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의원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안’ 철회돼야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안’ 문제점② 이수진, 양부남 의원 개정안과도 모순 현장과 괴리 크고, ‘환자중심’ 흔들려 대안은 이송 전원체계 다시 추스르고 환자중심 통합대응체계 구축해 나가야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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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 이어서

유사 법안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김윤 의원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다른 응급의료 관련 법안들과 내용상 중복 또는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이수진 의원안 및 양부남 의원안과 대비되는 지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이수진 의원안(응급의료법 개정안)과의 충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4월 29일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여, “모든 국민이 거주지역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법률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법 제3조에 기존의 “성별, 나이, 신분, 경제적 사정 등”에 더해 “거주지역”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으로, 응급의료 서비스의 지역 격차 해소에 대한 국가 책무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반면 김윤 의원안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응급의료진료권”은 전국을 여러 권역으로 구분하여 지역 단위로 응급의료자원을 관리·계획하려는 것이다. 진료권별로 자원을 배분하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미 이수진 의원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하여 법 조문에 “거주지역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간 상태에서 김윤 의원안의 지역 진료권 체계가 도입될 경우, 이는 개념의 충돌로 이어지게 되어 현장 혼란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는 같은 당 내에서도 법을 발의하는 의원들간 아무런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채 법안을 남발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 양부남 의원안(119구조·구급법 개정안)과의 연계 문제: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방 119구급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응급의료법 제48조의2에도 불구하고 119구급대 또는 구급상황센터가 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을 우선 선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자를 어디로 실어나를지 소방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일단 선정된 병원은 환자를 우선 받아 응급처치를 하게 한 후 필요 시 전원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119법 개정안은 앞서 살펴본 김윤 의원안과 충돌하거나 이중의 규율이 될 소지가 있다. 김윤 의원안은 119구급대의 개별 전화 확인을 없애는 대신 중앙·권역 상황센터를 통한 전원 조정을 강조하는데, 양부남 의원안은 현장에서 119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만약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응급환자 이송 시 병원 선정 권한을 누가 갖는지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김윤 의원안에 따르면 119는 상황센터의 정보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인데, 양부남 의원안에 따르면 119가 자체 판단으로 병원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김윤 의원안은 사전고지 받은 병원 중 적절한 곳으로 환자를 보내는 체계인 반면, 양부남 의원안은 일단 가까운 곳에 보낸 뒤 안 되면 전원하는 접근이다. 중증외상 환자라면 김윤 의원안 체계에서는 애초에 권역외상센터로 직행토록 조정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양부남안 체계에서는 일단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들렀다가 나중에 외상센터로 전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초기 대응 시간 지연과 환자 이송 경로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결국 입법 취지가 서로 다른 두 법안이 병행되면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므로 정부와 국회는 응급환자 이송·전원 시스템에 대한 일관된 방향 정립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실정에 맞는 응급의료 체계 개편 방향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응급의료 개선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목표는 환자 중심의 효율적 시스템 구축과 의료현장의 지속 가능성 확보다.

1. 이송과 전원의 일원화된 통합 운영 복원: 응급환자의 초기 이송부터 병원 간 전원까지를 하나의 유기적 프로세스로 묶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과거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 모델을 부활·고도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의료진이 상주하는 전문 상황실을 구축하여 119구급대와 긴밀히 연계하게 한다. 119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때부터 해당 상황실(또는 1339센터)이 관여하여 환자의 증상과 중증도를 의료적으로 판단하고, 가장 적절한 병원을 선정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환자가 최초 병원에 도착한 후 추가 전원이 필요하면 즉시 다음 단계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 조정을 이어서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일원화 시스템에서는 초기 이송과 후속 전원이 끊김 없이 연결되므로, 병원들도 환자를 받았다가 못 고칠까봐 겁내며 거부할 이유가 줄어든다. 정부는 2012년 1339 통합 이후 약화된 전원 시스템을 인정하고, 의료계와 협력하여 1339 모델의 장점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새로운 상황센터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119체계에 의료지휘 기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1339 모델을 복원하되, IT 기술을 접목하여 실시간 정보 공유 플랫폼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국 응급의료기관들이 실시간으로 중증도별 수용 가능 병상, 전문의 당직 현황 등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마련한다. 다만 이 업데이트는 강제가 아니라 자율보고를 원칙으로 하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한다. 1339 상황실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119와 협력하여 가장 적절한 병원으로 환자를 안내하고, 필요하면 응급의학 전문가가 전화로 병원과 직접 협의하여 환자 수용을 조정한다. 이렇게 하면 현재 김윤 의원안이 제시한 것처럼 중앙/권역 상황센터를 아예 새로 만드는 대신, 기존 119구급상황실과 보건복지부 산하 응급의료센터 기능을 결합하여 현장에서 활용도 높은 정보를 주고받게 할 수 있다.

2. 현장 상황을 고려한 수용능력 자율 고지 체계: 병원들의 수용 가능 여부 사전 고지는 필요하지만, 이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처벌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대신 탄력적이고 자율적인 고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예를 들어, 각 응급의료기관이 자원 여력에 따라 평시에는 일정 주기마다 자체 현황을 업데이트하고, 응급 상황 시에는 수용불가 시에만 간략히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트래픽 신호 체계처럼 작동하여, 녹색(여력 있음), 황색(부담 높음), 적색(수용 불가) 등을 표준화된 코드로 상황실에 전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병원이 100% 실시간으로 일일이 보고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분산 관리가 가능해진다.

중요한 것은 병원의 선의에 기반한 자율 참여이며, 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책임자 색출과 처벌에 몰두하지 말고, 환자를 수용하는 병원에서 이송 중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생각치 못한 문제들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법 리스크를 해소시켜준다면 환자가 길에서 헤매는 일이 대폭 해소될 것이다. 또 정확한 응급실 상황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협조적인 기관에는 평가 가점이나 재정적 지원을 부여하는 방법 등으로 병원들의 동참을 더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자율 고지 및 협조 체계는 행정낭비를 줄이고 현실 여건에 부합하면서도, 궁극적으로 환자 분산과 신속 이송에 기여할 수 있다.

3. 당직 전문의 인력 기준의 현실화: 응급의료 인력 확충은 강제조항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센티브 제공과 지역 간 조정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우선 정부는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전문의를 늘리기 위한 재정 지원과 근무환경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서·벽지나 중소도시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문의에게 가산 수당, 주거 지원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몇 명 두어라”는 식의 단순한 목표 설정과 그에 대한 처벌을 말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전문의들이 응급의료 현장에 남을 수 있게 하고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유인책과 조정책이 필요하다.

4. 응급의료 수가 지급 기준의 올바른 방향: 응급의료 수가 지급 기준을 성과지표와 연계하려는 시도는 궁극적으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병원의 책임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제시된 지표들은 자칫하면 현장의 왜곡과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를 보완하려면 첫째, 지표 설계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응급환자 수용률 지표는 병원의 ‘객관적 수용능력(가용 전문과 여부, 남은 병상 등)을 고려해 동적 목표치로 운영하거나, 수용률 자체보다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사례수” 등을 측정하는 식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둘째, 위험조정 및 예외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불가피한 전원(예: 전문 진료과 부재, 중환자실 만실 등)은 평가에서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도록 명문화하고, 권역센터와 지역센터 등 역할이 다른 병원들은 평가 잣대도 달리 적용해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셋째, 근본적인 응급의료 투자와 병행되어야 한다. 의료계는 “성과보상 강화보다 형사책임 면제, 손해배상 책임 경감 등의 법적 안전장치와 야간근무 수당 인상, 전문의 확보 지원 등의 실질적 지원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김윤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중 응급의료 수가 지급의 평가 연동 부분은 현장의 현실과 괴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하면 의료기관들이 “평가 점수”를 의식한 행정에 매몰되어 진정한 환자중심 응급의료가 후퇴할 위험이 있다. 응급의료는 개별 병원의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전국적 인프라와 협력체계 속에서 기능해야 한다. 성과지표는 엄격한 책임 추궁 도구가 아니라 개선 유도와 지원 분배의 수단이어야 바람직하다. 의료기관 평가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므로, 최종 목표인 “어디서든 응급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에서 제도 설계가 재고되어야 한다.

5. 형사처벌 최소화 및 응급의료인 보호장치 마련: 응급의료의 특성상 100% 완벽한 대응은 불가능하며, 의료진에게 부당한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은 소신 진료를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따라서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만큼은 형벌 조항을 최소화하고 면책과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응급환자 수용 여부 결정에서도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고 정당한 사유의 폭을 넓혀 법적 책임을 면하도록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환자 안전을 위해 우리 병원에서 처치하기 어려운 경우 환자를 안 받는 것이 오히려 옳은 판단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까지 처벌을 걱정해야 한다면 의료진은 더욱 환자를 받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라면 사후에 분쟁이 생기더라도 형사처벌 대신 의료분쟁 조정 수준에서 마무리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또한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행 방지 및 법률 지원 조항을 강화하여, 응급실 폭행 등으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고 피해 발생 시 국가가 적극 법률 지원을 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포용적 환경이 조성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의료진은 안심하고 응급현장에 남아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반대로 형벌로 억압하는 방식은 인력 유출과 기피를 불러 환자에게 돌아갈 피해가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응급의료법 개정 논의에서 “지원은 늘리고 처벌은 줄이는” 기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결론: 철회되어야 할 김윤 의원의 응급의료법 개정안

김윤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그 내용과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법안의 여러 조항들은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과도한 의무 부과와 처벌 강화에 치우쳐 있으며, 이는 응급의료체계의 개선보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송·전원 체계의 분절화, 행정적 비효율, 인력 부족 심화, 의료진 위축 등 우려되는 문제점들은 앞서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법안을 그대로 입법 강행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므로 법안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응급의료의 정상화는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병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법적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와 소방당국이 스스로의 역할을 성찰하고 근본적인 관리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흐트러진 이송·전원 체계를 다시 추스르고, 의료계와 협력하여 환자 중심의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응급실에서 일하는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인력이 사명감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응급실은 환자의 최후의 생명선이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법의 칼날이 아닌 든든한 제도적 울타리로 보호해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국회와 정부, 언론은 실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라는 자극적인 현상 뒤에 어떤 구조적 문제가 숨어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탁상공론식 입법이 아니라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할 때, 비로소 응급의료체계가 개선되고 국민 누구나 위급 시 신뢰할 수 있는 응급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윤 의원 법안이 현 상황에서는 이러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길에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알아야 한다. 부디 정부와 국회에서는 바른의료연구소의 조언을 받아들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의료체계가 하루빨리 올바른 방향으로 정비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끝>

글쓴이

정재현 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

정재현은 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Barun Medicine Institute: BMI)’는 근거없는 의료나 사이비 의료 또는 올바르지 않은 의료로부터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반 의료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7년 2월13일 설립됐다. 현재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이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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