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저출산을 극복하는 방법
[김형진의 걸쭉한 뉴질랜드 이야기] 출산율 1.62명에 인구 유출로 고심 1990년대 노동력 위해 문호 개방 유럽, 중국, 인도 출신 많아...한국 1%불과 다양한 인구 구성 장점도...한국도 개방을?
뉴질랜드에 몰려오는 이민자들
몇 년 전 제가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같이 일하던 동료 중에 이름이 샤웨따(Shaweta)라고 하는 인도에서 온 스무살을 갓 넘긴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친절하고 일도 잘해서 동료들이나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저희 둘 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 전혀 경험이 없던 식당 일을 ‘악덕 업주’ 밑에서 하고 있던 같은 처지였고, 어린 나이에 남의 나라에 와서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해서 잘 대해주고 친하게 지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샤웨따에게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지시 혹은 부탁을 하면, 항상 대답 대신 미소를 살짝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갸우뚱합니다. 제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그러는 줄 알고 다시 자세히 설명해 주려고 하는데, 어느새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인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우리가 고개를 끄덕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 표현이었던 겁니다.
뉴질랜드 통계국의 인구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을 기준으로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총인구는 약 522만 명이라고 합니다. 뉴질랜드도 다른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저조한 출산율’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속적인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 출산율은 OECD 평균(1.58명)을 살짝 웃도는 1.61명 수준입니다.
게다가 농업과 목축 그리고 관광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만한 산업이 별로 없는지라, 많은 젊은이들이 더 많은 기회와 더 높은 연봉을 찾아 호주나 영국, 심지어 싱가포르로 떠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클랜드 대학에서 IT를 전공하고 있는 제 아들도 졸업하면 호주에 있는 회사로 취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조한 출산율과 청년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는 조금씩 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는 이민자들이 바로 그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인구 구성은
1840년 마오리들의 토지와 재산을 보호해 주는 대가로 통치권을 영국에 양도하는 와이탕이 조약(Treaty of Waitangi, Te tiriti o Waitangi)이 체결된 후 본격적인 영국인들의 이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뉴질랜드 회사, 오타고 협회, 켄터베리 협회 등 이주(移住)공사들이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식민지에 필요한 대장장이나 목수 등 각종 기술자, 의사, 수의사, 농부 등을 모집해서 뉴질랜드 각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반 시설이 다 되어있다는 모집 광고와는 달리, 이들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그저 황무지와 숲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모든 재산을 다 털어 이주공사에 지불하고 부푼 가슴을 안고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온 이들은 그 신천지의 모습을 보고는 매우 황당해 했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어쩔 도리 없이 숲을 개간하고 황무지를 일궈내서 길을 닦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 시작했던 그들의 노력 덕분에 훗날 뉴질랜드는 세계 제일의 낙농 대국으로 우뚝 서게 됩니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인들이 대대적으로 건너온 후 한동안 이민에 소극적이었던 뉴질랜드는 1990년대 이후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이민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유럽인들 외에도 중국, 인도, 사모아, 통가 등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로 이주해 왔는데, 드디어 2010년에는 한 해 동안 중국인 이민자 숫자가 영국인 이민자의 숫자를 넘어서게 됐습니다. 아래 그림은 전체 인구 구성 중 마오리들이 아시안들보다 약간 높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마오리의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약 20년 후에는 아시아계 인구가 마오리의 숫자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단연 중국이 가장 많고, 인도, 필리핀에 이어 우리나라 이민자들이 네 번째로 많습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을 키위(Kiwi)라고 부르는 것처럼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들을 코위(Kowi=Korean+Kiwi)라고 하기도 하는데, 코위의 숫자는 전체 뉴질랜드 인구의 1%가 채 안되는 4만명 수준입니다. 뉴질랜드 내에서는 소수 민족이라고 볼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은 우리 민족 특유의 근면, 성실함을 무기로 다양한 분야의 업종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각 나라 사람들의 특징은
흔히 섬나라 사람(Islander)이라고 불리우는 남태평양 출신 이민들은 외모로 보면 마오리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합니다. 힘도 세고 체력도 좋은 데다가 유연함까지 갖추고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럭비 등에서 각종 운동 선수로 활약하기도 하고, 힘을 쓰는 일이 많은 농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중국 이민자들은 특유의 상술과 단결력 그리고 자본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지역에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 장사가 잘되면, 다른 한국 사람이 그 바로 옆에 비슷한 업종의 식당을 오픈합니다. 파이를 나눠 먹는, 아니 뺏어 먹는 격이죠. 반대로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 잘 된다면, 다른 중국 사람은 그 옆에 야채 가게를 열고, 또 다른 중국 사람은 그 옆에 정육점을 엽니다. 파이를 키워서 차이나타운을 만든다는 겁니다. 물론 중국에서 들어온 자본이 뉴질랜드 부동산 가격에 큰 거품을 불어넣은 횡포를 부렸지만, 이런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게 살아가는 현명함을 이민 온 한국인들도 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 젊은 인도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은 버스회사에서 일하면서 받은 돈의 대부분을 고향에 송금합니다. 그 돈으로 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먹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과장이겠지요. 버스를 운전하면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에, 일은 힘들지만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트럭회사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도 이민자들은 성실함과 교활함에 가까울 정도의 영리함, 그리고 뛰어난 영어 실력 등을 바탕으로 사회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인도에서 온 샤웨따는 제가 영주권을 받을 때 너무너무 저를 부러워했는데, 제가 그 식당을 떠난 후 그 한국인 악덕 업주 밑에서 고생만 하다가 결국 영주권도 못 받고 쫓겨났다고 합니다. 원래 샤웨따가 영주권을 신청할 순서가 됐는데, 그 업주가 양해도 구하지 않고 몰래 다른 한국인 직원을 먼저 신청하도록 했던 것이 발단이 되었던 것이죠. 그 일로 업주와 크게 다툰 후, 업주는 말도 안되는 누명을 씌워 샤웨따를 쫓아냈습니다. 결국 다른 지방으로 이사해서 한동안 고생하다가 얼마 전에 영주권을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앉아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저는 틈만 나면 산책을 하면서 다리를 풀어줍니다. 산책을 하다가 오고 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열에 아홉은 서로 눈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백인 남자의 경우, 저를 보면서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고는 지나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왜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지?’ 처음에는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가벼운 인사였던 겁니다. 이것보다 조금 무거운 인사법이 손바닥을 보여주는 것이고, 조금 더 가벼운 것은 눈썹을 한 번 꿈틀하는 것입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행동이 어떤 나라에서는 ‘잘 모르겠다’는 의미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잘 알겠다’는 뜻이고, 또 다른 나라에서는 ‘안녕’이라는 인사로 쓰고 있으니, 참으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동작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작년 2분기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OECD국가 중에 제일 낮은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끔찍한 결과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겠지만, 적극적인 이민 정책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민을 나가는 나라에서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될 차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외국인 노동자의 대우나 처우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아직까지도 약간 폐쇄적인 우리가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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