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祖國)을 혁신할 수 있을까?
조국혁신당이 지금 인식으로는 성공의 길에서 멀어질 것 국민 실망시킨 민주당과 똑같은 슬로건으로 창당...이래선 안돼 조국의 어떤 문제를 왜,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당 돼야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촛불에서 ‘조국혁신당’으로
3월 3일 조국혁신당이 공식 출범했다. 조국의 귀환이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F4’, ‘외모패권주의’라는 유행어의 중심에 선 정치 스타였고,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었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해”라며 ‘묻지마’ 사랑을 보냈던 문재인 팬덤에 결코 뒤지지 않은 막강한 조국 팬덤의 보유자였다. 그는 좋은 집안에 뛰어난 외모, 최고 학벌도 모자라 서울대 교수에 정의로운 진보지식인이라는 찬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강남좌파’이자 완벽남이었다.
그런 그에게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조국사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법무부장관으로서 형사사법개혁을 주도하며 문재인 정권이 내세웠던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재조산하’, ‘적폐청산’을 실현하는 가장 멋진 차기 지도자 조국의 꿈이 이렇게 무너지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본인을 포함해 아내와 자녀 모두 수많은 범죄혐의를 받는 피의자이자 도덕적 타락자로 공격받을 때 조국의 신화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은 조국의 신화를 지키고 싶었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으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일삼는 검찰과 언론이라는 거대한 두 적을 국민 모두의 적으로 만들어야 했다.
지지자에게 조국은 보수기득권 세력이 검찰과 보수언론을 앞세워 제거하려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야 했고, 따라서 ‘조국사태’는 조국을 둘러싼 진실의 문제가 아닌 ‘재조산하’를 저지하고자 하는 보수적폐들에 맞선 숭고한 싸움이 되어야 했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며 서초동에 집결했던 촛불은 조국을 수호하고, 검찰과 보수언론에 대한 전방위적인 개혁 전선을 만들어내는 것이 민주진보진영의 과제임을 주장하며, 이에 주저하는 민주진보진영 인사들을 향해 검찰과 언론권력에 야합하며 보수적폐 세력을 용인하는 반민주, 반개혁자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길고 긴 시간, 깊고 깊은 ‘조국의 늪’에서 빠져나와 되치기를 하고 싶었던 조국은 그의 가장 열정적인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결국 ‘조국혁신당’의 깃발을 들었다.
정치인 조국, 이래도 되는 것일까?
사실 조국혁신당의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조국에게 달려 있고, 조국의 변화와 반전의 길 위에 놓여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여준 조국의 언행은 스스로 또 다른 ‘조국의 늪’을 만드는 것 같다. 조국과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허무맹랑하며 공격하기 딱 좋은 소리가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조국과 그의 지지자들이 지금과 같은 인식과 정치행동을 변함없이 유지한다면 성공의 길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조국의 성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판단이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조국과 그의 지지자들은 조국과 조국혁신당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해 윤석열 정권에 맞서 가장 강렬하게 투쟁하며 대중적 지지를 끌어모은 후 조국이 대선후보로 부상하는 성공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조국과 그의 가족을 도륙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보수의 손을 잡고 정권을 훔쳐간 대역죄인이자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통치자 윤석열을 대통령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조국의 힘을 인정받는 것이 그들에게는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를 위해서 신당을 만들고 총선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어 윤석열과 제2차 대전을 벌이고자 한다면, 조국의 정치는 실패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자신과 문재인 정권, 민주당에 대해 쏟아진 그간의 대중적 비판을 귀담지 않고 자기 변화의 자양분으로 삼을 생각이 그리 크지 않다는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조국의 정치는 위태롭고 위험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 (2019년 조국사태에도 불구하고)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180석 획득이라는 3연타석 홈런을 친 문재인과 민주당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문파’니 ‘문꿀오소리’니 ‘대깨문’ 이니 하는 친문강성 지지세력이 보여주었던 행태들은 지금 그렇게 비판받고 있는 ‘개딸’들의 행태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확대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조국사태는 조국, 추미애 대(對) 윤석열의 지루하고 볼썽사나운 결사항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근혜를 수사할 때 윤석열 검사에 열광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검찰총장 임명을 환영했던 사람들이 조국 죽이기의 원흉으로 지목한 윤석열과 검찰을 향해 적개심을 분출했다. 문재인 정권 내부의 위기관리나 중재자는 부재한 듯 보였고, 조국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상황을 매듭지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광화문에서는 태극기 부대가 집결하고, 서초동에서는 ‘조국 수호’ 촛불이 불타오르며 그 긴 시간 동안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세력 충돌이 지속되었다.
국민은 이런 사태를 악화시키고 조국을 수호하고자 당력과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민주당에 실망했다. 국민은 검찰 개혁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진짜 의도나 목적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검찰을 포함한 권력기구들에 대한 개혁 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반성하지 않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생각도 없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반(反) 국힘, 반(反) 검찰, 반(反) 윤석열, 반(反) 보수언론의 기치 아래 ‘적폐청산’이라는 80년대식 전투체제를 강화했다. 친민주당 언론매체나 유튜브 채널, SNS의 인플루언서들이 ‘민주’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몰아내자 국힘’, ‘때려잡자 검찰’, ‘박살내자 보수언론’, ‘뿌리뽑자 토착왜구’를 외쳐댔다. 당의 핵심 리더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엄청난 부정부패 의혹사건들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터져도 음모론을 내세우고 검찰과 보수언론발 정치공작이라는 식으로 버텼다.
‘민주당이 문제가 있어도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적 믿음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범죄 사건으로 발생한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고 떠들썩한 친민 스피커들을 활용해 민주당 승리론을 확산시켰다. 결국 민주당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 대상이 되었고, 결국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내부의 적에서 찾았다. 정작 대선후보의 약점이나 윤석열, 김건희 모욕주기로 일관한 대선 캠페인 자체의 총제적인 실패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런데 조국은 지난 5년 동안의 주요 사태에 대한 평가나 반성 하나 없이 민주당과 똑같은 슬로건을 내세우며 신당을 창당했다. 그는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을 위해 “민주당 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자신이 수차례에 걸쳐 국민들에게 했던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보다 더 진보적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이 ‘진보’가 어떤 진보이고 무엇을 내세우는 진보인지는 잘 설명하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김종인과 박근혜도 했던 이야기고, 계층이동의 탄력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은 보수의 약속 즉, 계층 간 격차 구조를 인정하고 대신 이동의 사다리를 잘 세우겠다는 우파의 약속이다.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려면 민주당의 토착왜구론보다 더 강력한 친일파 발본색원의 정치를 해야 할 것이고, 당 대표 한 명을 위해 전체 당을 희생시키는 사당정치를 더 빠르고 강하게 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래서 당의 이름을 한자는 다르지만 결국 조국의 당임을 각인시키는 ‘조국혁신당’이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조국은 이런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법학자이자 법무부장관, 민정수석이 아닌 정치인 조국의 정치, 이래도 되는 것일까?

조국 정치의 상대는 조국 자신과 민주당이어야
조국은 민주당식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 ‘윤석열 탄핵’과 같은 단어들과 결별해야 한다. 머리와 입에서 이 단어를 삭제해야 한다. 스스로 ‘제2의 조국의 늪’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대법원의 판결과 국민들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이해와 용서를 기다리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반국힘, 반윤석열 강성지지자들의 선동언어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정치의 최종 판단자인 국민의 시선, 국민의 감정, 국민의 의식과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늘 경계하고 질문해야 한다.
조국은 정의당에 대한 불만을 거둬들여야 한다. 정의당이 자신을 편들어주지 않고 공격했다는 이유로 정의당을 불신하거나 공격해서는 안된다. 내용에 상관없이 자기 편들어주면 좋은 정당이고, 자기 비판하면 나쁜 정당으로 내모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정의당을 대체하겠다”는 발언이 아니라 정의당이 있어서 내가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며 고맙다는 발언을 우선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힘2중대라며 정의당을 모욕하는 정치를 조국은 반복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사과가 필요하다면 그 대상은 바로 정의당이어야 한다.
조국은 보수언론은 없애야할 적폐라는 언론관을 버려야 한다. 조국은 민주당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보수언론적폐론을 수정해야 한다. 조국은 보수언론과 보수언론의 소비자들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며 사실이 아닌 것은 사실로 바로 잡고,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응대하며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설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보수언론과 보수진영은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이나 미디어를 무조건 믿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나 의견을 검증하고 따져 보아야 한다. 1980년대 이후 아직도 양당의 적대관계를 재생산하는 선악, 진보보수, 이편 저편, 내 편 남 편, 믿을 놈 못믿을 놈, 반적폐 적폐 같은 이항대립의 틀을 넘어 보수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진보를 비판할 것은 비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조국혁신당은 국민의힘과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민주와 진보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지 못한 채 여러 대상들을 향해 ‘적대정치’를 고수하는 지금의 민주당과 달리, 우리 사회의 ‘어떤 문제들을’, ‘왜 혁신해야 하고,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지에 집중하는 당이 되어야 한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만들어진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 몇몇 인사들의 비례대표 의석 획득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최단 시간에 표를 집중시킬 수 있는 민주당식 묻지마 집결 전략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 조국과 조국혁신당이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총선 이후에 어떤 정당으로 발전시켜 갈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계획을 가지고 총선에 임하면 좋겠다.
조국과 같은 스타를 내세워 “당신이 해결해줘” 식의 클린스만 정당이 아니라 하나하나 쌓고 만들어가는 빌드업 정치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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