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한은 “성장률 0.8%” 반토막

올해 건설투자 6.1% 감소 예상 물가상승률 전망은 1.9%로 유지 기준금리 2.75 →2.50% 낮춰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연합뉴스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대통령 선거일을 수 일 앞두고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예전엔 집권하고 있는 정부의 압박으로 ‘성장률 하향’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선거일 이후로 늦추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한은은 29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치보다 0.7%포인트(p)를 단숨에 낮추며 거의 반 토막을 냈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p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지난 2020년 8월 그해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p 낮춘 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등으로 지속해서 낮춰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가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둔화로 1분기 역성장에 이어 4월에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수는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며 수출은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으로 둔화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설경기 단기 부양 숙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건설의 영향이 가장 컸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0.4%p 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간소비가 성장률을 0.15%p 정도, 수출이 추가로 0.2%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은 전망치 0.8%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아시아개발은행(ADB·1.5%), 국제통화기금(IMF·1.0%) 등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0.8%)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4일 새로 제시한 전망치(0.8%)와 같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1.1%, 설비투자 증가율을 1.8%로 각각 전망했다. 지난 2월 전망보다 민간소비는 0.3%p, 설비투자는 0.8%p 각각 낮아졌다.

건설투자는 -2.8%에서 -6.1%로 전망치가 크게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재화수출은 0.9%에서 -0.1%로, 재화수입은 1.1%에서 0.2%로 각각 조정됐다.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82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통관수출이 감소하더라도 유가 하락, 내수 부진 등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 것을 고려해 지난 2월 전망(750억달러)보다 70억달러 높였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 2월 전망(10만명)보다 다소 많은 12만명으로 예상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2.9%로 유지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전례 없이 2년 연속으로 1%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이 고착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미국의 기본 관세율 10%, 품목 관세율 25% 등이 현 수준을 대체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했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의약품 등의 품목 관세 추가 부과도 고려했다.

만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미국 상호관세가 유예 기간 후 절반 정도 다시 높아질 경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0.7%, 1.2%로 각각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관세율이 올해 말까지 상당 폭 인하될 경우 올해 0.9%, 내년 1.8%로 성장률이 각각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대미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돼도 올해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원가치 상승· 유가하락에 물가 안정적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로 유지했다. 내년 전망치는 기존 1.9%에서 1.8%로 0.1%p 하향 조정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하락한 가운데 향후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요 압력 등의 영향으로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움직일 것으로 한은은 전망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9%에서 올해 1월 2.2%로 올라선 뒤 2월 2.0%, 3월 2.1%, 4월 2.1%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왔다.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열어

한편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어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했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통위 내부적으로 염두에 둔 최종 금리 수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3개월 이후 금리 경로의 명확한 지침을 공개하면 오해 소지가 있다”며 “향후에 금리를 몇 번 더 낮출지 금통위원 생각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망의 상·하방 리스크가 모두 있는 데다 금융 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금리 추가 인하의 속도와 폭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번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경계감이 여전히 크지만,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금통위 내 ‘조건부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는 4대2로 나뉘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향후 3개월 내 현재 연 2.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경기가 생각보다 나빠진 만큼 금융안정 리스크를 점검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하로 경기를 진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선 “향후 3개월 내 연 2.5%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라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 한미 금리차, 미국 관세 정책 변화, 수도권 부동산 가격 변화, 새 정부 경제 정책을 점검하면서 경제 여건 방향성이 조금 더 정해진 이후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게 좋겠다는 견해”라고 했다.

가계부채 증가...부동산 가격 자극 우려

이 총재는 특히 통화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유동성 공급이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금통위원들은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 정책이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쪽으로 작용할 정도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 새 정부와 서로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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