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어도 ‘전략적 유연성’ 허용 안된다

美 인사들 잇단 발언...서서히 한국 압박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보”한 태도 대만 항한 미-중 ‘가상의 전쟁’ 이미 시작 한국, 美요구에 무릎 꿇는 인상 줘선 안돼 국익이 우선...미국은 경거망동 말아야

세계 최대 규모의 미 육군 기지인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치누크(CH-47)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미 육군 기지인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치누크(CH-47)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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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몰아붙일 때가 됐다’

지난 11월 17일 주한미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은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펼쳐놓고 “한국은 중국의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축”이라고 언급했다. 한마디로 유사시 주한미군은 대만해협으로 출동할 것이며 한국은 그러한 미군의 발진기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본국 정부의 지시가 있어서 그런 발언을 했을 것이다. ‘이제 한국을 몰아붙일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미국은 지난 11월 14일 공개된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직전 방한한 대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은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한국군도) 분명히 일정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핵잠이 중국 억제에 활용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언급했다. 케빈 김 대사대리도 지난 11월 20일 한국 핵잠 ‘승인’이 역내 도전 대응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마디로 심각하다.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의원연맹 창립기념 제1회 한미외교포럼에서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한국은 미국의 모범 동맹이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이 중국 견제용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의원연맹 창립기념 제1회 한미외교포럼에서 케빈 김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한국은 미국의 모범 동맹이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이 중국 견제용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팩트시트에 대만문제가 거론되어 있다. “양측은 ... 대만 해협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시키는 것에 반대했다”는 문구가 그것이다. 지난 2023년 윤석열의 발언 때와 유사한 표현이다. 중국이 현상을 변경시킨다면 중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뜻이 들어있다. 지금 중국이 일본 총리의 발언에 격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대만해협 유사시에 주한미군이 전장으로 마음대로 출동할 수 있도록 한국이 협조하라는 얘기다.

2023년 윤석열은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4월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자극했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지역 차원을 넘어선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었다. 당시 중국 외교장관 친강은 “(대만 문제를 가지고)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일본에 대한 중국의 격분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11월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문제의 발언을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다카이치 총리는 “무력 공격이 일어나면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자위대가 미군을 지원하여 중국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당장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한 죽음의 길”이라고 비난했다. 그 후 중국의 반발은 격화일로에 있다.

중국의 반응은 격분과 전방위적 압박이다. 중국의 핵심이익을 정면으로 도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국방부는 11월 14일 성명을 내고 “일본이 대만 정세에 개입하면 반드시 정면에서 공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해군 함정 3척은 일본의 가고시마현 남쪽 해역에서 무력시위도 전개했다.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1월 19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발동한데 이어 앞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도 검토할 전망이다. 일본 총리가 한 말을 취소하기 전에는 단기간 안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왼쪽)이 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왼쪽)이 중국 베이징 외교부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만 침공’ 가능성의 실체는

중국은 과연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중국조차도 모를 것이다. 2021년 11월 미국 의회의 산하 연구소인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USCC: United State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는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공격 준비’를 마치도록 지시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군도 그렇게 전망하고 있다. 2027년은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이다. 시주석은 공식 연설에서 “조국 통일 목표를 확고하게 달성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27년까지 공격 준비를 마치도록 했다는 얘기는 미국의 정보 전문가들이 확보한 첩보로부터 도출된 내용이다.

필립 데이비슨 전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2021년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향후 6년 내에 현실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윌리엄 번스 전 CIA 국장은 2023년 이를 첩보를 통해 알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다. 2027년 설의 근거는 이렇다. 이 해에 중국 공산당의 제21차 당대회가 열린다. 여기서 시주석은 자신의 4연임을 확고히 다지려 할 것이다.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적 준비 완료는 그의 권력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다.

2035년 설도 있고 2049년 설도 있다. 요는 언제가 아니라 중국의 침공 의지다. 여러 설들의 핵심은 침공을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침공 “준비완료”다. 어느 시점까지 준비를 갖춰 그 후 언제든 침공을 실행할 옵션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가상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실제 전쟁은 발발하지 않았지만 강대국들이 첨예하게 대치했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1898년의 파쇼다 사건(영국과 프랑스가 벌인 아프리카 식민지 쟁탈전), 1960년의 베를린 위기,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 1969년의 중소 국경분쟁 등 많다. 지금 대만해협에서 미중의 대치가 전쟁으로 귀결될는지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지만 전쟁의 발발 여부에 상관없이 두 강대국은 이미 적대적 대치 모드에 진입해 있다. 과거의 사례들에서 보듯 이미 ‘가상의 전쟁’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2024년 초에 공개된 넷플릭스 SF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도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지구인과 외계인의 가상전쟁을 다룬다. ‘그들’이 침공해 오기까지 400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인류는 실존적 위협에 맞서 투쟁한다. 인류문명을 지키려는 자들과 삼체문명을 숭배해 지구를 넘겨주려는 자들 간의 투쟁이다. 가상의 전쟁도 전쟁이다.

중국이 진짜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은 현재 대만 방어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전략적 모호성이다. 미국은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지역 동맹국들과의 연합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필리핀,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및 오커스(AUKUS: 미국, 영국, 호주) 등이다. 한국도 그림에 들어 있다.

물론 우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는 않다. 2006년 1월의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성명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주한미군이 출동하면 한국은 지역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그러니 그걸 모르지 않는 미국이 지금 한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한국이 마치 미국의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다. 물론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다. 절대 경계해야 한다.

무대응으로 넘어가선 안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과 같은 미국의 언행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경고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절대시 해 미국의 언행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일본의 처지를 보면 된다. 겁을 먹으라는 말은 아니다. 공연히 외교적인 재앙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사실 그것은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비밀리에 했어야 하는 얘기다. 남아공에서 리창 총리에게 다시 얘기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한중관계의 정상화는 매우 안정적인 기반 위에 서는 셈이다. 만약 그 때 얘기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말해야 한다. 내년 초 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 반드시 말할 일이다. 물론 그 전에라도 고위급 교류를 통해 우리의 진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 중에 이 대통령 후보는 미국 타임지 인터뷰(5월 29일)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을 돕겠느냐’는 질문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려 할 때 그 답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400년 후라는 얘기였을까?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사안이다. “조국 통일 목표를 확고하게 달성할 것”이라는 시주석의 발언은 평화통일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은 그 가능성을 분명히 존재하는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미국이 한미일 3국의 대중국 군사동맹 결성을 위해 위험성이 현존하는 것으로 ‘뺑끼’를 치고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 필리핀, 쿼드, 오커스에도 미국은 유사한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일까?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존립위기 사태’ 발언 역시 속임수인가? 아니다. 일본 총리는 분명히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현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뺑끼를 쓰든 아니든,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침공하든 아니든 상관없다. 요는 그런 가능성이 모든 관련국들의 인식체계 안에 살아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비록 그것이 허상이라 할지라도 그 허상을 둘러싼 우군과 적군의 진영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또 핵심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위 ‘가상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그렇고 “삼체”의 전쟁이 그러하듯 가상의 전쟁도 엄연한 실존적 위기의 전쟁이다. 대만해협의 가상전쟁은 실제의 외교 전쟁이다.

한국이 미군의 발진기지가 될 순 없다

그 전쟁에서 우리가 왜 누구 편을 들어야 하겠는가. 왜 우리가 주한미군이 그 전쟁으로 출동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겠는가. 국익을 생각할 일이다. 한미동맹이 곧 국익이라는 등식은 어디에도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국익이요 삶이다. 한미동맹에 집착하다가는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왜 우리가 공연히 미군의 발진기지가 되어 중국의 타격목표가 되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미국을 위한 총알받이가 아니다.

실제로 전쟁은 일어날 것인가? 그 시점은 언제일 것인가? 몇날 며칠을 특정할 수는 없어도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할 것이냐에 대한 전략적인 질의응답은 필요할는지 모른다. 대만의 독립선언 시점일 수 있다. 또 미국의 오판이 있을 수 있다. 과거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베트남 참전의 빌미를 구했듯 대만해협에서도 유사한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는 주한미군의 출동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국이다. 미국은 경거망동 말라!

글쓴이

더칼럼니스트

이경렬은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다. 1985년에 외무부에 처음 들어간 이후 약 15년 이상을 해외에서 지냈다. 보스턴, 파리, 텔아비브, 하노이, 워싱턴,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바르샤바, 루안다(앙골라)가 그의 활동 공간이었다. 코이카 창설, 우리나라의 OECD 가입, 한미 FTA 협상의 과정에 관여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을 협상했고, 보건복지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총괄했으며, 2014년부터 2년간 앙골라에서 대사로 일했다. 퇴직후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칼럼, 인류문명 비평서 등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창천이란 필명으로 “명품외교의 길: 좌파 외교관이 보는 한국외교”(2025. 3, 진인진), “브라보 한미동맹: 숭미동맹의 그늘 벗어나기”(2025. 8, 진인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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