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혜정
자유기고가
변혜정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일해 왔다. 사회경제적 요인과 주거환경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연구소 및 기업체에서 EHS 컨설팅 및 전략수립, 안전보건관리 업무 등을 수행했다. 사람이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존재양식에 관심이 많다. 책과 영화와 음악과 공연 등에 대한 경험은 언제든지 마다하지 않고 있으며 여기에서 받은 영감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을 통해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기를 늘 꿈꾸고 있다.
변혜정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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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아, 참으로 아름답구나
짙은 밤하늘에 하얀 눈이 나부끼던 1964년 겨울 어느 날. 일본 나가사키의 타치바나 야쿠자 조직 신년회 장소에서 이 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사차 들른 오사카 가부키 명문가의 2대손인 하나이 한지로는 이곳에서 열린 작은 가부키 공연을 보다가 온나카타 역( 일본 가부키에서 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 배우 )을 드물게 소화해내는 아이를 발견한다. 그 아이의 이름은 키쿠오. 아이러니하게도 야쿠자 보스의 아들이었다. 1년 후, 우여곡절 끝에 부모와 친척을 다 잃고 혈혈단신이 된 키쿠오를 한지로는 자신의 집에 받아들여 가부키를 가르치기로 한다. 한지로에겐 키쿠오와 동갑내기인 슌스케라는 아들이 있었기에 영 못마땅한 아내 사치코는 불만을 토로하지만 한지로는 아랑곳없이 밀어붙인다. 그날 본 키쿠오의 연기가 마음에 깊이 남아서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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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 모두의 김낙수 씨를 응원합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된 이 드라마를 나는 내내 외면했다. 제목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조여 오는 듯한 심정 때문에 안 보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에 가깝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뒤늦게 쳐다볼 마음이 생겼다. 그렇다고 신나게 내리 보는 건 역시나 어려웠다. 중간 중간 마음이 아파 잠시 끊었다가 다시 보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회사생활 25년차 김부장의 모습에서 나뿐만이 아니라 내가 만나왔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겹치면서 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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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해 제로’인 나라를 세우려면
대통령이 모든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최대한 빨리 직보하라고 강하게 나가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산업재해 감소에 직을 걸겠다고 했다.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의 산업재해 예방대책 수립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의 이런 방향은, 안전보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일단 “매우 고무적”으로 높게 평가한다. 이제까지 어느 정부가, 그것도 권력의 힘이 가장 크다는 정권 초기에, 일하면서 다치고 죽는 사람이 없도록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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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PC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2022년 10월 15일, 일하러 나갔던 한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재료를 혼합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교반기에 몸이 끼였다. 교반기에는 소스가 가득 차 있었고 발견 즉시 현장관리자에게 알렸으나 8분 뒤에야 119에 신고가 됐다. 기계 내부에 사람이 떨어져 들어가 있는데도 그 기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3년전 SPC 계열의 SPL 평택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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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 다 함께, 폭싹 속았수다!
세상이 어지러워서 좋은 드라마를 보고도 뭐 하나 감상을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눈물을 철철 흘리다가도 갑자기 분노가 치솟는 순간들이 이어졌으니 모처럼 마음에 포슬포슬 일어난 따뜻함이나 애잔함이 남아날 여력이 있었겠는가. 이제야 겨우 안정이 된 덕분에 글을 쓰게 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역시나 주변이 조용해야 뭔 일이든 하는 거다 싶다. <폭싹 속았수다>. 이 드라마에 대해선 수많은 글과 말들이 쏟아져 나와서 내가 이제야 또 하나 보태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꼭 쓰고 싶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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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추어리
따뜻하고 정의로운 리더役으로 빛났던 배우
미국 뉴웨이브 시네마 시대의 대표적인 배우이자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는 진 해크먼(Gene Hackman)이 지난 2월 26일 아내와 반려견과 함께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겐 어쩌면 낯선 이름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배우인지라 며칠이 지나도 그 먹먹함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특히 진 해크먼과 그의 연기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나는 솔직히 아직도 아연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