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왜 기필코 ‘제2의 북한’ 막으려 하나
헤그세스가 실토한 미국의 무력감과 ‘개입의 자유’ 사수 작전
- 패권적 방어의 실체 미국은 타국의 자구적 방어 능력을 평화가 아닌 ‘미국의 개입을 가로막는 위협’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군사적 자유가 보장된 상태만을 ‘안정’이라 부르는 오만한 전쟁관을 갖고 있다.
- 북한을 통한 무력감의 고백 헤그세스가 북한을 ‘실패한 교훈’이라 비난한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억제력이 미국의 군사 개입을 완벽히 차단했음을 인정하는 패배 선언이자 전략적 열세에 대한 실토다.
- 이란전쟁의 본질적 목표 이번 전쟁은 단순한 핵 저지를 넘어, 이란이 북한처럼 미국의 개입이 불가능한 ‘전략적 자율성’을 갖기 전에 굴복시키려는 예방적 조치이자 중동 에너지 패권 사수를 위한 절박한 공세다.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이란전쟁을 설명하면서 조선(북한, 재미교포인 필자는 북한을 조선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독자를 위해 병기합니다.-편집자주) 다시 언급했다. 장소는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였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전략이 조선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이 미사일 전력을 고도화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핵무기까지 갖게 됐다는 논리였다.
헤그세스는 조선을 이란전쟁을 정당화하는 핵심 명분으로 끌어왔다. 조선은 이미 미국의 군사개입을 억제하고 있으며, 이란은 아직 그런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발언은 이란 핵문제만 설명하지 않는다. 미국이 전쟁을 어떻게 보는지 보여준다.
미국은 자기 군사력과 상대국의 방어능력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미국은 상대국의 방어능력을 평화보다 ‘개입의 제약’으로 읽는다. 즉, 상대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갖추면, 미국은 그것을 “위협”이라고 부른다.
헤그세스가 말한 “조선의 교훈”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미국은 조선의 현실을 이란전쟁 정당화 논리로 다시 가져왔다. 이란이 조선처럼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조선을 이란전쟁의 명분으로 끌어오다
헤그세스는 지난 4월 29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란의 핵 야망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이 조선처럼 미사일이라는 “재래식 방패”를 만들고 핵프로그램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선을 “교훈”이라고 부르며, 클린턴 행정부 시기 조선이 탄도미사일을 모아 지역과 세계를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이란 핵시설을 이미 타격했다면서 왜 전쟁을 계속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핵시설이 파괴됐다면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헤그세스는 시설은 타격받았더라도 이란의 핵보유 의도와 능력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 설명에 조선을 끌어온 것이다.
이 말에서 중요한 부분은 “핵”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개입”이다. 헤그세스는 조선의 미사일을 조선의 방어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의 조선개입을 어렵게 만든 장치로 본다.
그래서 이 발언은 조선을 비난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읽으면 미국은 조선 개입을 하고 싶으나 어렵다는 고백이다. 미국은 조선을 상대로 군사개입 선택지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조선의 미사일과 핵무력이 그 선택지를 좁혔다. 이것이 헤그세스가 말한 “교훈”의 실제 의미다.
“조선처럼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논리와 그 허구
헤그세스의 핵심 주장은 세 단계로 요약된다.
첫째, 조선은 탄도미사일 전력을 고도화해 외부 개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둘째, 그 사이 조선은 핵무력을 완성했다.
셋째, 이란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으므로 지금 계속 군사작전을 해야 한다.
그는 이란전쟁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명분으로 무리하게 조선을 끌어들였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전쟁관과 내재적 모순이 함께 드러난다.
첫째 주장부터 보자. “조선이 미사일을 고도화해 외부 개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말은 겉으로는 조선을 비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속뜻은 미국이 군사개입 선택지를 제한당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미국은 조선에 대해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는 선택지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조선의 미사일 능력이 그 선택지를 좁혔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그의 발언을 한 번 뒤집어보면 질문이 선명해진다. 조선이 먼저 미국을 침략한 것도 아니다. 조선이 미국 본토를 점령하려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미국은 조선에 “군사개입이 언제든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를 유지하는가. 헤그세스 발언은 미국의 전쟁관을 드러낸다.
둘째 주장도 문제다. 조선이 미사일 뒤에 숨어 핵무기를 완성했다는 설명은 조선의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조선의 미사일 개발은 일방적 협박 수단만이 아니다. 조선은 1950년 코리아전쟁 이후 정전상태에서 살아왔다. 미국의 합동군사훈련, 전략자산 전개, 핵우산, 제재와 압박도 계속됐다. 실제 군사공격까지 검토한 적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 조선의 미사일은 미국의 군사공격을 막아내는 방어수단이 되었다.
조선의 핵무력 강화도 미사일 뒤에 숨어 몰래 진행된 단순한 기만전술이 아니다. 조미 대결, 합의 파기, 제재, 사찰 중단, 군사위기가 누적된 결과다. 조선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발표한 뒤, 핵시험을 통해 핵무력 노선을 굳혔다. 이 과정을 “미사일 방패 뒤에서 핵을 만들었다”는 말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반영하지 못한 발언이다.
셋째, 헤그세스의 설명은 조선이 핵무기를 갖기 전에도 미국의 공격을 억제했다는 사실을 지운다.
조선은 핵무기 이전에도 미국의 제한타격을 코리아반도 전면전으로 확대시킬 수 있었다. 1994년 핵위기 때 미국은 영변 타격을 포함한 군사옵션을 검토했지만, 전쟁 확대와 대규모 사상자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조선은 핵무기를 가진 뒤에야 억제력을 갖춘 것이 아니다. 핵 이전에도 미국의 공격을 쉽게 만들지 않았고, 핵무력은 그 억제 구조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다.
그러나 헤그세스는 이 과정을 지나치게 압축하거나, 진실을 외면했다. 그는 조선이 왜 그런 군사력을 갖추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미국이 왜 조선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오직 조선의 방어능력이 미국의 행동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만 문제 삼는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이란으로 이어진다. 이란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으니 지금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핵확산 방지 논리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이란을 굴복시키려는 논리다. 헤그세스는 조선을 이용해 이란전쟁을 정당화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전쟁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은 방어능력을 ‘개입의 제약’으로 읽는다
헤그세스의 발언은 ‘미국의 전쟁관’을 보여준다. 미국은 자기 군사력은 ‘억제력’이라고 부른다. 상대의 군사력은 ‘위협’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군사개입은 ‘질서 유지’라고 부른다. 상대국의 방어는 ‘불안정 요인’이라고 부른다.
이 전쟁관에서 평화는 상대국이 안전해지는 상태가 아니다. 미국이 필요할 때 개입할 수 있는 상태다. 미국이 항모를 보내고, 폭격기를 띄우고, 미사일을 쏘고, 정권을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가능성이 열려 있을 때 미국은 그것을 ‘안정’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상대국이 그 개입을 막을 능력을 갖추면 미국은 그것을 ‘위협’이라고 부른다. 조선의 미사일이 문제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의 미사일은 미국 본토, 역내 미군기지, 항모전단, 한국과 일본의 군사기지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미국 입장에서 군사개입 자유의 제한이다.
이란 핵문제도 단순하지 않다. 이란 핵합의, 즉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은 2015년에 체결됐고, 2016년 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 관련 조치 이행을 확인하면서 제재 완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에서 탈퇴했다. 이후 이란도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을 축소했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문제는 다시 커졌다.
따라서 이란 핵문제에 검증 쟁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AP통신은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이란의 60%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과 이스파한 시설 접근 문제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 당사국으로서 핵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에 열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 문제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검증 문제가 있다는 것과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따로 생각해야 한다. 검증 공백은 사찰·협상·단계적 합의로 채울 수 있다. 헤그세스는 그것을 전쟁 지속의 논리로 뒤집어버린다. 전쟁 지속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란전쟁의 성격, 자원국가이자 전략국가를 겨냥한 전쟁
이란전쟁은 핵시설 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단순한 석유전쟁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이란은 자원국가이면서 전략국가다. 자원국가란 석유, 가스, 해상수송로처럼 경제적 가치가 큰 나라를 말한다. 전략국가란 자원보다 군사적 위치와 지역질서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큰 나라를 말한다.
이란은 두 조건을 모두 갖고 있다. 이란은 석유와 가스를 가진 나라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 영향을 미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 통로가 흔들리면 석유가격, 해상보험, 정유업계, 미국 소비자 물가, 세계 물류가 함께 흔들린다.
이 점은 최근 백악관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유·가스 업계 임원들을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만나, 이란전쟁이 에너지 시장에 끼칠 파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는 셰브론 최고경영자 마이크 워스 등이 참석했고, 악시오스 매체에 따르면 논의 초점은 이란 충돌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시장 충격이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회의에서 이란 해상 봉쇄가 필요할 경우 수개월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상황도 공유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이란전쟁이 핵시설 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쟁은 봉쇄, 석유시장, 미국 내 물가, 그리고 정유업계의 이해관계까지 연결된 문제다.
여기에 군사적 부담도 겹친다. 이란전쟁 비용은 250억 달러에 이르렀고, 탄약과 보급부담도 커졌다. 이 정도 부담 속에서 미국이 대규모 공격보다 봉쇄 장기화를 선택했다. 미국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항모와 전략자산이 이란 주변에 집결한다고 해서 곧 대규모 공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밀탄약, 방공망 제압능력, 보급, 정치적 승인, 유가 충격 관리가 함께 필요하다. 최근 군 고위 지휘부 연속 해임 논란은 전쟁 수행 내부의 부담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그러나 이란전쟁을 석유문제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유업계와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사실은 이란이 자원국가라는 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봉쇄 장기화까지 검토한다는 점은 이란을 전략적으로 굴복시키려는 의도도 드러낸다.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이스라엘 중심 질서를 거부하는 독자적 전략축이다. 미사일, 드론, 방공망, 해상 차단 능력도 갖고 있다. 지역 동맹망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을 단순한 산유국으로 보지 않는다. 중동 장악을 막는 ‘핵심 장애물’로 본다.
조선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조선은 자원국가라기보다 전략국가다. 조선은 중국, 러시아, 일본, 주한미군, 주일미군, 태평양 미군기지가 만나는 위치에 있다. 미국은 조선을 경제적 이익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동북아 군사질서를 좌우하는 국가로 본다.
조선은 석유국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관심 밖에 있는 나라도 아니다. 미국은 항상 직접적인 자원 이득만 보고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질서, 동맹질서, 전략거점, 패권국 위신, 비확산 체제, 중국·러시아 견제, 정권교체 가능성까지 함께 계산한다.
미국이 1950년 이후에도 조선을 반복해서 군사적 검토 대상으로 삼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을 미국 질서 밖에 둔 채 동북아를 완전히 장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조선의 핵·미사일은 미국의 군사개입 자유를 제한한다. 조선의 억제력 보유 자체가 미국식 압박정책의 실패 사례가 된다. 조선을 제압하면 중국·러시아 접경의 전략구도도 바뀐다. 그래서 미국은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아도 조선을 전략국가로 보고 압박해왔다.
이란은 조선과 다르다. 이란은 자원도 있고 전략적 위치도 있다. 그래서 미국 입장에서는 제압하고 싶은 이유가 더 많다. 핵문제는 그 명분이다. 실제로는 이란이 조선처럼 미국의 군사개입을 억제하는 국가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란전쟁은 세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첫째, 핵능력 형성을 차단하려는 전쟁이다.
둘째, 석유와 해상수송로를 둘러싼 에너지 질서의 전쟁이다.
셋째, 중동에서 미국의 장악을 제한하는 독자 전략국가를 제압하려는 전쟁이다.
헤그세스가 조선을 끌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핵보유국가인 조선을 쉽사리 공격할 수 없는 국가임을 인정한 것이다. 공격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하고, 미국의 선택지도 제한된다.
이란이 조선처럼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전쟁과 봉쇄를 전제하고 있다. 이란전쟁의 본질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조선의 핵무력은 전쟁을 막는 억제력이다
헤그세스는 조선을 실패 사례로 언급하지만, 실은 조선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군사개입을 효과적으로 제한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지만, 조선에게 그것은 ‘안전을 위한 방어수단’이다.
핵무력 강화 이전부터 조선은 미국의 공격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1994년 조선 영변 타격을 검토하던 시기에도 미국은 전쟁 확대와 대규모 사상자를 우려했다. 핵·미사일 능력은 그 억제력을 한 단계 더 높였다.
그래서 헤그세스가 조선을 “교훈”이라고 부른 것은 중요한 고백이다. 미국은 그 현실을 불편하게 본다. 그러나 조선 입장에서는 그것이 전쟁억제력이고, 미국의 행동반경을 축소시킨 힘이다.
헤그세스의 발언은 미국의 고백이다
헤그세스의 발언은 이란전쟁 해명이 아니다. 개인의 돌출 발언도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전쟁관 고백이다. 미국은 자신에게 다른 나라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여긴다. 상대가 그 개입을 막을 능력을 갖추면, 미국은 그것을 위협으로 규정한다.
조선은 미국의 전쟁관이 작동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고, 이란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미국은 본다. 그래서 이란이 조선처럼 되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핵확산 방지는 명분이고, 실제로는 상대국의 방어능력과 미국 본토 타격능력이 완성되기 전에 꺾어버리려는 예방전쟁이다.
헤그세스는 조선과 이란을 동시에 비난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미국의 속내를 드러냈다.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도 조선을 상대로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다는 현실의 고백이다.
미국은 이란마저 그런 위치에 도달할까 우려하고 있다. 결국 헤그세스의 발언은 조선까지 동원해 이란전쟁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며, 동시에 미국이 왜 이란을 지금 제압하려 하는지를 보여준 고백이다.
이 글은 재미교포 칼럼니스트 윤현일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