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의 진짜 악마

부산 고교생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진짜 악마는 숨어서 웃고 있다 사건 발생후 한달뒤 연합뉴스 첫 보도 정확한 사건경위 알고 있었을 시점인데, 누가 이 사건 왜곡해 보도하게 했을까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서울시내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서울시내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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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부산에서 있었던 한 고등학생의 사망 사건으로 인해 의료계와 119 구급대 사이에는 서로를 성토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논란은 커지고 있다. 양쪽의 주장이 계속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며, 한 방송사에서는 이 사건을 심층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을 지울 수가 없다. 그것은 바로 크게 논란이 되어서도 안 되고, 논란이 되기도 힘든 이 사건을 놓고 진실을 왜곡해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어 혼란을 만든 진짜 악마가 있음에도 이 악마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20일 새벽에 일어났고,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곧바로 종결된 사건이었다. 만약 이 사건이 크게 문제가 될 사건이었다면, 사고 발생 즉시 보도가 터져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최초 보도된 것은 약 한 달여 후인 지난 11월 18일 연합뉴스에 의해서였다.

최초 보도 기사를 보면, 해당 사건은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10월 20일 오전 6시 17분쯤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학교 재학생이 ‘경련 증세’를 보여 ‘지나가던 시민’이 이를 보고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외상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소아간질에 의한 경련으로 판단하고, 소아신경과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했으나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1시간여 동안 환자가 구급차에 있다가 심정지가 발생해 결국 사망한 사건이었다.( 연합뉴스 11월18일 첫 보도 : 부산 도심서 응급실 못찾은 고등학생 사망…1시간 가까이 전전)

이렇게만 보면, 이 사건은 누가 봐도 ‘응급실 뺑뺑이’ 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후 밝혀진 진실은 사뭇 달랐다.

드러난 진실과 악마

해당 보도를 접한 모 언론사에서는 해당 사건을 직접 취재했고,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경찰 측을 통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한 후 이를 보도했다. 그리고, 연이어 다른 취재 내용들도 기사화되었다. 이 후속 기사들을 통해 드러난 진실은 다음과 같았다.

경련을 일으키고 있던 학생이 발견된 곳은 ‘고등학교 인근’이 아니라 ‘고등학교’ 였고, 학생을 발견한 사람은 ‘지나가던 시민’이 아니라 ‘출근하던 교사’였다. 또한 해당 학생은 소아간질에 의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학교 4층 건물에서 추락하여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외상의 흔적은 꼬리뼈 주위로 저명하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이 학생이 학교 4층에서 추락하였고, 이를 출근하던 교사가 발견해서 신고했으며, 최종적으로 외상에 의한 뇌손상으로 사망한 사건이라는 사실이 한달간 조용하다 왜곡돼 보도됐느냐는 것이다.

이 사건은 10월 20일을 기점으로 사건 발생 초기에 이미 다 확인된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11월 18일 연합뉴스의 최초 보도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철저히 왜곡되어 있었을까. 분명히 11월 18일 최초 보도 당시 소방구급대도 이 사건이 외상에 의한 뇌손상 사망 사건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경찰 조사 결과가 있는 것을 뻔히 다 알고 있었을텐데 왜 보도내용은 사실과 달랐을까?

이는 누가봐도 이 사건을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 누군가가 사실을 왜곡해서 이렇게 엉터리로 보도되도록 언론사에 자료를 넘겨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지금 시기에 사실을 조작해서라도 충격적인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보도가 필요했을까?

일각에서는 현재 국회에는 속칭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라고 하는 황당한 내용의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는데, 이 법 통과를 위한 여론 조성이 필요한 누군가가 사건을 조작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 이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 사건을 조작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더럽히고, 의료계와 소방구급대를 욕보인 인물이나 세력이 있다면 그 저열하고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법제처는 지난 11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포안을 비롯한 법률공포안 73건, 대통령령안 3건, 일반안건 1건 등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자료=법제처
법제처는 지난 11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포안을 비롯한 법률공포안 73건, 대통령령안 3건, 일반안건 1건 등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자료=법제처

우리가 해야할 일

인간은 신이 아니며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구급대가 외상 환자의 외상 유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의료기관에 잘못된 정보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급대는 의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 또한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설령 구급대가 초기 환자 파악이 미숙했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서 응급환자가 정확한 초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제대로 된 환경의 조성을 국가 권력이 막고 있다. 행정부는 제대로 된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필수의료 분야를 적자만 발생시키는 구조로 만들었다. 사법부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나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의료과오에 대해서도 과도한 처벌을 내려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떠나도록 종용하고 있다. 입법부는 잘못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표에 도움이 되는 포퓰리즘 입법만 남발하며 의료 시스템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결국 지금의 ‘응급실 뺑뺑이’를 만든 장본인은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라는 국가 권력임에도 이 문제의 책임을 놓고 오히려 피해자인 의료계와 구급대가 싸우고 있으니 안타까울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처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여론을 조작하려 하는 악마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중증응급 의료 시스템은 정상화되지 못할 것이며, ‘응급실 뺑뺑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부산 고등학생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사건이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조작하면서까지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자 했던 그 악마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 악마부터 마땅한 처벌을 받도록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쓴이

정재현 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

정재현은 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Barun Medicine Institute: BMI)’는 근거없는 의료나 사이비 의료 또는 올바르지 않은 의료로부터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반 의료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7년 2월13일 설립됐다. 현재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이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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