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이 최고점일지 모른다
[성승현의 차트로 세상 읽기] 추세가 꺾였다 단언할 수는 없으나, 나스닥을 위시한 주요한 많은 차트들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할 때”
주식시장은 합리적인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시장은 매우 즉흥적이며 변덕도 심하다. 따라서 이런 시장을 예측하는 것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미래의 주가를 알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부분 그들만의 분투로 끝나곤 만다. 차라리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다. 최근에 개발된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들은 얼추 근접한 결과를 내놓는 수준까지는 발전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아직은 먼 얘기다. 주식시장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자연계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필자 최근 대학교 과 동기를 만났다. 필자가 경제학과를 전공했으니 그 친구 역시 경제학 전공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경제(학)과를 괜히 갔어. 주식투자 하는덴 하나도 도움이 안돼.”
필자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과거 대학교에서 배운 경제학 이론은 정말 투자하는데 단 요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었다. 시장은 결코 내가 배운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경제학을 벗어난 주식시장
지난 몇 년간의 주식시장 또한 그러하다. 2023년 초부터 최근까지 전세계 주식시장은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그런데 우리가 배운대로라면 그동안의 상승은 다소 의아스럽다. 금리는 높아져 있는데다 물가수준이 지나치게 높았고, 전세계 경기 역시 미국을 제외하곤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승장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장 용어중에 ‘Bad is Good!’이라는 말이 있다. 나쁜 소식이 오히려 좋은 소식이라는 얘기다. 지난 상승장이 그랬다. 나쁜 뉴스가 나오면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특히 고용이 악화됐다는 뉴스가 나오면 시장은 되려 반색하며 오르기 바빴다.
우리가 평소에 익히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보통은 고용이 악화되고 급여소득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경우 주가는 빠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시장은 이를 오히려 ‘금리인하 시그널’로 해석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美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고, 그러면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미리 선반영해 버린 것이다.
반면 경기관련 지표가 좋게 나오기라도 하면 주가는 떨어졌다. 금리인하 결정이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이 역시 우리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반응이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은 제멋대로이다.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9월 첫째주 주가 역시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사실 8월이 마감된 시점만 하더라도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처럼 보였다. 월초 일본 중앙은행의 뜬금없는 금리인상 결정에 전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美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낮은 것으로 나오자 곧바로 반등해버리고 말았다.
이후 미국 경제가 결코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데이터들이 연달아 발표되자 주가는 언제 떨어졌었냐는 듯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였고, 미국 3대지수 모두 역사상 최고 수치를 갱신하기 바빴다.
재밌는 것은 8월의 상승을 견인한 뉴스들 대부분 앞 전에 발표되었다면 오히려 금리인하를 지연시키는 쪽으로 기능할 것으로 판단, 주가를 떨어뜨렸을 터인데, 이번엔 또 경기 자체만으로 판단하여 주가상승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처럼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게 주식시장이다.
결국 이런 일이 지난 주에 또 반복되었다. 美 연준의 2인자가 ‘빅컷’ 얘기를 꺼내자마자 시장은 경기하듯 폭락하였다. 빅컷이란 금리인하를 0.25%씩 안하고 0.5% 이상 크게 내리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건 증시엔 호재다. 더군다나 금리인하야말로 시장이 그렇게 오매불망 바라오던 바가 아니던가. 지난 수 년간의 상승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발생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금리인하를 과감하게 하겠다는 뉴스가 발표되자마자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 금리인하 자체보다는 금리를 빅컷으로 인하해야 하는 이유에 더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이쯤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일이다.
너무나도 합리적인 주식시장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한 번 묻겠다. 주식시장은 합리적인가? 그렇다. 시장은 매우 합리적이다.
시장은 변덕을 부리기도 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필자가 시장이 합리적이라 보는 것은 시장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똑같은 뉴스에도 어떨 때는 상승쪽으로 반응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크게 하락하는 것은 그때마다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뀌면 대응도 바뀌는 것이 합당하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시장에서도 그래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니 최근의 주가하락 역시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금리인하에만 기댈 수 없는 부담스런 징조들이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막상 금리인하가 시행되는 순간 시장은 정말 크게 하락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장은 금리인하 뒤에 존재하는 경기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하락 이슈 말고도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일본의 엔화 가치 상승이다. 일본 엔화의 가치상승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까지 엔화의 초저금리를 활용한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투자가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져 왔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각국의 금리차를 활용해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대출한 자금을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국제적 투기방식을 ‘캐리 트레이드’라 부른다. 미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나라가 2022년부터 급격히 금리를 올릴 때 일본은 초저금리를 고수했는데 이를 이용해 대규모의 ‘엔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했다.
당시 캐리 트레이드된 엔화의 규모는 추정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4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게다가 엔화와 관련된 스왑시장(미래 특정한 날짜에 타국 통화끼리 일정 환율로 바꾸기로 체결한 계약)의 규모는 무려 14조 달러가 넘는다 한다. 이게 어느정도 큰 규모냐 하면 한국 지난해 GDP가 약 2조 달러였다.
이 거대한 자금중 일부가 해외자산에 투자되어 있었던 것인데,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막대한 환차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8월초 전세계를 강타한 주식시장 급락은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상승을 의미한다. 덕분에 전세계, 특히 아시아 증시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던 엔화자산의 본국 회귀가 촉발되었고 이로 인해 그 사단이 난 것이었다. 만약 일본 중앙은행의 재빠른 금리인상 철회가 없었다면 당시 세계 금융시장은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 그만큼 엔화 가치 상승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녔다고 보면 된다.
일시적으로 파국은 막았지만 그렇다고 위기상황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엔화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최근 엔화 해외선물 지수의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 발표했지만 시장은 이를 의심하는 눈치다. 현재 일본은 금리를 인상하지도, 그렇다고 지금의 초저금리를 유지하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걸려 있다. 그리고 결국엔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 시장은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자의든 타의든 일본의 금리가 인상되고 엔화가치가 상승하면 이는 전세계 금융시장엔 최악이다. 화약은 넘칠만큼 가득한데 지금은 그 뇌관이 타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시장을 경색시키는 진정한 악재는 미국의 고용지표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6월의 4.1%보다 오른 4.3%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0.2% 상회하는 수치다. 7월 미국에서 창출된 일자리(농업부문 제외) 역시 11만4천개로 이전 12개월 평균 21만5천개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전문가 전망치 18만5천개보다 훨씬 적었고.
사실 이는 미국 금융계가 그토록 염원해오던 결과였다.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가 늘어야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번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되자 난리가 났다. 지나치게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이 수치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정도면 이제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라 시장이 판단한 것이다.
‘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실업률 평균이 지난 12개월간 최저 실업률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가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지난 5, 6, 7월 미국 실업률 평균은 4.1%였고, 지난 1년간 가장 낮았던 실업률은 2023년 7월의 3.5%였다. 샴의 법칙대로라면 미국의 경기침체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무려 0.6%나 높게 나왔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준 2인자가 빅컷 가능성을 열어두자 9월초부터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금리인하를 통한 유동성 증가에 환호하기에는 금리를 그렇게까지 크게 인하해야 하는 이 엄혹한 현실이 더 경악스러웠던 것이다.
매그니피센트7 주식의 추락
이 시점에서 지난 1년간 세계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을 주도해 왔던 美 기술주들의 향방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매그니피센트7’ 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실제로 시장이 이들과 함께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기류가 바뀌었다. 특히 빅테크 기업에 대한 향후 수익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AI 거품론’까지 일 정도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만큼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달전 AI 기술발전에 그렇게 열광하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는 모습이다.

덕분에 엔비디아를 위시한 매그니피센트7의 차트들 역시 무너지는 추세가 역력하다. 영화에서도 주인공 7명이 다 살아남았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기술주들 차트 역시 그러하다. 어떤 것들은 굳건해 보이지만 많은 종목들의 차트가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한두 종목만 그렇다면 무시하겠지만 많은 종목들이 추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때 시장을 풍미했던 기술주들의 차트를 종합적으로 보더라도 시장은 이미 지금까지는 다른 추세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주가 상승중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그다지 좋은 징조는 아니다. 손바뀜이 심하다는 것이고, 무언가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몇 주간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증시의 변동성은 심상치 않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지금까지 미국의 성장률을 지탱해왔던 고용지표에서 심각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이젠 본격적으로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 증시를 떠받쳐온 엔비디아 등 기술주들의 차트는 한풀 꺾이는 모습이고, 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의 추가 상승쪽에 무게를 둔 상황이라 이는 엔화가치를 상승시켜 또 다시 시장을 심각하게 교란시킬지 모른다.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던 중동문제 또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미국 대선 결과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일련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어쩌면 시장은 이미 역사적 고점을 찍었는지도 모른다. 시장은 언제나 최고점을 갱신하길 갈망하지만 영원한 상승은 없을 뿐더러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몇 가지 훑어본 것만으로 추세가 꺾였다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나, 나스닥을 위시한 주요한 많은 차트들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아있는 미래야 뻔한 것이리라. 지금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할 때이며, 신규투자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트상으론 이미 꺾이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로서 지나치게 움추려들 필요는 없다. 미리 예견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며,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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