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과 Web 3.0, 소외되는 우리
[최재윤의 속(續) 디지털 권리장전] 네이버, 카카오, 배민, 쿠팡등 시장 독점 약관 동의아래 소비자를 ‘객체화’시켜 소비자, ‘주체’ 지위 찾고, 공정 질서 세워야
우리 데이터를 쫙쫙 빨아들여
이용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요? 온라인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플랫폼 회사에 ‘내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뭐라고 항의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우리는 서비스 가입 당시 깨알 같은 서비스이용약관에 동의를 했고, 플랫폼 회사는 이 동의 받은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저는 대표적 온라인플랫폼 페이스북의 ‘헤비 유저’입니다. 페이스북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약관에 동의한 이후 현재까지 제가 포스팅한 글과 사진, 소통한 페친들, 눌러본 광고 등 제가 만들어낸 수많은 데이터를 페이스북이 쫙쫙 빨아들이고 분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몇 년 동안 깊이 소통해온 페친들과 내 삶이 담긴 포스팅들을 등질 수 없으니까요.
제가 칼럼니스트로서 <더 칼럼니스트>에 올리는 첫번째 칼럼의 주제를 ‘온라인플랫폼’으로 잡은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을 열어보면 화면에 카카오톡, 네이버, 쿠팡, 배달의 민족 등 온라인플랫폼 앱이 대부분 깔려있지요. 이미 이들이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휴대폰 터치만으로 안 되는 일이 없는 놀라운 세상! 그러나 그 뒤에서 플랫폼 회사가 어떠한 수작(!)을 부리는지 우리는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우리 각자는 ‘주체’가 아닌 ‘객체’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객체’가 되니 자연스레 이용당하게 될 수밖에요.

플랫폼이 왜 무서운지 아세요?
자,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온라인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어느 동네에 시장이 생겼다고 해 보겠습니다. 시장 내 상인의 자릿세를 파격적으로 낮추니 여기저기서 상인이 시장으로 모여듭니다. 자릿세가 낮으니 물건도 저렴합니다. 상인이 많으니 파는 물건도 다양합니다.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면서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그렇게 시장은 커져 가지만, 당장은 출혈이 크더라도 낮은 임대료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붓습니다. 계속 몸집이 커지다 보니 주변의 작은 시장이나 동네 슈퍼는 버티기 어려워집니다. 시장은 자연스레 동네에서 독점을 형성하게 되지요. 경쟁자가 없어진 시장은 그동안의 출혈을 만회하기 위해 상인들로부터 받아온 자릿세부터 갑자기 올립니다. 그리고 자릿세를 많이 주는 상인에게 목 좋은 자리를 줍니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물건은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상인들은 어느덧 자릿세 부담이 너무 커지고 시장의 횡포가 심하다고 느껴져 다른 시장으로 옮기고 싶지만 옮길 수가 없습니다. 이미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바로 ‘온라인플랫폼’입니다. 이처럼 온라인플랫폼은 본질상 독점으로 이어져야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인데요. 이 ‘독점’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토종 온라인플랫폼 네이버가 검색을 통한 쇼핑·동영상 서비스를 운영하며 상품 우선 노출 방식(알고리즘)을 자사의 ‘네이버쇼핑’ 등에 유리하게 임의로 조정했다고 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네이버가 부당하게 검색결과 노출 순위를 조정해 검색결과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오픈마켓 시장과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경쟁을 왜곡했다는 공정위의 판단이었습니다.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혹과 함께 직원을 동원해 자체브랜드 상품에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노출 순위를 높이고 소비자 구매를 유도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독점화된 온라인플랫폼은 자사에 유리하게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불공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주주의 이익에 복무하는 주식회사의 특성상 독점 구조를 자사의 이윤 증대에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헤어샵, 카카오웹툰 등 여러 가지 분야의 플랫폼으로 확장했는데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까지 빚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온라인플랫폼의 사업 확장 또한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이미 어마어마한 이용자와 그 이용자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확보했으니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용자의 니즈를 파악한 후 기존 플랫폼에 새로운 사업을 하나 덧붙이면 그만이니까요. 동종 사업을 바닥부터 시작하는 경쟁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지위를 가지는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어떨까요? 데이터기업 모바일인텍스에 따르면 올해 초 배달의 민족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68.81%에 달합니다. 배달의 민족 입점업체는 수수료와 광고료에 더하여 배달비까지 부담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민앱을 이용하는 현실에서 이를 그만두기는 어렵습니다. 상위 노출을 위해서는 광고료를 더 내야 합니다. 게다가 입점업체의 매출에 별점과 댓글의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별점 관리까지 해야 하지요. 일부 소비자들은 별 이유 없이 악성댓글을 달거나, ‘별점테러’를 하는데, 이 경우 입점업체에서는 일일이 사과를 하고 댓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등 과도한 감정소모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도 플랫폼 독점 막으려 안간힘
플랫폼 독점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에 미국, EU 등 주요국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미국은 하원의 반독점 소위원회에서 GAFA, 즉 온라인 플랫폼 공룡기업인 Google, Apple, Facebook(현 Meta), Amazon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법률 제정을 권고했습니다. 그에 따라 작년 6월 미 하원은 플랫폼의 자사제품 우대 및 차별적 취급 등 금지, 플랫폼 사업자의 자사제품 판매 제한,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데이터 권익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발의하였고, 법제사법위원회도 통과됐지요. 물론 공룡 기업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이 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로비에 쏟아붓고 있어서, 법안의 의회 통과 여부는 장담 못할 상황이긴 합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6월 ‘아마존 저격수’로 명성을 떨친 리나 칸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칸은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시절에 작성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을 통해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에게는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이를 토대로 구축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소비자로부터는 데이터를, 판매업체로부터는 과도한 수수료 등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지요.
미국 뉴욕시 의회는 작년 8월 도어대시·그립허브·우버이츠와 같은 배달 앱의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배달 앱이 입점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달 수수료는 음식 값의 15%, 광고 수수료는 음식 값의 5%를 넘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정한 디지털 시장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헌 법률’(이하 온플법) 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예고 했습니다. 국내 시장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정규모 이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하여 ①필수 기재사항을 명시한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 ②계약내용 변경 및 서비스 제한·중지·종료 시 사전통지 의무를 부과하고, ③기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금지조항을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구체화하여 적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러나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도리어 자율규제로 방향을 바뀌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온플법이 온라인플랫폼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인데요. 온라인플랫폼 상에 공정한 거래질서를 마련하여 소상공인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법의 취지가 필연적으로 온라인플랫폼을 발목잡는 일이 되는 걸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온라인플랫폼의 불공정행위와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는 주로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이슈들입니다. 공정한 디지털시장 질서를 확립하자는 것이지요. 서비스 이용자에 해당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이슈는 온라인플랫폼이 우리의 데이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가 서비스 이용을 위해 별 생각없이 클릭 한번으로 약관과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 의사표시한 것이 가져온 ‘나비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온라인플랫폼의 데이터 독점을 통해 우리가 조종 당하는 현실과 우리 각자가 객체가 아닌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거대한 전세계적 움직임, 그리고 우리가 그 흐름에서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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