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의 등불과 최교진 후보자의 검증

[교육플러스 취재노트] 윤리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할 시대 ‘전교조 교사’출신이란 이유로 낙인 전 정권, 전교조 초토화後 성과 뭐있나 공직자는 능력도 윤리...정책검증 하자

최교진 교육부장관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장관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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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얀 빅토르스의 ‘시장 한복판의 디오게네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얀 빅토르스의 ‘시장 한복판의 디오게네스’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했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는 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녔다. 그 이유를 묻자 “윤리가 있는 인재를 찾는다”고 했다. 당시 인재가 없음을 은유적으로 탄식한 것이다.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의 낙마 탓에 정부 출범한 지 100일이 다가오지만, 교육부 장관 자리는 공백 상태이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교육 수장을 다시 한번 지명해야 했던 이재명 대통령과 한 번 더 후보자 검증에 나서야 하는 국회의원들 모두 등불 든 디오게네스의 심정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달 2일 청문회를 앞둔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와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는 첫 교사 출신 교육부 장관을 기다렸던 교육계 다수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었다.

‘전교조 공화국’ 이라니...색안경 쓴 ‘이념몰이’

야당 의원으로서, 장관의 인사 검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의 장기 공백을 감수하고, 첫 교사 출신 교육부 장관의 기대를 접기에는 국민의힘 주장은 새것같이 날 선 잣대가 아니라 이미 녹이 슨 무딘 잣대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은 최 후보자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이라는 것을 지적하며,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전교조 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사퇴 요구의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전교조 공화국’이 무엇인지는 설명조차 없다. 그저 과거에 전교조를 악마화했던 낡은 색안경을 쓰고 ‘이념몰이’, ‘낙인찍기’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이었던 정성국 의원도 있었다. 정 의원은 한국교총 회장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24년 1월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인재영입 1호’로 발탁된 인물이다. 그리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인재 영입으로 국회(에) 진출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출신 인사다.

한국교총 그리고 교사노조연맹 출신 인사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인재 영입’이고, 전교조 출신 인사가 교육부 장관이 되는 것은 ‘자진 사퇴’의 근거가 된다는 주장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색깔론’에 기댄 형평성도, 합리성도 없는 주장이다.

남북 화해와 협력 위한 합법적 방북이 왜 트집거리?

게다가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사와의 간담회에서 교사노조연맹과 한국교총만 초대하고, 전교조는 배제하는 식으로 장관 재임 동안 전교조를 홀대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원에도 전교조는 끝내 참여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홀대와 배제로 점철된 ‘전교조 초토화 공화국’은 정부 초기 ‘만 5세 입학 논란’을 시작으로 늘봄학교, 유보통합, 고교학점제, 2023 대입제도 개편, AI 디지털교과서, 사교육비 최고 경신 등 거의 모든 교육 분야에서 낙제점으로 평가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려하는 ‘전교조 공화국’이 이보다 한심할 것이라고는 상상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003~2011년 최 후보자의 17차례 방북 사실을 지적하며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당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수십 년간 막혀있던 남북 협력의 물꼬가 터졌을 때다.

최 후보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으로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해 북한을 다녀온 것이다. 몰래 간 것도 아니라,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고 합법적으로 다녀온 것이 왜 트집거리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약 20년 전 음주운전과 논문표절, 솔직한 사과 필요

그 외에도 SNS에서의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해 검찰 비난, 탄핵으로 물러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소적 표현, 천안함 사건의 음모론을 제기한 영화를 응원한 것 등은 정치적 진영에 따라 가십거리나 편향성 시비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 영역이지 장관 후보 사퇴의 근거가 될 성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약 20년 전의 일이지만, 음주운전과 논문표절 의혹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 때 소명하겠다”는 식으로 늦출 일은 아니다. 사실 그대로 투명하게 밝히고 사과할 것은 솔직히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직자에게 신념의 윤리 즉, “무엇이 옳다고 믿는가”, “무엇이 정의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질문의 잣대는 일반 국민이 함께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와 윤리이어야 한다. ‘반공’, ‘반전교조’ 등 진영과 이념에 따른 편향적 윤리이어서는 안 된다.

또한 공직자에게 신념의 윤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결과의 윤리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역량은 있는지”, “업무에 대한 이해도는 있는지” 등도 정책 검증을 통해 물어야 한다.

최 후보자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세종시교육감으로 재직하고 있다. 재직 기간 중 공과가 있겠지만 장애인 예술단 ‘어울림’ 창단, 동네 스포츠클럽 ‘동동동 프로젝트’, 저소득층 아이를 위한 방학 중 급식 등 검증 대상이 될 ‘최교진표 교육정책’이 수두룩하다.

공직자 ‘결과의 윤리’도 중요...정책 검증해야

청문회를 통해 이들 정책의 공과에 대한 검증은 물론,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국정 과제에 대한 최 후보자의 비전과 정책 구상을 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형평성 잃은 윤리적 문제 제기만으로 사퇴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도 청문회라는 과정을 통해서 유·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 부재를 드러냈고,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철회로 이어지지 않았는가.

디오게네스의 등불은 신념과 결과의 윤리 중 어느 곳을 비췄을지 알지 못한다. 다만 당시 그리스는 스파르타와 마케도니아와의 연이은 전쟁으로 극심하게 불안했던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 안정이 필요했던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 국민에게 정책의 성과를 보여줄 인재를 찾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디오게네스의 등불이 진짜 비춰야 할 곳은 구호나 말이 기록된 흔적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기록된 흔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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