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 결코 1%가 아닌 다크호스 권영국①

12.3 트라우마로 진보정치 지지 제한돼 1% 득표율이나 지지율은 3% 넘었을 것 실제 정치적 가치는 10%이상 평가해야 5년뒤 차기후보群에 당당히 들어갈 것 그는 더 좋은 미래 위한 ‘특별한 씨앗’

21대 대선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선거운동관계자들. 사진= 연합뉴스
21대 대선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선거운동관계자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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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등장인물

당연한 현상이지만, 대선이 끝나고 나서 지금 이 시간도 국내외의 모든 매체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다룬다. 그 압도적인 매체점유율 추세 속에서, 이 시점에 꼭 불러내서 비중 있게 부각시켜야 할 인물이 하나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다. 그를 만났다. 우리는 식사나 막걸리 한 잔 함께 한 적은 없지만, 시위현장이나 공연장에서 종종 보던 사이다. 그는 나를 바로 알아봤다. 그는 내가 속해 있는 종합예술단 ‘봄날’의 공연에 자주 참가하는 단골손님이다.

21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1% 득표율에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주 보기 좋았다. 오히려 지지자들과 후원자들의 응원과 격려에 상당히 고무된 것 같았다. 그들은 권영국 후보의 미덕과 가치에 마음과 돈을 썼다. 그것은 실로 강한 자력(磁力)이었다. 그로써 한국의 진보정치가 심각하게 위축되거나 고사하는 것을 방어했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면서도 권영국 후보를 유력하게 각인시킨 정치적 사건이었다.

그는 이제 총선 세 번을 포함하여, 이번 대선까지 네 번의 출마경력을 갖게 된 ‘중견’ 정치인이다. 2016년, 2020년, 2024년 총선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첫 번째는 무소속으로 나가서 15.9%, 두 번째는 정의당 소속으로 도전하여 11.6%를 얻었다. 두 번 모두 지역구가 경주시였다. 세 번째는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4번이었으나, 정당득표율이 2.14%에 그쳐서 차례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대선에 출마하게 된 것이다.

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왼쪽)를 만나 기념촬영을 한 필자.
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왼쪽)를 만나 기념촬영을 한 필자.

인터뷰는 현재 보다는 미래, 특히 진보정치의 존재가치와 사명, 현실적으로 낮은 집권가능성,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정치인 버니 샌더스(1941∼ ) 상원의원과 그를 스승으로 여기면서 동지로 함께 하는 지구촌의 여러 진보정치인들 얘기로 채워졌다. 그는 시종일관 겸손하고 신중했다. 진지하게 경청했다. 예의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일부였다. 대선 슬로건이었던 “차별 없는 세상”은 권영국의 인생목표다. 그래서 그 신념과 의지가 강력한 것이다. 그 평등세상의 실현을 위하여 살아왔다. 제도권 정치의 문을 두드리기 훨씬 전부터 그는 이미 그렇게 치열하게 사실상의 정치를 해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고생하면서 나이를 먹어왔지만, 그 60년 세월은 권영국을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소중한 자산으로 벼렸다. 그 혹독한 시간은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특별한 인물들은 늘 그렇게 악전고투의 연단을 통해서 성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과 권 후보의 정책은 교집합도 넓다. 대표적으로 ①공공의료강화 및 지역의료 확충, ②노동권 및 사회안전망 강화, ③ESG·기후·재생 에너지 정책 등에서 차이가 없다. 이런 정도면 연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경우, 거대여당이 의석 1도 없는, 득표율 1%의 작은 정당이라 해서 산술적 셈법으로 접근한다면 그 태도는 옳지 않다. 앞으로 정치가 정상화되고, 더 나아가 품위를 따지는 영역으로 격상된다면, 그런 약육강식 셈법은 자해가 된다.

앞으로 5년 동안, 과연 어떤 훌륭하고 유능한 인물들이 주권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게 될까. 그 중 한 명이 이재명 대통령의 뒤를 잇게 된다. 현재 약진하는 정치인들 가운데 김민석, 조국, 정청래 등의 이미지와 활약상이 떠오른다. 나는 그 후보군에 권영국을 포함시켜야 올바른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5년 동안 아름다운 경쟁을 한다면, 그 자체로 국격이 높아지는 일이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동안 역대 어느 지도자들 보다 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 내란과 그 트라우마를 깔끔하게 극복할 것이고, 전임자가 무너뜨린 경제도 안정권으로 회복시킬 것이다. 국정의 전부문이 함께 진일보할 것이다. 그 든든한 플랫폼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한 차원 더 높이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정치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위대한 성숙을 이룰 지도자는 누구일까. 나는 권영국에게 한 표를 던질 것이다.

6.3 대선과 한국정치의 현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정치인 권영국의 비중은 그가 21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여 얻은 득표율 0.98% 정도일까. 결코 아닐 것이다. 나는 그 열 배 이상으로 본다. 김문수와 이준석을 찍은 사람들 말고 나머지 50%쯤 되는 유권자들 대부분은 노회찬 이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참 좋은 진보정치인 하나가 등장했구나, 하며 속으로 흐뭇해했을 것이다. 다수의 양식 있는 시민들에게 귀한 선물이었다. 나에게도 당연히 의미심장하고 매력적이었다.

21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 왼쪽부터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사진= 연합뉴스
21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 왼쪽부터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사진=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표율은 1%를 넘지 못했다. 이재명이 2위를 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웠지만, 윤석열의 끝없는 폭정과 비정(秕政:백성을 괴롭히고 나라를 망치는 정치)에 이어졌던 12.3 내란의 트라우마가 권 후보가 얻을 수 있었던 5% 내지 10% 득표 가능성을 1%로 축약하고 나머지를 이재명에게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그는 34만 4,150표를 얻었다. 1,728만 7,513표를 얻은 이재명의 1/50이다. 그 수치로만 보면 절망적이다. 당장 정계 은퇴해야 할 수준이다.

그러나 정치가 그렇게 단순하던가. 패자들, 그 가운데 끝까지 완주했지만 ‘꼴찌’를 한 후보나, 두세 번 연거푸 떨어지는 후보들이 다음 선거에서 다시 또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법칙 비슷한 것이라면 김대중과 노무현은 물론 이재명도 결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꿈 큰 정치인들은 불확실하고 위험천만한 격전의 현장에서, “나는 이러저러한 신념과 경륜을 가지고 있다. 여러분이 삶을 신명나게 영위하고 꿈을 흡족하게 이루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저 사람들과 다르다. 나를 지지해달라”고 웅변한다. 그들은 그렇게 스스로 자신이 위대한 지도자라고 주장하며 큰소리친다. 문제는 그들이 그러한 언동을 지속하더라도 야유하거나 외면하기는커녕 민초들은 특정후보를 위하여 시간과 돈을 쓰고 심지어 몸까지 축낸다는 점이다. 놀라운 일 아닌가. 정치는 이처럼 이성, 상식, 합리 위에서 세상을 지배한다.

그 특별한 현상은 먹고 살기 힘들고 일상의 안정과 평화가 언제든지 파괴될지 모르는 환경에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민초들이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학수고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정치적 메시아니즘’이라는 개념이 생겼을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대중은 비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물을 자발적으로 따르고 지지한다. 그 추종세력들은 작게는 살림살이가 좋아지기를 소망하면서 하나같이 나라의 품격이 높아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그 소박하고 아름답고 뿌듯한 꿈을 하늘에서 내려올 구세주 대신 유능하고 인품도 좋은 지도자의 권위에 의탁하는 현상을 막스 베버(1864-1920)는 ‘카리스마 이론’으로 정리했다. 21세기 정치는 100년도 더 된 이론의 우산을 쓰고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권영국의 확장성

권영국 후보와 민주노동당에는 대선 출구조사 득표율이 1.3%로 발표된 직후부터 법정마감 시한인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4억 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답지했다. 예사롭지 않은 징후다. 이는 혼신을 다해 뛰었지만, 준결승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한 선수나 팀에게 주는 감투상처럼 작은 미담꺼리가 아니다. 진보정치의 지속가능성과 이제까지 꿈에 불과했던 대중정당으로의 성장가능성을 확인해준 큰 사건이다.

이재명의 승리가 오늘의 경사라면, 권영국과 민노당을 지키려는 그 손길은 더 좋은 미래를 위하여 자갈밭에 뿌려진 특별한 씨앗이다. 권 후보의 지지층과 후원자들은 20-30대 여성과 가난한 청년, 그리고 여러 종류의 사회적 약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노동자, 농민, 여성, 자영업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을 지지기반으로 하여 그들에게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기로 맹약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당연한 연대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정치적 성향은 양대 정당에 표를 주는 사람들의 경향과 큰 차이가 있다. 비록 1% 정도의 소수 인구집단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데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요구하면서 아울러 기대하고 체크한다. 그리고 신뢰하는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준다. 한 배를 탄 동지들이지만,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보다 까다롭다. 그 연대의식이 민주당이나 야권 지지자들에 비하여 훨씬 더 강하다. 34만여 명의 유권자들과 후원자들 가운데 이재명을 찍은 사람들, 그리고 후원하지는 않았지만, 권 후보가 마음에 들고 더 믿음이 가더라도 ‘이번에는 이재명’을 찍은 사람들까지 합하면, 적게는 50만 명에서 많게는 100만 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는 대선 직전에 실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지율 조사에서 3%가 넘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숫자가 아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경선을 상기하면, 오늘 권 후보의 득표율 1%, 지지율 3%가 5년 후 그의 미래를 규정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자, 돌아보라! 2002년 당시 경선에서 초반은 지지율 35%의 이인제 후보가 압도했다. 정동영 후보가 그 뒤를 쫒았다. 노 후보는 명함을 내밀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10% 안쪽이었지만, 중후반쯤부터 치솟아 이내 파죽지세가 되었다. 한 달만에 41%로 승리하여 후보로 확정, 마침내 이회창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드라마는 정치술수에 능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옳고, 그래서 감동적으로 살아온 사람을 밀어주는 우리 유권자들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오늘의 권영국은 그 노무현과 공통점이 있지만, 많이 다르다. 정치인이든 교육자든 종교인이든 그 누구든,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과 알려진 것 다 합쳐서, 부끄럽거나 악하거나 용서받지 못할 것까지, 여러 가지 결점과 하자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나는 그것을 ‘인간의 보편적 연약함’이라고 부른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올 사람들은 예외 없이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된다. 대부분 그 과정에서 탈락한다.

권영국은 그 시험대에서 현재 예상되는 유력 후보군에 비하여 가장 당당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포철공고, 서울공대를 나왔다. 풍산금속에 취직하여 거기서 노조를 만들다가 해고되고 두 번이나 감옥살이를 했다. 그 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노동전문 인권변호사가 되었다. ‘돈도 빽도 없는’ 민초들이 분통 터지는 일, 가슴 아픈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그와 그의 동료들을 찾는다. 이와 같이 그의 인생역정은 동시대인으로 큰 꿈을 꾸고 있는 정치인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 비해서도 우월한 미덕들로 점철되어 있다. 한마디로 고품격 정치인이다.

그에 더하여, 현재 비정상으로 굴러가는 공공시스템 전반이 이재명시대 5년 동안, 국민만족도 100에 가깝게 정상화될 것이다. 그렇게 바로잡히고 거듭날 대한민국은 권영국에게 가장 유리한 토대가 된다. 지금 여권의 잠재적 경쟁자들은 말할 것이다. “권영국의 1% 득표율, 3% 지지율은 확장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국힘당 지지층을 왕창 끌어가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망상을 멈추라.” 물론 생각은 자유다.

권영국은 지금까지 살아온대로 낮은 등급의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을 것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은 도토리 키재기 식의 소모적이고 반민주, 반민중적인 정쟁에 연루되지도 않을 것이다. 쌀독을 걱정하면서도 가난한 이웃들, 아픈 친구들을 돕고 위태로운 나라를 지탱하는 민초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면서 북만주에 독립군 밀려들듯 합류하는 바르고 다정한 지지자들과 먼 길을 더불어 걸어갈 것이다. 그 어느 날, 1이 10을 넘어 20, 30으로 자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 모두 가슴 벅찬 공동체의 일원으로 감격할 것이다.

미래는 이처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만인을 위한 노선이라고 믿고 지지하고 함께 하는 시대다. 권영국은 이미 그 목표를 일상화하여 살아왔다.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경쟁자들과 함께 우리 대한민국을 온 세상이 본받고 싶고 협력하고 싶어 하는 나라로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한 정치가 바로 정상국가에서 펼쳐지는 정치의 본령이다.

글쓴이

오세훈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필자 오세훈은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이다. 경기신문, 시민언론 민들레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2023년 세계합창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세계적인 합창단 ‘종합예술단 봄날’의 베이스 단원으로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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