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펑펑’...전기차 화재사고 방지하려면
[권효재의 에너지 바로알기] 사고 원인은 어디에? 개선해야할 문제 Q&A 車지상고 낮으면 하부 충격에 배터리 파손 정기검사때 바닥충격 여부 확인하는 절차를 지하주차장 층고 높이고 스프링클러 성능도 더 안전한 전기차 만들고 당국도 세심하게
전기차는 위험하다?
지난 8월 1일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140여대 차량이 손상되고, 아파트 5개동 480세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이재민이 다수 발생했습니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는 여러모로 특이합니다.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벤츠 전기차, 폭발성 화재, 대규모 피해, 지하 주차장 시설 훼손, 광범위한 피해 범위와 규모 등으로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워낙 충격이 큰 사고여서 전기차 공포가 확산되고 있고 지하 주차장 전기차 진입을 금지시키는 곳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전기차는 위험하니 안된다”,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는 배제하자”, “전기차 주차장은 지상으로 옮기자”는 성급한 판단입니다. 전기차 화재 관련 자주 언급되는 질문들을 살펴보고 전기차를 지하 주차장에 수용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왜 불이 나고 쉽게 끄지 못할까
불이란 화학적으로 물질이 산소와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열을 발생시키는 현상입니다. 불이 나려면 불쏘시개, 산소, 발화온도의 세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탈 물건이 산소를 만나고 열이 공급되어 온도가 상승하면 불이 납니다. 전기차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인데 산소와 반응하면 격렬하게 반응하는 다량의 리튬과 발화점이 낮은 유기용매로 된 전해액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의 소재 물질은 주로 금속 산화물인데 고온 조건에서는 금속 산화물이 분해되면서 산소를 생성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는 양극과 음극판이 있는데, 분리막으로 구분해서 서로 붙지 않게 합니다. 양극과 음극이 붙으면 합선이 일어나고 열이 발생합니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서 100℃를 넘어가게 되면 분리막이 분해됩니다. 분리막이 외부 충격으로 찢어지거나 충방전 과정이 반복되면 나뭇가지 형태의 조직이 극판에서 생겨 분리막을 뚫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든 분리막이 훼손되면 합선이 발생하고 이 열로 유기 용매가 끓고 금속 산화물과 반응하여 수소, 산소가 포함된 가스를 배출합니다. 산소, 고온, 유기 용매의 조합은 불을 일으키고, 하나의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이제 그 불로 인해 문제가 없던 인접 배터리도 온도가 올라가서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 번 배터리가 열을 받아 임계점을 넘으면 연쇄 작용을 일으켜 큰 불이 된다고 하여 이를 ‘열폭주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최초에 하나의 배터리에서 난 불이 전기차 배터리 팩 전체로 번지게 되면 큰 불이 됩니다. 배터리가 분해되면서 1차로 유기용매 전해액이 타고, 배터리 안의 리튬은 공기 중 수분과 접촉하면 수소 가스를 만들면서 격렬하게 반응하는 2차 화재를 일으킵니다. 배터리 안에서 산소가 공급되고 유기 용매와 리튬이 연소되는 복합 화재이므로 물, 폼, 할로겐, 이산화탄소 등의 기존 소화 장비로는 끌 수 없습니다. 또한 아주 빠르고 강렬하게 연소 반응이 진행되고 배터리 팩 내부에 배터리들이 빽빽하고 배치되어 있어 외부에서 소화액이나 물을 뿌려도 침투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기차 화재는 큰 불이 나기 전에 다량의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쓰며, 이동식 수조에 담그거나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서 큰 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합니다.
전기차 화재를 막으려면,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열폭주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한데 설계 결함, 과충전/과방전, 외부 충격, 내부 합선, 품질 결함 등입니다. 이런 요인들을 최대한 없애서 열폭주를 막아야 합니다. 또한 하나의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발생해도 최대한 인접배터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면, 전체 배터리 팩이 다 타지 않거나, 화재확산이 지연되어 조치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인천 전기차 화재는 연기가 나고 팩 전체가 터져 버리는데까지 30초도 걸리지 않았으며, 이는 설계와 제품의 문제를 짐작케 합니다.

인천 전기차 화재는 왜 피해가 컸을까?
1) NMC811 파우치 배터리의 열폭주/폭발 문제
화재를 일으킨 벤츠 EQE350 차량은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배터리는 양극판 재료의 80%가 니켈로서 NMC(리튬+니켈/망간/코발트)811이라고 부릅니다. 이 타입의 배터리는 일단 불이 나면 900℃의 고온을 발생시켜, 배터리 하나에서 발생한 열폭주가 팩 전체의 폭발적인 화재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중국 CATL의 NMC811 배터리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가지고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단일 배터리의 열폭주가 전이되는 속도는 NMC811이 LFP 대비 5배 빠릅니다. 이 실험은 배터리들을 1열 배치해서 실시했으나, 실제 배터리 팩은 배터리 셀들을 2차원 배치하므로 화재 전이 속도는 훨씬 더 빠를 것입니다. 즉, NMC811셀은 일단 열폭주가 발생하면 급격하게 팩 전체로 전파될 수 있고, 그럼 차량이 폭발하면서 대량의 열과 가스를 발생시킵니다.
배터리 메이커들도, 차량 메이커들도 NMC811 배터리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NMC811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같은 무게, 부피 대비 주행거리를 늘려주므로 비교적 고가의 전기차에 많이 사용됩니다. 제조사들은 NMC811 배터리 셀들을 내열 소재로 감싸고, 팩 내부에 냉각수를 순환시키고, 내부 발열로 인화성 가스가 발생할 경우 빨리 배출되도록 팩을 설계합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개별 배터리 셀들의 용량과 상호 근접성입니다. 리튬이온 전기차를 처음 상용화한 테슬라의 초기 전기차는 3Ah 원통형 셀(18650)을 썼고, 이후 5Ah 원통형 셀(21700)로 바꾸었으며, 최근에는 24Ah(4680)로 높인 것도 용량과 화재 안전성을 함께 고려해서 점진적으로 설계를 개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 차량에 탑재된 제품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전기차 메이커들은 용량이 큰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50Ah 용량에서 시작하며, 100Ah 이상 제품이 흔하며, 벽돌 형태의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벽돌형 셀들을 밀착시키면 에너지 용량은 높이고 팩의 부피는 줄일 수 있지만, 열폭주 전이를 막는 것은 어렵습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각형 배터리보다 더 부피를 절감하고 밀착이 가능한 형태가 파우치 배터리입니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케이스여서 어느 정도 강도를 가지고 있고 내부의 연소가스를 배출하는 비상 벤트캡이 있습니다. 파우치 배터리는 벤트캡이 없어 일단 연소가스가 만들어지면 배터리가 부풀어 오릅니다. 이번 사고 차량에는 파라시스의 NMC811 파우치 배터리가 사용되었습니다.
테슬라가 적용한 원통형 셀은 셀과 셀 사이를 밀착시킬 때 빈 공간이 생기며, 냉각수 채널까지 고려하면 에너지 밀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배터리 사이에 간격이 있으므로 배터리 하나에서 열폭주가 발생해도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후발 전기차 메이커들은 과감하게 각형 배터리, 파우치 배터리를 서로 밀착시키는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이런 디자인이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는 높였지만, 열폭주와 화재 취약성은 악화시켰습니다.
모든 NMC811 파우치 배터리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메이커들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팩을 잘 설계하면 팩 전체로 불이 번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 업계의 표준 규정은 최소 5분 동안 팩 전체의 열폭주를 지연시키도록 하며, 2025년 이후에는 팩 전체의 열폭주가 10분 이상 그리고 향후에는 아예 팩 전체의 화재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준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충남 금산에서도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SK온의 NMC811 파우치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연기 발생에서 화재 발생까지 5분 이상 걸렸고, 팩이 내부 가스 발생 압력과 열에도 강성을 유지해서 차량 하면에서 불이 나는 정도로 피해 확산을 막았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주행거리 600㎞이상의 전기차를 요구하므로 니켈 함량이 높은 NMC811 배터리의 사용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팩의 내열, 내폭 성능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검증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2) 차량 설계와 검사 문제
앞에서 설명드린대로 배터리 내부의 +전극판(양극판)과 -전극판(음극판)이 서로 닿아 쇼트(합선)가 나면 대량의 열을 발생시키는데, 그 열로 배터리 내부의 유기 용매가 연소하고 그로 인해 배터리가 완전 분해되면서 리튬이 외부 공기와 접촉하면 또 불이 납니다. 일단 임계점을 넘으면 순식간에 진행되므로 ‘열폭주’라고 부릅니다.
전극들을 분리시키는 분리막이 원천적으로 쇼트를 방지하지만, 에너지 용량 증대를 위해 분리막은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얇아졌습니다. 분리막은 전극판을 덮는데, 가용한 배터리 용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분리막을 전극판보다 약간 크게 만드는게 유행입니다. 그래서 배터리에 충격이 와서 내부가 흔들리게 되면 전극판과 분리막이 약간씩 움직이고 이로 인해 미세한 쇼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극소 쇼트는 처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셀의 온도를 올리다가 임계점이 넘어가면 열폭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벤츠 EQE 차량은 휠베이스가 길고 지상고가 낮아서 운행 중 바닥이 닿거나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문제가 보고 되기도 했고, 운전자들이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배터리 팩은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서 셀은 수직으로 세워져 있으므로 수직 방향의 G 쇼크는 전극 사이의 극소 쇼트를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차를 운전하다 보면 턱을 넘거나, 돌이 튀거나 하는 등 바닥 충격을 완전히 예방하기 어렵고 테슬라 역시 초기에 이 바닥 충격에 따른 화재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전기차 메이커는 바닥 충격이 오면 알람을 주거나 완충재로 감싸거나 팩 내부 셀 배치를 바꾸는 등의 설계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디자인 변경은 팩 생산성을 떨어뜨리지만, 안전이 더 중요합니다.
차주 입장에서는 아래의 하면 충격에 대한 우려로 차 값의 절반을 부담하면서까지 배터리 팩을 교체하기는 어렵습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팩 하나에는 700~1000개의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팩으로 조립을 하면 분해하기도 어렵다 보니 막상 단 하나의 배터리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체를 다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지상고를 낮게 하지만, 이로 인해 하면 충격이 반복되어도 비용 문제로 방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잠재적인 화재 위험을 높입니다.
전기차의 정기 검사시 바닥 충격이 발생했는지 여부와 이로 인해 팩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를 검사하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극소 쇼트가 발생하면 해당 셀의 전압 레벨이 떨어지고 충방전시 이상 패턴을 보이는데, 차량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로는 이를 체크하기 어렵지만, 외부 기기로 정밀 체크하면 식별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해 지상고 기준을 강화하고, 정기 검사시 차량 충격 발생 여부가 확인되도록 하며, 실 주행 하면 충격 발생 빈도에 대한 데이터를 정부가 공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3) 스프링클러 미작동과 전기차 화재 대응 장비 부족
인천 화재는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습니다. 폭발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바로 작동했다면 전기차 화재로 인한 열이 주변 차로 전이되어 연쇄 화재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연무도 물로 인해 약화되었을 것입니다.
현재 소방 설비 점검을 할 때 감지 장비와 알람 설비를 주로 점검합니다. 이중으로 설치된 소방 펌프에 항시 압력이 걸려 있는지, 실제 스프링클러가 터져서 물을 분사하는지는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번거롭지만, 지하 주차장의 경우 실제 스프링클러 작동 테스트를 비상 상황을 염두하여 실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실증 테스트에서 확인되고 제안된 것처럼 스프링클러 용량을 키우고, 민감 반응형으로 바꾸고, 소방 펌프 오작동 상황 등을 감안한 규정 개선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고는 불행히도 화재가 난 주차면 바로 위에 상수도관과 전기 배선이 지나갔고, 단수/단전으로 배연설비가 작동되지 않고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큰 화를 겪을 뻔했습니다. 그러므로 상수도관과 전기 배선은 주차면이 아닌 통로면 위에만 설치하도록 해야 하며, 배치상 불가피하다면 방열 패드를 설치하게 해야 합니다.
지하 주차장의 층고가 낮아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설계 층고를 높이도록 규정을 바꾸거나 (택배 차량의 지하 진입 문제도 해결) 전기차 전용 지하 주차 구역을 두고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가능합니다. 전기차 사용자는 완속 충전을 해서 좋고, 해당 구역은 방열 패드로 천정을 막고 일반 차량 주차 구역과 이격 거리를 두면 대형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팩은 차량 하부에 있으므로 위에서 아무리 물을 부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동식 욕조에 담그는 방식은 열폭주 발생 전에 연기가 피어날 때 가능하며 이번 사고처럼 일단 폭발이 나면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한 가지 솔루션은 차량 바닥으로 드릴을 밀어 넣고, 바닥을 뚫어 물을 주입하는 방법입니다. 이미 상용화된 제품도 있습니다. 물로 전기차 화재를 끌 수는 없지만(유기 용매, 리튬 복합 화재의 경우) 다량의 물을 뿌리면 열과 연무를 억제해 더 전파되지 않습니다. 신차 판매의 80%이상이 전기차인 노르웨이에서는 특수 방염포로 차를 덮어 버리는 방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소방서에서 방염포를 구비하여 성능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리튬 화재에 유용한 특수 소화기도 개발되어 보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들을 테스트하여 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며
전기차도 불이 나고 내연기관차도 불이 납니다. 2023년 국내 통계를 보면 내연기관차의 화재 빈도는 0.015%이고 전기차는 0.013%로 전기차가 낮습니다. 내연기관차 화재로 31명이 사망했으나, 전기차는 사망자가 없었습니다. 통념과 달리 전기차는 ‘달리는 시한 폭탄’이라고 볼만한 데이터는 없으며, 지하 주차장에 내연기관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는 것도 관점을 달리 보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과거 수많은 대형 사고를 겪은 후 내연기관차의 화재 진압에 대해서는 절차와 기술이 정립되어 통제 가능한 상황이나, 전기차는 여전히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외부 충격에 의한 화재, 과충전에 의한 화재, 소화기와 물로 끄기 힘든 화재, 갑작스럽게 발생하며 폭발 후에도 수시간 지속되는 화재 특성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한국 자동차 메이커와 배터리 메이커가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고, 당국은 더욱 안전한 건축물과 주차장 규정을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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