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사랑한다면, 지구한테도 잘해주셔요^^

[홍은영의 ‘연대하는 지구인 되기’] 커피원두 99.8%가 찌꺼기로 나와 최근 ‘순환자원’으로 인정..재활용 가능 찌꺼기로 ‘냉장고 자석’ 만들어보세요 다양하게 활용하면 ‘지구지키기’ 실천 !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20대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

커피의 향미는 오래갑니다. 찌꺼기일지라도 커피는 실내를 그득한 향기로 채웁니다. 저는 장애인 20대 친구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커피와 함께 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른 아침 커피를 내리고 쿠키를 굽는 이곳 보호작업장의 장애인 친구들은 대부분이 20대 친구들입니다. 커피와 제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다른 몇몇의 직원들과 함께 자활과 자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장애인 친구들에 비해 성취 속도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몇 년 동안 충분히 반복하고 훈련했기에 매우 능숙하게 맛있는 쿠키를 구워 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작업장에서 배우는 직업기술 이외에 공예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가지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필자인 저는 이들에게 다양한 공예기술을 체험하게 하는 예능강사입니다. 10년 전부터 학교나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지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있는 보호작업장에서 20대 장애인들이 커피박을 물과 1대1로 섞어서 반죽하며 모양을 만들고 있다. 사진=홍은영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있는 보호작업장에서 20대 장애인들이 커피박을 물과 1대1로 섞어서 반죽하며 모양을 만들고 있다. 사진=홍은영

커피 만들고 난후 찌꺼기

오늘은 커피향 가득한 커피박(粕)으로 수업을 했습니다. 손에 닿으면 극세사 이불처럼 보드랍고 살짝 차가운 느낌의 고운 가루인데, 이게 우리가 커피콩에서 원하는 성분을 추출하고 난 후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입니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약 16~17g의 커피박이 나와요. 한잔의 커피에 사용되는 커피원두의 99.8%가 모두 커피박이 되는 셈이죠. 이것들은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이 되어야 하는 아주 짧은 불꽃인생을 타고난 운명이죠.

원두를 곱게 분쇄하고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마신 커피는 우리에게 즐거움과 깊은 향미를 선사하지만,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의 처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아마 별로 없을 것입니다. 여태까지 커피박은 허가받은 업체만 수거, 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 관리법’상의 규제가 있었기에 늘어나는 커피박을 처리하는 것이 골치거리였죠.

그러나 최근에 환경부가 재활용 환경성 평가제도를 통해 이 커피박에 대해 유해성이 적고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높은 물질로 보고 ‘순환자원’으로 인정하였습니다. 이렇게 폐기물로 커피박을 구제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커피박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구환경도 지키자는 생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냉장고 자석’을 만들어요

우선 쉬운 것부터 해볼까요.

볼(bowl)에 커피박과 물을 1 대 1 비율로 섞어 반죽한 후 치대어 성형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이어 여러 갖가지 다양한 모양의 쿠키틀로 찍어냅니다. ‘냉장고 자석’을 만드는 수업입니다.

촉감은 밀가루 반죽보다 덜 말랑거리긴 해도 원하는 모습으로 성형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어느 대상이건 즐거운 체험이 가능한 효자로 기사회생하는 순간이죠.

이어 잘 건조시키고 색을 칠한 후에 뒷면에 자석을 붙이면 끝납니다. 냉장고에 짱짱하게 붙여놓으면 우리와 공생하는 멋진 냉장고 자석으로 커피박이 재탄생하게 됩니다. 다시 살자~ 살아 줘서 고맙고! 이런 수업할 때마다 그 기분에 우리들은 항상 너무 신나죠^^

지금, 이것이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건조한 지 하루가 지나야 수채화 물감이나 페인트마카로 색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그후 일주일 동안 단단하게 굳어지기까지 두 세번 뒤집어 주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커피박을 반죽한 재료를 쿠키틀로 찍어낸 다음 말린 후 수채화물감이나 페인트 마카로 색을 입히는 장면.
커피박을 반죽한 재료를 쿠키틀로 찍어낸 다음 말린 후 수채화물감이나 페인트 마카로 색을 입히는 장면.

찌꺼기를 재활용해야 하는 이유

한국인 성인 1명이 1년간 소비하는 커피 양은 전세계 평균보다 3배나 많으며, 한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이미 2019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커피 판매점은 10만 곳에 이르며 연간 커피 수입액 또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우리가 커피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를 땅에 묻어 매립할 경우 땅 속에서 ‘메탄’을 뿜어내 이산화탄소의 34배에 달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커피박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자동차 1만대 이상이 동시에 뿜어내는 매연과 같은 수준의 양이라고 합니다. 커피박 1톤을 소각할 때 무려 334㎏ 탄소가 남습니다.

커피는 식품이라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음료를 우려내고 남는 찌꺼기는 모두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합니다. 다른 음식물 쓰레기는 살균과 고온 처리과정을 거쳐 퇴비나 사료로 활용이 되지만, 커피박은 질소 함량이 높아서 과다하게 사용하면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잔존 카페인을 동물이 섭취했을 경우 좋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아서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구로구에 있는 '카페 다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곳이다. 카페 다울의 총괄매니저가 장애애인이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 '냉장고 자석'을 자랑스럽게 보이고 있다.
구로구에 있는 ‘카페 다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곳이다. 카페 다울의 총괄매니저가 장애애인이 만들어 전시하고 있는 ‘냉장고 자석’을 자랑스럽게 보이고 있다.

커피를 위해, 지구를 위해

지금부터 작은 실천을 해보자고요. 우선 집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이 있다면, 실온이나 전자레인지에 넣어 잘 건조시킨 뒤 종이컵에 담아 신발장이나 냉장고에 두면 훌륭한 탈취제로 쓸 수 있습니다. 칼륨, 인, 마그네슘, 망간 외에도 30여가지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소량을 화분에 뿌려 비료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커피박에서 나는 독특한 향을 해충과 곤충이 싫어하기 때문에 개미나 벌레들이 출몰하는 곳에 두면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조심해야 할 것은 커피박의 수분을 완전히 날려줘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베란다에 두고 며칠마다 뒤집어 가면서 건조시키는 번거로움만 참아낸다면 이미 우리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에 사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건강한 지구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건강한 아이들이 자라고, 물속 물고기들의 활기찬 움직임도 여전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는 얼마든지 우리에게 더 좋은 놀이터를 빌려 주려고 할 것입니다.

글쓴이

홍은영 폴라리스솝 대표

홍은영은 천연비누를 생산하는 폴라리스솝 대표다. 대학에서 유아교육, 사회복지, 농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학교예능강사, 직업교육강사, 특수학교종사자, 방과후 강사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 10년동안 학교에서 장애인 친구들의 자립을 돕는 기술교육을 하고 있으며 사회이슈와 지구환경, 보호종료 아동, 우울증 노인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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