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은 정말 정치방역을 했나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정책 평가 ①] 정치, 2년5개월간 제대로 작동한 적 있나 정은경 청장등 노력...정치, 답하지 않아 여야·정부, 대선때 거리두기 완화 ‘패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 1차유행에 총력 대응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을 방문 정은경 당시 본부장 등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 1차유행에 총력 대응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을 방문 정은경 당시 본부장 등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20년 1월 1일 새해가 밝은 그 날. 세계의 관심은 중국의 우한으로 향했다. 원인불명 폐렴이 집단 발병했다는 소식에 모두는 2002~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이 바이러스는 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로 확인됐고(이름도 이후에 SARS-CoV-2 로 명명)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중국인 입국금지’ 논란

코로나19는 초창기부터 정치·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됐다. 중국인 입국금지 문제로 진보와 보수가 갈라지더니, 얼마 남지 않았던 총선에 양 진영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전문가를 입국금지에 대한 찬반에 따라 정치적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중국인의 입국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사람(귀국하는 한국인 포함)에 대한 관리 대책이 중요하지 입국을 차단한다고 국내 유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장했지만, 언론과 보수 진영은 ‘좌파 어용학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정치적 갈등이 있든 말든, 바이러스는 서서히 국내 지역사회내로 파고들었으며 대구·경북에서 1차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차 유행이 우리의 예상보다 일찍 그리고 큰 규모로 발생하면서 첫번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다행인 것은 유행이 시작되기 3주전, 코로나19의 진단체계가 질병관리청에서 시도보건환경연구원으로, 그리고 대학병원으로 확대 보급되어서 진단을 못해 의심환자를 격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워크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가 전국에 들어섰고, 갑작스런 감염자의 증가로 의료기관이 수용 못하는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서 관리를 받게 됐다. 대구·경북의 시민들은 자발적 거리두기를 시작하면서 이동량을 70%이상 줄였다. 그렇게 1차 유행을 이겨냈다. ‘보수’의 한복판에서 시작한 유행은 정치적인 노력이 아닌, 의료진과 공무원 그리고 시민이 정치와 무관하게 이겨냈다.

정치갈등 고조됐지만, 의료진· 공무원·시민이 극복

2차 유행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싶었던 극우 교회의 광화문 집회를 통해서 확산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2차 유행에서 극우교회의 광화문 집회를 통해서 감염된 사람은 30% 정도였고, 나머지는 지역사회내에서 감염된 사람이었다. 유행의 책임에 대해서 극우 교회의 광화문 집회가 일정 역할을 한 것이 맞지만, 2차 유행의 모든 책임을 보수교회에 지우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인 공격인데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의 유행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한쪽으로 쏠리게 하고 싶었던 언론의 의도가 있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정치적 논란은 1차 유행 이후 새로운 유행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병상확보를 게을리한 정부의 무능함을 가려주었다. 재난 상황에서 정치와 언론은 비난할 대상을 찾아다니는 ‘늑대’가 되었다.

2차 유행 이후 정부는 두가지 기로에 서게 됐다. 겨울철에 예상되는 3차 유행에 대한 대비와 출시가 가시화된 백신의 확보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겨울 유행을 대비해 중증 병상의 충분한 확보와 의료 취약 계층(분만예정환자, 정신질환자, 투석환자, 수술 환자, 소아환자, 간병이 필요한 노인 환자 등)을 위한 특수 병상 확보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백신 관련해서도 다양한 백신을 사전에 확보해 백신 접종 계획을 조기에 확립하도록 건의했다.

2020년 11월 이후 3차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이 12월, 다음해인 2021년 1월에 예방접종 시작을 알리자 정치권은 백신 확보와 관련해 책임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당장에 중환자들이 병상을 못 찾아 입원 대기가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하는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의 공무원은 백신 도입 문제로 국회에 불려 다니기 일쑤였다.

일해야할 공무원만 불러대고... 보상체계 마련은 뒷전

정치는 3차 유행에서도 중요한 국면마다 발목을 잡았다.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기획재정부나 국회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체계를 갖추지 못해 이때부터 거리두기에 대한 반발이 싹 트기 시작했다. 정치가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갈등을 키우기만 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의료종사자, 방역 담당 공무원들의 고통만 길어졌다. 병상 부족이 현실화되기 직전 행정명령을 통해 중증병상을 대학병원 중심으로 차출을 했고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면서 간신히 파국을 막을 수 있었다. 이 때도 정치가 상황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전신을 갈아내는 고통을 겪으며 자리를 지켰던 의료종사자, 공무원들, 시민들이 이겨냈다.

지난 2021년 2월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빠르게 진행되면서 백신 접종을 통해 안정을 이루려던 방역당국의 계획은 7월 이후 델파변이의 전세계적인 확산과 한국 상륙으로 다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3~4배 이상 증가했고 치명률도 올라간 변이의 출현은 일상회복을 준비하던 우리나라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국무총리 산하에 꾸려져서 일상회복을 향한 점진적인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으나, 델타변이가 수많은 중증환자와 사망환자를 만들어내면서 어쩔 수 없이 비상계획을 발동해 강력한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경제적 취약계층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정치는 이 때도 재난속에서 고통을 받은 어떤 사람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델타변이 대응이 제대로 끝나기도 전에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병독성은 줄었다고 하나 전파력 측면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바이러스였다. 거리두기를 유지하던 상황에서도 확진자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상황의 안정을 위해 거리두기의 지속적인 유지가 필요했고, 취약시설을 보호하고 의료 취약계층의 진료권을 보장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리두기 완화’ 대신 소상공인 보호대책부터 했어야

그러나 병독성이 감소해 치명률이 떨어졌다는 정부의 구호에, 치열한 대선을 치르는 양대 진영의 후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보호 대책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거리두기를 풀어서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공약만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양 진영 대선 후보의 주장에 동조해 정점에 이르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로 했다.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어떤 전문가도 건의하지 않은 ‘거리두기 본격 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델타 유행의 상황이 끝나가는 올해 2월초까지 6천여명의 누적사망자가 발생한 우리나라는 불과 3개월뒤인 5월초 그 숫자가 2만4천명을 넘어섰다. 한창 유행이 악화된 3월말에는 화장장과 안치실이 부족했고 우리나라의 초과사망률은 2년여의 유행기간 가장 높은 증가를 보였다. 만약에 오미크론의 유행상황에서 대선이 맞물리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까 하는 참담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고 난 지금 여야가 35조원에 이르는 추경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만약에 오미크론의 유행이 악화되던 시점에 이 정도의 추경을 정치권이 약속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오미크론이 끝날 때까지 함께 버텨 보자라고 했다면 우리의 오미크론 유행상황은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시간이 지난 이후의 가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치는 2년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우리에게 효용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5월17일 비공개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다.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중에도 그가 국민께 전한 메시지는 '국민들 덕분에'였다.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5월17일 비공개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다.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중에도 그가 국민께 전한 메시지는 ‘국민들 덕분에’였다. 사진=연합뉴스

정치인이 “정치방역 했나” 묻는건 ‘넌센스’

최근에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정은경 청장에게 “문재인 정권이 정치방역을 했냐”고 국회에서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날 나는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정은경 청장님이 정치방역을 할 분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지요. 질병청이나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의견을 내놓더라도 의견을 받아들이고 정책화하고 실행하게 하는 영역은 어차피 정치의 영역이 됩니다. 이전 정권이나 현 정권이나 질병청과 전문가의 의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역사가 판단하게 되겠죠. 정은경 청장께 정치방역을 했는지 정치인이 물어보는 것은 넌센스라는 겁니다. 정치가 재난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 봐아죠. 정치방역이면 어떤가요? 정치와 정치인이 제정신이어서 국민의 생명과 생계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요.”

‘문재인 정권이 정치 방역을 했나, 안했나’를 논할 상황이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가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반문해야 한다. 이 질문은 윤석열 정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민은 정치라는 토양 아래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가 재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코로나19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정치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속는 셈 치고 기대해보고 싶다.

글쓴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의사

필자인 이재갑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감염내과를 전공했다. 2009년 조교수 발령 때 신종인플루엔자 판데믹을 겪었고, 2015년 시에라이온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고 한국에 귀국해 격리 중에 부교수가 됐다. 2015년 5월 메르스 유행 상황에서는 즉각대응팀 위원으로 메르스 발생 병원을 자문하러 전국을 다녔다. 코로나19 상황은 여러 감염병 재난을 겪은 필자에게도 매순간이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감염내과 의사로서 버거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하루는 나아질 거라 기대하며 매일 아침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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