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체 게바라, 쿠바를 지키려면
라울 카스트로 기소와 미국 전쟁범죄의 선택적 침묵
- 미국의 전쟁도 기소하라 미국이 30년 전 격추 사건을 빌미로 90대 고령의 라울 카스트로를 기소하겠다면, 대량살상무기라는 거짓 명분으로 국가를 파괴한 이라크전쟁을 비롯해 베트남·리비아 등 미국 자신이 벌인 수많은 전쟁범죄 책임자들도 똑같은 기준으로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 이 사건 재조사부터 하라 미국의 기소장은 일방적인 정치적 도발에 불과하다. 진실을 밝히려면 30년 전 당시 망명자 구조를 내세운 민간단체의 반복적인 영공 침범과 정치적 도발 비행, 그리고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묵인한 미국 정부의 통제 실패 조건까지 포함해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다시 따져야 한다.
- 쿠바 위기는 미국이 만든 것 현재 쿠바가 겪는 심각한 전력난과 경제 위기는 체제의 실패가 아니라 미국의 비정한 연료 봉쇄가 초래한 결과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전쟁의 교착과 내부 분열을 가리기 위해 카리브해에 항모전단을 들이밀며 쿠바를 또다시 미국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정치적 도발’로 규정된 라울 카스트로 기소
쿠바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식 기관지 그란마는 지난 5월 25일, 미국 법무부의 라울 카스트로 전 국가수반에 대한 관련 조치를 “법적 근거 없는 정치적 도발”로 규정했다. 그란마가 문제 삼은 것은 라울 카스트로 개인에 대한 기소만이 아니었다.
미국이 자국 국내법을 앞세워 타국 지도자를 겨냥하고, 1996년 사건의 전후 맥락을 지운 채 쿠바 주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란마는 이를 정당한 사법절차가 아니라 ‘역외관할권 행사’이자 ‘쿠바 주권 침해 시도’라고 보았다.
앞서 5월 20일, 미국 법무부는 라울 카스트로와 쿠바 공군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미국이 문제 삼은 사건은 1996년 2월 24일, 쿠바 공군이 ‘구조의 형제들’(Brothers to the Rescue) 항공기 두 대를 격추한 일이다. 이 사건으로 탑승자 네 명이 사망했다. 당시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 국방장관이었다. 미국 법무부는 그가 해당 작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항공기는 일반 민간 여객기가 아니었다. ‘구조의 형제들’은 처음에는 플로리다 해협에서 쿠바 망명자와 난민을 찾고 구조한다는 명분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구조할 난민이 줄어들자 활동의 성격은 바뀌었다. 이들은 쿠바 인근 공역을 반복적으로 비행했고, 때로는 쿠바 영공 침범 논란을 일으켰다. 구조활동은 점차 반쿠바 정치활동으로 이동했다.
이 단체는 격추 사건 이전에도 쿠바 영공과 아바나 인근 상공에 무단 진입해 쿠바 정부를 비판하는 전단을 살포했다. 전단에는 “당신의 권리를 위해 싸워라”, “거리는 인민의 것이다” 같은 문구와 세계인권선언 관련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단순한 구조비행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진 비행이었다. 쿠바 정부는 미국 측에 여러 차례 항의했다.
미국 연방항공청과 국무부도 이 단체의 비행이 격추 위험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공개된 미국 연방항공청 관련 문서에는 “언젠가 쿠바가 이 비행기 중 하나를 격추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언급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단순한 피해자 위치에만 설 수 없다. 자국 정치에 유리한 민간단체의 위험한 정치비행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 측은 격추 지점이 국제공역이었으며 민간기 격추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만으로 사건의 전후 맥락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사건에는 망명자 구조를 내세운 민간단체의 반복적 정치비행, 쿠바 영공 침범 논란, 미국 당국의 사전 인지, 쿠바의 군사적 격추가 함께 놓여 있다. 진실을 찾으려면 한쪽만 볼 수 없다.
사건 이후 미국은 이 문제를 유엔 무대에 올려 쿠바를 국제적으로 압박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모색하던 미·쿠바 관계 개선 흐름은 중단되었고, 미국 의회는 헬름스-버턴법을 통과시켜 대쿠바 금수 조치를 법률로 고착시켰다.
결국 미국 당국이 정치적 비행의 위험을 알고도 충분히 대응하지 않은 사건은 이후 수십 년간 미·쿠바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미국이 라울 카스트로의 책임을 묻겠다면, 먼저 미국 정부가 예견된 위험에 충분히 대응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왜 30년 전 사건을 지금 꺼냈는가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지금인가. 1996년 사건을 2026년에 다시 꺼낸 것은 단순한 사법절차로 보기 어렵다. 미국은 오래전 사건을 현재의 군사·외교 압박 국면 속에 다시 배치하고 있다.
기소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은 쿠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카리브해에는 니미츠 항모전단이 투입되었다. 미 남부사령부는 항모전단을 준비태세, 존재감, 도달 능력, 치명성, 전략적 우위의 표현으로 설명했다. 미국 언론도 항모전단 배치를 라울 카스트로 기소와 쿠바 압박 강화의 흐름 속에서 다루고 있다. 이 움직임은 단순한 법 집행으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은 이 사건을 “오래 기다린 정의”라고 하지만, 정치적 맥락이 빠지면 핵심이 드러나지 않는다. 라울 카스트로는 이미 90대를 넘긴 고령 인물이다. 쿠바가 최근 미국 본토를 공격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미국은 30년 전 사건을 다시 꺼내 쿠바 지도부를 형사 피고인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기소의 본질은 1996년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있지 않다. 미국이 외면해온 자기 책임을 지운 채, 오래된 사건을 오늘의 쿠바 압박과 군사적 명분으로 다시 소환한 데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침묵하다가 오늘에 와서 이 사건을 다시 꺼낸 것은 과거의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 현재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소환된 성격이 강하다.
미국은 이란전쟁에서 원하는 방식의 승리 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협상을 말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내정치의 압박을 해소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쉬운 전선, 더 가까운 전선, 더 오래된 반공 프레임을 가진 전선이 필요해졌다. 그 자리에 쿠바가 놓이고 있다.
이란에 국제적 시선이 묶인 사이, 쿠바 관련 법적 조치가 향후 강제집행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압박, 법무부 기소, 항모전단 배치를 결합해 쿠바를 다시 대결구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법을 말한다면 미국의 전쟁도 물어야 한다
미국이 라울 카스트로를 기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세계는 더 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벌어진 자기 전쟁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운 적이 있는가. 베트남,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이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왜 법 밖에 있었는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은 분명하다. 유엔헌장 2조 4항은 모든 회원국이 타국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 또는 무력 위협을 삼가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원칙은 작은 나라에게만 적용되는 법이 아니다. 미국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법이다.
민간항공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제민간항공의 원칙은 민간 항공기에 대한 무기 사용을 금지한다. 동시에 민간항공이 정치적 도발이나 국제협약 목적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각국이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다.
미국이 민간기 격추만 말하고, 자국 영토에서 출발한 민간단체의 정치적 비행과 반복적 영공 침범 논란을 통제하지 않은 책임을 외면한다면 그것 역시 이중성이다.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모든 미국 전쟁이 동일한 법적 성격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전쟁마다 명분, 절차, 유엔 승인 여부, 피해 규모, 책임 구조는 다르다. 그러나 미국이 타국 지도자를 30년 전 사건으로 기소하려 한다면, 미국이 벌였거나 지원한 전쟁들도 같은 기준으로 국제법적 정당성의 심판대 위에 올라야 한다.
특히 이라크전쟁은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전쟁 뒤 미국 국방부(펜타곤)와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하여 결성한 이라크서베이그룹은 2003년 전쟁 개시 당시 이라크에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대량살상무기 비축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전쟁 명분은 무너졌지만, 전쟁을 결정한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정보기관 관련자들은 법정에 서지 않았다. 이것이 선택적 정의의 핵심이다.
법을 말하려면 기준은 하나여야 한다. 카스트로만 법정에 세우고 미국 대통령들은 법 밖에 두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명분은 바뀌었지만 책임 회피는 반복됐다
첫째는 베트남전쟁이다. 미국은 통킹만 사건을 전쟁 확대의 명분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과장했다. 이후 장기간 전쟁을 수행하며 폭격과 화학전, 민간인 피해를 남겼다. 그러나 전쟁 결정자와 수행 책임자는 국제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둘째는 이라크전쟁이다. 이라크전쟁은 이 글의 핵심 사례다. 전쟁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주장은 붕괴했다. 그럼에도 전쟁 결정 책임자는 법정에 서지 않았다. 미국이 30년 전 쿠바 사건을 기소하려 한다면, 수많은 죽음과 국가 파괴로 이어진 이라크전쟁 책임도 같은 기준으로 물어야 한다.
셋째는 리비아 파괴다. 미국과 나토는 민간인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개입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권 붕괴와 국가 해체였다. 민간인 보호라는 말은 국가 파괴의 통로가 되었다.
넷째는 시리아 공습과 점령 문제다. 미국은 테러 대응과 화학무기 명분을 내세워 시리아에 군사행동을 반복했다. 타국 영토 안에서의 군사작전은 언제나 국제법 문제를 동반한다. 미국은 자기 판단을 국제법보다 위에 두었다.
다섯째는 드론 암살작전이다. 미국은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 여러 지역에서 드론을 이용한 표적살해를 수행했다. 재판 없는 살해, 민간인 피해, 주권 침해 문제가 반복되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를 ‘정밀타격’이라고 불렀다.
여섯째는 이란전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군사압박을 강화했고, 전쟁과 협상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협상을 말하지만, 동시에 재공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전쟁의 책임 문제도 현재진행형이다.
일곱째는 이스라엘 지원 문제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24년 11월 21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가자전쟁에서의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혐의와 관련된 절차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외교·군사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지도부만이 아니라, 그 전쟁을 가능하게 한 미국의 지원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사례들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복되는 구조가 있다. 미국은 전쟁을 시작하거나 지원한다. 명분은 민주주의, 인권, 테러 대응, 대량살상무기, 항행의 자유, 동맹 방어로 바뀐다. 결과는 국가 파괴, 민간인 피해, 장기 불안정, 책임 회피로 이어진다. 명분은 바뀌지만 결과는 반복된다. 미국은 무력을 동원해 타국을 침범했다.
쿠바 위기는 쿠바가 만든 것이 아니다
쿠바는 지금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족이 핵심 문제다. 쿠바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지만, 미국의 제재와 압박은 연료 수입과 결제, 운송, 보험, 금융거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발전소 가동이 불안정해지고, 병원·교통·공장·가정은 반복되는 전력난의 고통을 겪고 있다. 유엔 인권전문가들도 미국의 대쿠바 연료 봉쇄가 필수 서비스와 기본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국, 멕시코, 브라질 등은 원유·식량·생필품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은 6만 톤 규모의 쌀 지원을 약속했고, 그중 첫 물량 1만 5천 톤이 하바나 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런 지원만으로 쿠바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세계식량계획도 연료 공급 중단이 쿠바의 필수 서비스와 식량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은 이 상황을 ‘쿠바 체제의 실패’로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쿠바 경제난에는 미국의 장기 봉쇄와 제재가 깊게 작용해 왔다. 미국은 쿠바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압박의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
라울 카스트로 기소는 그 흐름 속에 있다. 기소는 법적 절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쿠바 지도부를 범죄집단처럼 규정한다. 쿠바 정부의 정당성을 흔드는 정치적 장치가 되는 것이다. 경제난으로 흔들리는 쿠바를 더 압박하고, 내부 불만을 외부 개입 명분으로 바꾸려는 구도다.
미국이 쿠바와 최근 직접적인 군사충돌을 겪은 것도 아니다. 쿠바가 미국 본토를 공격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에너지 봉쇄와 경제 제재를 대폭 강화면서 30년 전 사건을 꺼내고, 항모전단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쿠바를 다시 안보위협의 자리로 끌어올린 것이다. 쿠바는 원인이 아니라 미국이 의도적으로 선택하였다. 표적으로 만들었다.
쿠바를 미국 정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트럼프 정부가 직면한 위기는 쿠바가 만든 것이 아니다. 이란전쟁의 교착,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부담, 군사적 피로, 국제적 신뢰 약화는 모두 미국 패권 운용의 결과다. 그 책임을 쿠바에 돌릴 수 없다. 쿠바를 공격하거나 압박한다고 미국의 위기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라울 카스트로 기소는 미국 국내정치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플로리다 반공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강한 대통령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이란전쟁의 교착을 가리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한 방식이다. 자국의 위기를 덮기 위해 다른 나라를 전쟁의 무대로 끌어내는 것은 국제법과 지역평화를 동시에 파괴한다.
여기에 항모전단의 카리브해 배치가 겹쳐 있다. 이것은 단순한 해상훈련으로만 볼 수 없다. 쿠바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높이는 조치다. 동시에 카리브해와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을 재확인하려는 신호로 보인다. 미국은 쿠바를 겨냥하면서 사실상 남미 전체에 “이 지역은 여전히 미국의 관리권 안에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쿠바 내부에서는 이번 기소를 주권 침해와 군사압박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반발이 나타났다. 미국의 기소 발표 이후 아바나에서는 대규모 규탄 집회가 열렸다. 미국대사관 앞과 말레콘 일대에는 수천 명의 쿠바 주민들이 모였고, 쿠바 지도부도 함께했다.
이들은 라울 카스트로에 대한 지지와 미국의 기소에 대한 반대를 표시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 방어가 아니다. 쿠바는 이번 기소를 국가주권에 대한 압박이자 군사적 명분 만들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쿠바는 미국 국내정치의 희생양이 아니다.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의 위기를 처리하는 대체 전장이 아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지금의 쿠바 위기는 쿠바가 만든 위기가 아니라, 미국이 선택하고 키운 위기다.
진실을 밝히려면 재조사부터 해야 한다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해 다음과 같은 취지로 밝혔다.
“세계 최강대국의 쿠바에 대한 군사침략 위협은 잘 알려져 있다. 그 위협 자체가 이미 국제범죄다.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피바다를 부를 것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계산할 수 없는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쿠바는 어떤 나라에도 위협이 아니며, 공격 계획도 의도도 없다.”
이 발언의 핵심은 단순한 강경 대응이 아니다. 쿠바는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공격받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어 원칙을 밝힌 것이다. 미국이 쿠바를 압박할수록 이 위기는 쿠바 문제가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주권 문제가 된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30년 전 사건을 오늘의 쿠바 압박과 군사적 명분으로 재소환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쿠바는 당시 유엔과 국제사회가 이 사건을 미국의 시각에 치우쳐 판단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일방적 기소가 아니라 객관적 재조사가 필요하다. ‘구조의 형제들’의 비행 목적, 반복적 영공 침범 논란, 미국 연방항공청과 국무부의 사전 인지, 미국 정부의 통제 실패, 쿠바의 군사적 대응 조건을 모두 다시 따져야 한다. 그것이 진실을 밝히는 길이다.
미국은 일방적인 유류 봉쇄와 경제 금수 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쿠바의 주권을 인정하고, 쿠바 정부를 대화의 상대로 존중해야 한다. 사회주의 중국과는 정상회담을 하면서 사회주의 쿠바 정부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미국은 강한 나라와는 협상하고, 약한 나라에는 항모전단과 기소장을 들이대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쿠바 위기의 본질이다.
그러나 이 위기는 또 하나의 현실도 보여준다. 국제법만으로는 약소국의 주권이 자동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국가에는 자기 방어력, 경제적 버팀목, 외교적 연대가 필요하다.
쿠바가 작은 섬으로도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것은 단순한 구호 때문이 아니다. 주권을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인민의 결속, 국제연대, 경제적 생존능력까지 포함한다.
카스트로를 기소하려면, 미국의 전쟁도 같은 기준으로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 법이 미국의 무기가 아니라면, 그 법은 먼저 미국 자신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 글은 윤현일 재미 칼럼니스트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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