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둔 병원장까지 형사처벌하자고?
김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안’ 문제점 ① 응급환자 수용율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비현실적·현장부담가중·의료인 이탈 우려 환자 수용 거부시 기관장 형사처벌 조항도
입법이 본격화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지난 11월 4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28인이 발의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명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은 응급환자가 제때 응급실이나 적정한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못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응급의료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와 현장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법안의 취지는 응급환자 수용률을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실제 조항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비효율을 초래하고 응급의료 현장의 부담만 가중시킬 소지가 있다. 특히 법안이 응급의료체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중대해 자칫하면 지역 응급실의 운영 위축과 의료인력 이탈을 불러오는 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김윤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핵심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 부합하는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해 응급실 운영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안전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김윤 의원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김윤 의원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응급환자 이송·전원 개념 명확화 및 응급의료진료권 신설: 법안은 응급의료 관련 용어를 재정의했다. “이송”은 응급환자를 최초로 의료기관에 옮기는 것을, “전원”은 보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관하는 것을 의미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최종치료” 개념을 도입해 응급환자의 응급상황을 종결짓는 수술·시술 등의 치료행위를 뜻한다고 정의했다. 특히 “응급의료진료권” 개념을 신설했는데, 이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역의 이용 현황을 고려해 구분 고시하는 행정구역 단위를 말한다.
2. 응급환자 수용능력 사전고지 제도 도입: 현행법 제48조의2는 119구급대원이 환자 이송 시 일일이 병원에 전화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하고 새로운 병원 사전고지 시스템을 도입한다. 구급대원의 일명 “전화 뺑뺑이”를 없애기 위한 조치로,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미리 알려야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병원이 정당한 사유로 환자를 받을 수 없을 경우 사전에 신고하고, 상황이 해소되면 다시 통보하며, 이 수용불가 사전고지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병원에 두도록 했다.
3. 응급의료 상황센터 신설 및 실시간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중앙응급의료센터 산하에 중앙 및 권역 응급의료상황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연계하여 전국의 응급의료기관들의 실시간 환자 수용가능 병상 정보, 전문 진료 가능 분야 정보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4. 응급실 당직 전문의 기준 강화: 응급의료기관의 인력 기준이 대폭 상향 조정된다. 모든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해야 하며,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응급실 전담 당직 전문의를 항시 2인 1조로 두어 교대 근무하게 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위해 각 주요 질환군별 전문의를 병원에 반드시 확보·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 응급의료기관 역할 명확화 및 성과평가: 법안은 응급의료기관 유형별 기능을 환자 중증도에 따라 명확히 설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권역센터, 지역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각각이 맡을 환자 중증도 범위와 진료 역할을 규정하고, 이에 따른 성과 평가와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응급의료 수가의 지급 기준을 구체화했는데, 그 기준은 ‘응급환자의 수용률 및 최종치료율’, ‘응급환자 진료의 최종 성과’, ‘응급의료진료권별 응급의료의 성과 개선’이다.
6. 의료기관장까지 포함한 형사처벌 조항 신설: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거부에 대한 벌칙이 한층 강화된다. 현행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기피하거나 거부한 응급의료종사자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으나, 개정안은 여기서 응급의료기관의 장(기관장)을 추가했다. 즉, 병원장이 직접 진료를 하지 않은 경우라도 소속 응급실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면 기관장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법안의 문제점을 분석하면
김윤 의원안은 취지와 달리 여러 현실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각 조항별로 예상되는 부작용과 한계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송과 전원 주체 분리로 인한 비효율성과 혼선의 문제다. 개정안은 응급환자 이송(현장→병원)과 전원(병원→다른 병원)을 개념상 구분하고 별도 체계로 운영하려 한다. 그러나 초기 이송과 이후 전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응급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김윤 의원이 이러한 내용을 만든 이유는 아마도 2012년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를 소방 119로 통합한 이후 오히려 병원간 전원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 지적되자 사실상 이전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 전문가인 의사가 이 시스템의 중심이 되어 직접 전원 관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별도의 큰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에 이러한 이해가 없이 이송과 전원을 명목상 이원화하여 각 단계에 다른 주체(119와 상황센터 등)를 내세우는 방식을 채택하면, 오히려 시스템 분절로 인한 현장 혼란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환자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의 분리 운영은 이송-전원 과정의 끊김을 초래해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한 처치보다 절차상의 지연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중앙·권역 상황센터 신설의 실효성 부족 및 행정비용 증가의 문제다. 전국 단위의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와 각 권역별 상황센터를 신설·운영하는 것은 막대한 행정인력과 예산 투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실제로 환자 전원 조정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기존 체계가 있음에도 추가로 상황센터를 만들 경우 중복 투자와 역할 중첩이 일어날 수 있다. 더욱이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은 전국 모든 응급실의 베드 상황, 전문의 당직 여부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구축·유지하기 어렵고 정보 정확도도 담보하기 힘들다. 병원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상황센터가 파악한 정보와 실제 현장 상황 사이에 갭이 발생하면 오히려 오판이나 지연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상황센터는 추가적인 행정 부담만 늘리고 실제 현장 대응력은 개선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또한 중앙/권역 상황센터 설치 운영에 소요되는 행정비용이 응급의료 인프라 강화나 인력 충원 등 직접적 개선 대신 간접비용으로 투입되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요컨대 컨트롤타워 신설보다는 현행 119 및 응급의료센터 간의 연계 강화 등 기존 시스템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셋째, 과도한 당직 전문의 기준으로 인한 중소병원 응급실 폐쇄 우려 문제다. 개정안은 이상적인 인력 기준을 법제화했지만, 현실 의료 인력풀(pool)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마다 항상 2명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당직하려면 최소 6~8명 이상의 전문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며, 중진료과(외상외과, 신경외과 등) 전문의까지 질환군별로 확보하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지방 중소병원일수록 응급의학 전문의 확보가 어려워 현재도 1명이 겨우 응급실 당직의로 근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의무를 맞추기 어려운 병원들은 응급실 운영 자체를 포기하거나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반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법안은 이러한 현실을 일부 고려해 권역·지역센터 인력기준 시행을 공포 후 3년 유예하도록 부칙에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입법 당사자조차 단기간에 충족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예기간 후에도 뾰족한 공급 대책 없이 기준만 강요된다면, 인력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반납하는 응급실이 속출할 수 있다. 결국 인력 기준 강화는 충분한 지원책과 함께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은 현실성과 유연성이 부족하다.
넷째, 의료기관장 형사처벌 강화로 인한 사법 리스크 심화의 문제다. 개정안이 도입한 기관장을 포함하는 처벌 조항은 응급환자 진료 현장의 사법적 위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응급의료진 개인뿐 아니라 병원 경영자까지 형벌 대상이 되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환자 수용 여부 결정에 있어 압박감이 더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사법 리스크 증대는 의료현장에서 방어적 의료 또는 회피 심리를 낳아, 오히려 응급실 운영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실제로 응급의학계에서는 “응급환자 수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시행되면 남아 있는 응급의료진도 떠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인만큼 응급의료 의사들과 기관장은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인 응급실 폐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법안의 취지가 도리어 의료진의 사기 저하와 인력 유출, 경영 리스크 증대를 불러 응급의료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벌 강화 조항은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실시간 수용능력 고지 의무의 비현실성과 행정 비효율 문제다. 병원으로 하여금 수시로 자신의 응급실 수용 가능 여부를 중앙에 통보하도록 한 조항도 현실성이 낮다. 응급실은 상황이 시시각각 변동되며 “실시간”으로 병상 여력을 보고한다는 것은 이상론적인 면이 있다. 이를 위해 병원별로 직원을 지정해 24시간 감시·보고하게 하는 것은 행정부담이 과중하며, 환자 치료보다 서류 작업과 보고에 인력이 소모될 것이다. 예컨대 한밤중에 응급환자가 몰려와 병상이 꽉 찼다면 의료진은 환자 돌보기도 벅찬데, 동시에 중앙센터에 “수용 불가”를 신고할 전담인력이 즉시 대응해야 한다. 인력이 넉넉한 대형병원은 모르겠지만, 중소병원 응급실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실시간 정보라 해도 그 시점에 유효할 뿐 금방 상황이 바뀔 수 있어 5분 전에 “가능”이라 보고했더라도 막상 119가 환자를 데려올 때는 못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병원은 이미 수용 불가 사유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질 위험이 있고, 119 구급대는 보고된 정보만 믿고 왔다가 환자를 떠안기듯 두고 갈 가능성도 있다. 즉, 서류상의 실시간 정보가 현장의 실제와 엇갈릴 경우 더 큰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직된 실시간 고지 의무화는 행정비용만 늘리고 효용은 낮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히려 자율신고를 유도하되, 권역별 조정 역할을 강화하여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여섯째, 제48조의2 삭제에 따른 119 책임성 약화 및 의료진 부담 전가의 문제다. 현행 법률의 제48조의2는 119구급대(또는 상황실)가 환자를 받을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병원 측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 요청하고, 병원은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이 조항은 법적으로 119와 병원 간 책임 관계를 설정한 장치였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이제 119 구급대의 사전 확인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사전고지제로 대체된다지만, 이는 병원이 미리 알려주지 않는 한 119는 별도의 확인 없이 임의로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119 입장에서는 중앙 시스템에 아무 고지가 없으면 받을 수 있다고 간주하고 환자를 데려갈 것이고, 만약 해당 병원이 이미 만원이거나 전문의 부재 등으로 환자 처치가 어려운 상황이어도 일단 수용을 강제당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초기 이송 단계의 어려움은 줄어들지 몰라도, 결국 해당 병원 의료진이 감당 못할 환자를 떠맡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다시 말해 119 단계에서의 조율 책임이 약화된 만큼 그 여파는 병원 응급실의 몫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의 응급의료진들은 “119가 무턱대고 환자를 내려놓고 가버리는 경우가 생길까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법안은 기존 제48조의2 대신 상황센터 주도의 이송·전원 조정체계를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119 구급대가 어떤 기준으로 어느 병원에 우선 이송할지에 대한 규범이 불분명해진 측면도 있다. 즉, 제48조의2의 성급한 삭제는 119구급대의 역할과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자칫하면 응급실 현장 의료진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일곱째, 응급의료 수가 지급 기준의 부당성(성과연동 평가체계의 문제점)이다. 개정안은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수가 지급)을 “응급환자 수용률”, “최종치료 제공률”, “진료 성과” 등 평가 지표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예를 들어 전원율(다른 병원으로 전송한 비율)과 최종치료율(응급환자를 해당 병원에서 최종 처치까지 완료한 비율) 등을 성과지표로 삼아 평가 결과가 우수한 병원에는 응급의료수가를 더 지급하고, 저조한 경우 인센티브를 못 받거나 페널티를 주는 구조를 구상한 것이다. 이러한 성과연동 지급체계는 표면적으로는 응급의료의 질 향상과 책임성 제고를 노리지만, 실제 운영 시 의료기관에 불합리한 부담과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평가 기준으로 제시된 응급환자 수용률과 최종치료율 지표는 자칫하면 의료기관이 현실적 수용능력을 넘어 무리하게 환자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응급실 과밀화와 의료진 과부하를 심화시켜 환자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병원들은 “지표 맞추기식 대응”을 하느라 정작 필요한 탄력적 대응을 못하게 된다. 이는 응급의료 본연의 목적(환자에게 최선의 처치 제공)과 괴리되는 성과의 역설을 낳을 수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최종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들이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심각한 중환자의 수용을 꺼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성과지표 왜곡의 전형적인 부작용으로서, 응급의료에서 가장 위중한 환자가 오히려 기피 대상이 되는 모순을 야기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성과평가 기반 수가지급은 병원 간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병원별 여건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불공정한 결과가 된다. 대형 권역응급센터와 지역 중소병원은 애초에 전문의 숫자, 중환자실 병상, 수술실 가동능력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동일한 “최종치료율” 잣대로 평가하면 역량이 부족한 기관일수록 낮은 점수를 받고 재정지원도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글을 ②에서 이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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