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집값에 역대 ‘초고강도’ 대출 규제

수도권 주담대 한도 6억원…다주택자엔 대출 금지 6개월내 전입해야…갭투자 막기로 정책대출도 한도 축소

이재명 정부가 출범 20여 일만에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 20여 일만에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내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다. 또 수도권 다주택자는 주담대가 원천 봉쇄되고, 수도권 주택을 구입하며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가 부과되는 등 실수요가 아니면 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막힌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하고 이런 내용의 초고강도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43% 올라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패닉 바잉’ 양상이 나타나자 정부가 극약처방에 가까운 대출 억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목적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소득이나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주담대 총액에 한도 제한을 거는 것은 전례가 없는 대출 규제다. 금융위는 “고가주택 구입에 과도한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간 은행들이 월별·분기별 한도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영한 다주택자 및 갭투자 대출 제한 조치들도 규정화했다. 실수요가 목적이 아닌 갭투자 용도 등의 주택 구입에는 대출을 내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수도권·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가 적용된다. 즉 대출이 막히는 것이다.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처분 조건을 지키면 규제지역 LTV 50%, 비규제지역 LTV 70%가 적용되는데, 그 조건이 2년 내 처분에서 6개월 내 처분으로 엄격해졌다. 갭투자에 쓰이는 조건부 전세대출 공급도 금지한다.

은행별로 달랐던 주담대 만기는 30년으로 일률화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를 방지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방지하기 위해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묶는다.

금융권 대출은 실거주 목적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주택 구입시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정책대출(보금자리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대출 제한 조치는 수도권·규제 지역에 한해 시행하기로 하면서 지방 부동산 대응과 차별화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에도 LTV를 줄이고, 정책대출 최대한도도 축소 조정하는 등 ‘규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여럿 포함됐다 .

수도권·규제지역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디딤돌·보금자리론 포함) LTV는 기존 80%에서 70%로 축소한다. 정책대출 중 비중이 큰 주택기금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은 한도를 대상별로 최대 1억원 축소 조정한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재 90%에서 80%로 더 낮춘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조치들과 함께 전 금융권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한다. 디딤돌대출·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공급도 함께 축소된다.

다만, 정책대출은 서민·취약계층의 주거 안정 지원 필요성을 감안해 연간 공급 계획 대비 25% 줄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오는 28일부터 즉시 적용한다. 아울러 금융권 현장점검 등을 통해 금융회사들의 규제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가계부채 점검회의도 매주 하기로 했다.

정부는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택시장 움직임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필요시 규제지역 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으로 DSR 적용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 등 준비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계부처는 필요시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왜 6억원 한도를 정했을까

금융위 가계부채 관리 방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금융권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이는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 수십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사기 위해 거액 대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전문직 등 고소득자가 10억∼20억원을 빌려서 강남 아파트를 사며 집값을 밀어 올리는 사례 등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6억원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12억∼13억원대)의 절반 수준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에 10억원씩 대출 받아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대출을 막으면 수요를 확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진입 문턱을 높임으로써 시장 과열을 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의 소득·집값과 상관없이 대출 한도 자체를 제한한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다. 정부가 서울 집값 급등세와 ‘패닉 바잉’ 조짐에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와 갭투자 수요를 제한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구매에는 금융권 대출을 사실상 막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다주택자는 대출을 활용한 주택 추가 구입이 금지(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되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도 받을 수 없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땐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생긴다. 다른 지역 거주자 등이 은행 대출을 받아 수도권 주택을 사두는 형태의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는 것이다. 갭투자에 쓰이기 쉬운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한다.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들은 수도권·규제지역에 한해 시행함으로써 침체를 겪는 지방 부동산 시장과 차별 대응 원칙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금융당국이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강조해오던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린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LTV, DTI(총부채상환비율), DSR 등의 제도를 통해 소득과 상환능력에 기초한 대출규제를 운영해왔다. 금융권은 현재 개인별 DSR을 40%로 적용하고 있다. 집값이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 주담대 한도를 설정하면서 이제 가정을 꾸리고 살 집을 마련하기 시작하는 2030세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냐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초강력 조치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금융당국은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규제지역에 LTV를 더 강화하고,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에도 DSR 적용을 확대하는 안이 거론된다.그간 전세자금이나 정책모기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 적용이 안됐는데, 이 때문에 전셋값 상승, 갭투자 증가, 집값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 규제 방안도 검토된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내줄수록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sSyRB) 등 더 많은 자본을 쌓게 하는 것으로,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면 대출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랩장은 “이번 규제는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극약처방”이라며 “이래도 안 잡히면 중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공급, 임대차 공급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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