제멋대로 할까요? 3일전 미국의 협상 방식을 꿰뚫은 글이 있어 뒤늦게 소개합니다. 2차 협상이 왜 무기연기될 수밖에 없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글입니다. [요약]
  • 미국식 ‘흥정’의 간파 미국이 모든 의제를 회담장에 올려 이란의 요구를 해체하려 한 ‘대칭협상’의 함정을 이란이 꿰뚫어 보면서, 2차 협상 불참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 비대칭전략으로의 대전환 “만나서 풀자”는 미국의 판을 거부하고 “봉쇄부터 풀어라”는 선결 조건을 강제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회담장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 트럼프의 연기가 증명한 통찰 결국 이란이 미국의 문법에 놀아나지 않자, 트럼프가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것은 이란의 비대칭 반격이 미국의 협상 기술을 무력화시켰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방증이다.

이슬라마바드 1차 협상은 무엇이었나

지난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이란과 미국의 제1차 고위급 협상이 열렸다. 이 회담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가장 높은 급의 직접 접촉이었다. 10여 년 만의 첫 미·이란 직접 고위급 대면이기도 했다.

미국 측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었다. 협상은 20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회담의 출발 장면부터 이 협상은 평시의 외교 일정이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대표단은 ‘미나브168’로 명명된 전용기를 타고 이슬라마바드로 향했다. 기내에는 미나브 초등학교 공습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과 피 묻은 책가방이 놓였다.

이란은 1차 협상을 단순한 기술 협상이 아니라, 전쟁의 피해와 책임을 안고 들어가는 ‘정치 행위’로 다뤘다.

쟁점도 단순하지 않았다. 우라늄 농축, 제재와 동결자산, 호르무즈, 비공격 보장, 전후 질서. 1차 협상은 핵 문제만이 아니라 전쟁 이후의 질서 전체를 한꺼번에 다룬 패키지 협상이었다. 그래서 이 회담의 본질은 단순한 합의 실패가 아니라, 어떤 형식으로 협상이 굴러갔는가에 있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지난 11일 미국과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3월 미국의 폭격으로 숨진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지난 11일 미국과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3월 미국의 폭격으로 숨진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 학생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은 왜 1차 협상을 ‘대칭협상’으로 만들었나

양측의 1차 협상은 대칭협상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대칭협상’이란, 모든 사안을 회담장 안으로 끌어들여 일괄 타결 방식으로 흥정하는 구조를 뜻한다.

미국이 선호하는 회담형식이다. 쟁점을 회담장에서 다루자고 한다. 이란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회담장 안에서 다루겠다며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순간부터 이란은 미국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란은 제재 해제, 동결자산, 전쟁배상, 호르무즈 해협 개방, 핵 문제, 역내 질서 등 10개항 평화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먼저 수용할 조건”처럼 받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막상 회담장 안에서는 검토할 ‘흥정 항목’으로 돌렸다.

그 순간 협상의 형식 주도권은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 미국은 여러 쟁점을 한 회담장에 올리고, 빠른 틀 합의를 시도했다. 미국은 흥정하듯이 주고받기식으로 10개 항을 해체하며 이란의 요구를 성급하게 정리하려 했다.

미국은 핵 농축 중단, 주요 핵시설 문제, 고농축 우라늄 처리, 호르무즈 개방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 요구들을 앞세워 회담장 안의 일괄타결 구조를 주도했다. 이란은 거기에 제재, 배상, 동결자산, 비공격 보장을 함께 올렸다.

그러나 협상장의 주도권은 이미 미국에 넘어갔다. 미국은 회담장 안에서는 이란의 10개 항을 해체하고 핵문제를 집요하게 밀어붙였다. 회담장 밖에서는 ‘이란 악마화’라는 여론전을 주도했다.

결국 1차 협상은 단순한 결렬이 아니었다. 미국이 이란을 ‘대칭적 흥정 구조’로 끌어들여 회담장 안에서는 일괄타결을 노리는 거래를 벌이고, 회담장 밖에서는 ‘정당성’ 프레임을 챙긴 장이었다.

‘비대칭’ 협상은 회담장 밖에서 시작된다

‘비대칭협상’은 그 반대다. 회담장 안에 먼저 들어가 여러 사안을 흥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만나기 전에 조건과 규칙을 먼저 강제하는 방식이다. 협상 안건을 회담장 안의 거래 품목으로 넘기지 않는다. 회담이 열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세운다.

대칭협상에서는 “우선 만나자”가 출발점이다. 비대칭협상에서는 “이 조건을 먼저 이행하라”가 출발점이다.

전자는 회담장 안에서 힘이 센 쪽이 유리하다. 후자는 회담장 입구부터 규칙을 흔들 수 있다. 예시는 분명하다. “봉쇄 해제 먼저, 그다음 회담.” 이런 식이다. 먼저 회담을 열고 봉쇄, 제재, 핵, 안보 보장을 흥정하는 것이 아니다.

봉쇄를 풀고, 비공격 보장을 문서화하고, 최소한의 상응조치를 확인한 뒤에야 회담을 연다. 그렇게 해야 회담은 거래의 장소가 아니라 조건 확인의 장소가 된다.

이런 협상 형식의 중요성은 과거 조선(북한)과 미국의 협상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동결과 경수로 제공을 맞교환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협상에서는 행동 순서와 상응 조치를 둘러싼 주도권 문제가 계속 살아남았다.

협상 의제만이 아니라 협상 형식 자체가 주도권 싸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협상을 관리 가능한 대칭 구조로 묶으려 했고, 조선은 행동 순서와 상응 조치를 앞세우는 비대칭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란은 왜 2차 협상의 규칙을 바꾸려 하나

이란은 1차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기술을 확인했다. 회담장에 들어가는 순간, 자기 요구가 흥정 항목으로 바뀐다는 점을 본 것이다.

미국은 그 구조 속에서 거래를 벌였다. 동시에 회담 밖에서는 “미국은 성실했고, 이란은 완고했다”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었다. 미국은 여기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 듯하다.

그래서 압박을 더하면 이란이 더 쉽게 굴복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봉쇄가 단적인 예이다. 이것은 공개된 행동 흐름에서 읽히는 해석이다.

흐름은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4월 11일 1차 협상.

4월 13일 미군 봉쇄 시행.

4월 17일 이란, 상선 통항 허용 신호. 그러나 미국 봉쇄는 유지.

4월 19일 이란, 지속되는 봉쇄와 과도한 요구를 이유로 새 협상 거부.

4월 20일 미국이 예고한 2차 협상일.

이란이 지금 보이는 태도는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1차 협상의 경험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다. 2차 협상에서 다시 대칭협상으로 들어가면, 타결보다 미국의 여론전에 더 크게 이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래서 지금 이란은 “일단 만나서 논의하자”가 아니라, “먼저 봉쇄를 풀어라. 그 다음 협상을 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비대칭전략이다. 2차 회담에 앞서 회담 개최 조건을 내걸었다.

AP가 전한 이란 측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대면 회담에 앞서 큰 틀의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란은 2차협상을 불참했다. 미국의 과도한 요구와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2차 협상 개시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편집자주)

2차 협상의 핵심은 개최 여부가 아니라 주도권이다

4월 20일, 내일로 예상된 2차 협상은 실제로 열릴 수도 있고,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22일 시점, 트럼프는 무기연기했다.-편집자주)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회담 성사 여부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누가 협상장을 자기 방식으로 만들려고 하느냐이다.

미국은 다시 1차 협상 때처럼 가려 할 것이다. 회담을 일단 연다. 이란의 요구를 항목별 검토 대상으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합리적 미국 대(對) 비협조적 이란” 구도를 만들려 할 것이다.

반면 이란은 이미 1차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기술을 확인했다. 또다시 같은 구조가 재현되면, 타결보다 미국에게 여론전의 빌미만 줄 수 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 이란은 1차 협상처럼 대칭협상이 아니라, 봉쇄 해제와 선행 조건을 앞세우는 비대칭협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은 2차 협상을 앞두고 강한 압박으로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봉쇄·재협상·추가 타격 위협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일방적 승리를 확신한 모습이라기보다, 에너지 충격과 국내 정치 부담 속에서 압박과 협상을 함께 운용하는 모습에 가깝다.

다시 말해 미국도 비용과 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현실은 트럼프의 자신감과 달리, 전쟁이 오히려 경제와 정치의 부담으로 트럼프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앞서 언급한 조선(북한)과의 경수로 협상에서도 확인된 패턴이다. 지금 이란도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 합의가 즉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주도권만은 미국에게 넘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은 조선에게 회담을 제안한다. 그러나 조선은 반응이 없다. 조선은 비대칭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조미대화의 주도권은 조선이 쥐고 있다.

결국 이번 2차 협상의 성패는 회담이 열렸느냐가 아니라, 누가 회담의 형식과 순서를 지배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회담 개최 조건과 안건을 먼저 선점하고, 미국이 그 조건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이란이 선택하려는 비대칭협상전략의 핵심이다. 바로 1차 회담과 2차 회담의 차이다.

전쟁에서 ‘비대칭전략’으로 주도권을 잡은 이란은, 협상에서도 같은 길을 가려 한다. 이것이 이란의 반격이다. 이번 협상 과정은 중동 질서의 방향을 미국이 아니라 이란이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이 되고 있다.

이 글은 재미교포 윤현일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

글쓴이 윤현일 님은 35년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금은 은퇴후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코리아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심있어 틈틈히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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