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책 쓰다 그에게 스며들어버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왜 그를 칭찬했을까 ‘민주당 서울시장후보’ 급부상한 정원오 그를 취재하고 책 쓴 이정훈의 시선 “그는 유권자 아닌 사람을 대한다”

언론과 인터뷰 중인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 연합뉴스
언론과 인터뷰 중인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 연합뉴스

작가로서 누군가의 삶을 기록한다는 건 그 사람의 호흡을 흉내 내보는 일에서 시작한다. 책 『스며들다, 정원오』를 집필하며 지난 몇 달간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궤적을 좇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처음에는 ‘행정가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직업적 냉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원고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쯤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라,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기념사를 하고 있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기념사를 하고 있는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사람들은 흔히 유능한 정치인에게서 세상을 단번에 뒤집을 카리스마나, 듣기만 해도 압도되는 거창한 비전을 기대한다. 하지만 내가 옆에서 지켜본 정원오는 그런 영웅의 서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그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어른에 가까웠다. 내가 그에게 반해버린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표가 되지 않는 일, 오히려 표가 떨어질 일

정치인은, 아니 모든 선출직은 본능적으로 ‘표’를 계산한다.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될까? 지지율이 오를까? 그래서 보통은 생색이 나고, 화려하고,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는 일에 몰두한다. 하지만 정원오는 셈법이 달랐다.

성동구에는 구청이 상주(喪主)가 되는 날이 있다. 가족 없이 홀로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한 공영 장례식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 이 사업은 정치적으로는 남는 장사가 아니다. 돌아가신 분은 투표권이 없다. 찾아올 유족도 없어 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왜 내 아까운 세금을 연고도 없는 사람들 장례 치르는 데 쓰냐며 싫어하는 주민들도 있을 수 있다. 표가 되기는커녕, 자칫하면 표가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행정가가 외면하거나, 법적인 최소한의 처리만 하고 마는 이 지점에서 정원오는 정면으로 들어간다.

‘가난하게 살았다고 해서, 가는 길마저 쓸쓸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요.’

그는 구청 직원들이 상복을 입고 상주 노릇을 하게 했다. 술 한 잔 올리고, 국화 한 송이 놓아드리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세금 낭비 아니냐며 우려하던 주민들이 하나둘 빈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인을 위해 조용히 국화꽃을 놓아주고, 꼬깃꼬깃한 조의금을 넣고 가기도 했다. 그의 진심이 계산적인 우려를 넘어 주민들의 마음까지 움직인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그가 다른 행정가들과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유권자를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고 있었다. 표 계산보다 인간의 존엄을 먼저 계산하는 사람. 이것이 내가 발견한 정원오 행정의 진짜 힘이다. 진심은 계산기 두드릴 때 나오는 게 아니라, 손해를 감수할 때 증명되는 법이니까.

성동구 관내 치안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동구 관내 치안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내 전화번호는 정책 아이디어 뱅크입니다”

보통의 행정가들에게 ‘민원’은 피하고 싶은 골칫덩어리다. 하지만 정원오의 눈에는 그것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그는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를 처치 곤란한 불만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생생한 정책 아이디어로 받아들였다.

‘구청장인 저보다 매일 그 길을 걷는 주민들이 문제점과 해법을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휴대폰 번호 공개는 28만 구민을 정책 자문단으로 위촉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스마트 쉼터’ 같은 성동구의 혁신 정책들은 책상이 아닌, 주민이 보낸 문자 한 통에서 시작되었다. 남들이 소음이라며 귀를 막을 때, 그는 그 속에서 보석 같은 아이디어를 캐낸 것이다.

주민과 소통하는 정원오 구청장.
주민과 소통하는 정원오 구청장.

강요가 아닌 기다림으로 만들어낸 상생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성수동이 몸살을 앓을 때도 그는 쉬운 길 대신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법으로 찍어 누르는 불도저식 행정 대신, 건물주들을 찾아가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설득했다. ‘같이 살아야 사장님 건물값도 지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수십 번을 찾아가고 기다렸다.

그 기다림 끝에 건물주와 임차인이 ‘상생 협약’을 맺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는 자신이 빛나는 주인공이 되려 하기보다, 주민들이 서로 손을 잡게 만드는 배경이 되기를 자처했다.

긴 취재를 마치며 나는 이 기록이 단순히 한 행정가의 업적을 나열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에 대한 보고서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 엑스를 통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일잘러'로 칭찬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 엑스를 통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일잘러’로 칭찬했다. 사진= 연합뉴스

그리고 그 진심은 거짓 없는 숫자로 증명되었다. 최근 성동구 구정 만족도 조사에서 주민 92.9%가 긍정 평가를 보낸 것이다. 이 놀라운 결과 앞에서는 어떤 정치적 수식어도 필요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자신의 엑스(트위터) 계정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솔직한 심정을 남겼을 정도니 말이다.

‘정원오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시장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듯.’

자타공인 원조 ‘일잘러’로 불리는 이재명 대통령마저 혀를 내두르게 만든 이 놀라운 저력. 이제 성동구를 넘어 서울이라는 더 넓은 캔버스 위에서는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지 기대해 본다.

글쓴이

이정훈 『스며들다 정원오』 저자

『스며들다, 정원오』 저자인 이정훈 작가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나고 자랐다. 한영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기업 홍보실, 벤처회사 마케팅 이사로 일했고, 한때 딴지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 노력했다. 지금은 미래전략연구소 정책국장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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