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 살인집단 KKK 어떻게 응징했을까
[박승룡의 ‘셜록 홈즈, AI와 만나다’] ②서서히 드러나는 KKK 범죄 행각 소총 노리쇠 당길 때 ‘쿠 클럭스 클랜’ 홈즈 “오펜쇼 집안, KKK 비밀 들고나와” 집안 몰살...대신해 복수에 나서는 홈즈
①편에 이어
시간의 단서 : 범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다
셜록 홈즈는 나아가 각 편지 발송 시점과 사건 발생 시점 사이의 시간 간격을 꼼꼼히 계산한다. 퐁디셰리에서 발송된 첫 번째 편지와 사건 발생 사이엔 7주간의 간격이 있었다. 반면 던디 소인의 두 번째 편지는 도착 나흘 만에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이 시간의 차이를 단순한 우연이 아닌 물리적 현실의 반영이라 본다. “만약 범인이 증기선을 타고 출발했다면, 편지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도착했을 걸세. 하지만 7주가 경과했네. 나는 그 7주가 편지를 실은 우편선(증기선)과 범인들이 탄 범선 간의 속도 차이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네.”
이는 홈즈가 가설-연역적 추론을 수행한 결과다. “범인이 편지보다 늦게 도착한 이유는 이동 수단의 속도 차이 때문이다”라는 가설을 세운 뒤, 실제 시간 간격을 바탕으로 그 가설을 검증한다. 그리고 “이건 그럴듯한 설명이 아니라, 가장 타당한 결론이다”라고 단정한다.
이처럼 그는 우편선의 속도와 범선의 속도 차이, 각 사건의 시간 간격, 항구 도시라는 지리적 특성을 삼각 측량하듯 조합해 범인의 이동 수단과 현재 위치를 좁혀간다.
마지막 경고 : 시간이 없다
그리고 왓슨에게 말한다. “그러니 자네는 이제 이번 일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갈 것인지, 내가 왜 오펜쇼 청년에게 누누이 조심하라고 강조했는지 알거야.” 존이 받은 편지의 발송지가 런던 동부라는 사실은 범인의 위치가 런던 이외의 다른 곳일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할 뿐만 아니라(제거법), 사건이 이미 문 앞까지 와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낯선 약어와 반복되는 비극, 그 이면의 진실
조직인가, 이니셜인가: 알파벳 세 글자의 정체
존 오펜쇼가 가져온 세 통의 편지에는 모두 공통된 기호 ‘K.K.K.’가 있었다. 이는 단순히 한 사람 이름의 머리글자이거나 어떤 집단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호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힘으로는 검시 배심(검시관이 의심스러운 사망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소집하는 보통 시민 12명 정도로 구성된 조직 – 편집자 주)을 속여 넘길 정도의 솜씨로 두 사람을 해치우는 게 불가능하다. 두 사람이 연이어 사망하고, 그 전에 모두 K.K.K.라고 적힌 편지와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받았다는 이상한 현상도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홈즈는 단독범 가설을 폐기한다(제거법).
이제 조직범죄 가설을 검토할 차례다. 만약 K.K.K.가 특정 조직의 약자라면 다음과 같은 연역적 예측이 가능하다:
● K.K.K.는 폭력적인 목적을 가진 집단일 것이다.
● 이 집단은 조직적 구조와 처벌 방식, 내부 상징 체계를 갖고 있을 것이다.
●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해당 조직의 제재 대상이며, 경고의 의미로 오렌지 씨앗을 받았을 것이다.
홈즈는 왓슨에게 선반에 있는 미국 백과사전에서 ‘K’항목을 찾아달라고 한 다음, 목소리를 낮추고 “자네 혹시… 쿠 클럭스 클랜이라고 들어본 적 없나”라고 묻는다.
그리고 찾아본 백과사전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항목에는 이러한 내용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소총의 노리쇠를 잡아당길 때 나는 소리를 본뜬 이름인 ‘쿠 클럭스 클랜’은 남북전쟁 이후 결성된 비밀 테러 조직으로, 정치적 목적 외에도 흑인 유권자와 반대 의견을 가진 백인들까지 협박, 추방, 살해하는 데 앞장섰으며, 그 표식으로 오렌지 씨앗이나 참나무 가지, 멜론 씨앗을 보낸다. 1869년 이 단체의 활동은 갑자기 중단된다.
홈즈의 가설이 ‘가설-연역법’을 통해 실제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무자비한 추적의 이유
홈즈는 K.K.K.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을 이어간다. “왜 그들이 이 집안을 무자비하게 뒤쫓는가?”
이어 K.K.K.의 활동이 활동이 갑자가 중단되고, 엘리아스 오펜쇼가 미국에서 사라진 시점이 1969년으로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현상을 가장 설명하는 “엘리아스 대령이 조직에 속해 있었으며, 조직 기반에 위험이 되는 중요한 기록을 갖고 도망쳤을 것”이라는 가설을 채택한다(가추법).
그리고 다음과 같이 연역적으로 예측한다:
● 서류 안에는 조직의 명단이나 활용 내역, 특히 남부의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들어 있을 것이다.
● 조직의 존립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든 서류를 회수해야 했을 것이다.
● 이를 회수하기 위하여 엘리아스 대령뿐 아니라 그의 유산을 이어받은 아버지 조셉과 존까지 제거하려 할 것이다.
실제 존이 홈즈에게 보여준 서류의 일부에는 이름과 함께 그 옆에 ‘오렌지 씨앗 발송’ ‘제거’ ‘추방’ 등의 단어가 쓰여 있다.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조직의 은폐된 폭력의 역사가 통째로 드러날 수 있는 치명적인 증거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삼촌과 아버지에 이어 존도 템즈강에 빠져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이렇게 홈즈는 가설로부터 예측을 만들고, 현실과 비교해 검증하는 가설-연역법을 활용해 왜 K.K.K가 오펜쇼 집안을 쫓는지 그 전모를 밝혀낸 것이다.
오펜쇼를 대신한 복수, 선박과 선장의 특정
존 오펜쇼마저 익사체로 발견되자 홈즈는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 무뢰배들을 응징하는 일에서 손을 떼지 않겠다”라고 다짐한 뒤, 직접 수사에 나서 “오펜쇼를 대신해서 복수할” 단서를 찾아낸다.
이 단서를 찾기 위해 홈즈는 먼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운다:
“범인들은 미국 선적의 배를 타고 움직일 것이며, 1883년 1월에서 2월 사이에 인도 퐁디셰리 항에 기항했고 1885년 1월경 던디항에 기항했다가 최근 런던항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즉시 영국 로이드 선박 등기소의 과거 등기부를 뒤져 1883년 1월에서 2월 사이에 인도 퐁디셰리 항에 기항했던 모든 선박들 가운데 론 스타호에 주목한다. 론 스타란 지명이 런던에서는 사라졌지만 미국의 어느 주의 도시 이름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홈즈는 눈앞의 현상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가설을 선택하는 가추법을 이용해 확인한다.
그 다음 던디항의 등기부를 찾아보고 론 스타호가 1885년 1월에 거기 기항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그리고 현재 런던항에 정박 중인 선박들을 조사해 론스타호가 지난주에 앨버트 부두에 도착했음을 알아낸다.
여기서 홈즈는 자신이 세운 배 관련 가설이 실제 항만 기록, 조사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관찰해 사실로 입증하는 가설-연역법을 활용했다. 홈즈는 나아가 그 배의 화물을 운반한 하역 인부에게서 선장이 토박이 미국인 칼훈이라는 사실도 알아낸다.
그러나 홈즈는 ‘법적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론 스타호가 이미 미국을 향해 떠났기 때문이다. 이에 홈즈는 “그들이 우리에게 한 방식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도리”라면서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작은 봉투에 담아 칼훈 선장에게 보낸다. 미국 경찰에 그와 그의 패거리들이 저지른 범죄의 실상과 증거를 담은 편지도 발송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뒤 대서양 한복판에 ‘L. S.’라는 글자가 새겨진 부서진 선미 조작이 파도에 떠다니는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자연의 정의’가 실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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