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허성원 신원특허법률 대표변리사
  • 법률
  • 입력 2023.11.30 14:32
  • 수정 2023.12.06 09:03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① 그들은 진짜 이타적인가?

[허성원의 생각하는 특허철학]
전기스포츠카 로드스터 소스 오픈 전격 선언
머스크에게 얼마나 중요한 차인데, 공개를?
특허와 오픈 소스 이해하면 머스크가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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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것, 이제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엘론 머스크가 며칠 전인 지난 11월 22일 자신의 X(전 트위터)에 이런 말을 올렸다. "오리지널 로드스터의 모든 설계 및 엔지니어링 정보를 오픈 소스로 완전히 공개합니다. 우리의 모든 것, 이제 여러분들의 것입니다(Whatever we have, you now have)." 테슬라의 가장 상징적인 제품인 로드스터의 모든 기술 정보를 공개한다는 말이다.

그 과감하고도 파격적인 결정과 행동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대단한 뉴스다. 그런데 업계나 언론의 반응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아마도 그들의 놀라운 공유와 개방 정책을 일찍이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오픈 소스 선언이 과연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어 테슬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대충 둘러보아도 오리지널 로드스터의 내부 작동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실질적인 정보가 잘 공개되어 있음을 인정해야했다. 일반적인 유지 보수에서부터 복잡한 수리까지 가능한 서비스 매뉴얼, 차량 설계의 공학적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부품 매뉴얼, 전체적인 작동 및 제어 회로도, 차량의 이론적인 작동 원리, 사용자 매뉴얼, 툴박스 정보 등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저항 없이 폭넓게 접근할 수 있었다.

정보 이용에 있어서의 주의사항도 언급하고 있다. 공개된 정보가 로드스터 애호가들을 위해 우호적인 취지로 제공된 것이란 점, 로드스터의 설계 단계에서 연구 및 개발을 위해 생성된 것이므로 제조나 유지보수용으로 쓸 수 없고 또 실제 생산 모델이나 판매 부품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 테슬라의 외부 인력의 창작에 기초한 권리가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 이 정보의 이용에 관한 모든 법률과 안전 프로토콜을 준수할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 등 일반적이지만 그렇다고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내용들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전기차 스포츠카 '로드스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전기차 스포츠카 '로드스터'

테슬라에게 로드스터의 의미는

테슬라의 여러 모델 중에서 왜 하필 로드스터를 공개했을까. 아마도 그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로드스터는 테슬라에게 뿐만아니라 전기 자동차 역사에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2003년에 설립된 테슬라 자동차(그 이듬해에 일론 머스크가 최대 주주로 합류)가 2008년에 최초로 대중 시장에 출시한 전기 스포츠카 전기차가 바로 '로드스터'이다. 당시 로드스터는 약 400㎞의 상당히 넉넉한 주행 거리에다 4초 이내에 100㎞/h까지 가속할 수 있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처음 내놓은 차량이 그것도 스포츠카가 내연기관 차량에 뒤지지 않는 성능으로 시장 안착에 성공하였고, 이 덕분에 테슬라는 모델S, 모델X, 모델3 등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자금, 인력 등 추진 동력을 수월하게 확보해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현재 테슬라는 시가총액은 약 1100조원으로 나스닥 7위에 올라 있다.

로드스터는 그 성능과 스타일에서 고성능 내연기관 자동차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세상에 전세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덤으로 '테슬라 자동차'라는 괴물 신인의 등장을 요란스레 알리면서 그 브랜드 파워까지 굳건히 자리잡게 해주었다.

게다가 일론 머스크가 기발한 이벤트를 벌여 로드스터의 이름을 또 한 번 세상의 주목 받도록 한 적도 있다. 2018년 2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는 화성 궤도를 향해 우주선 '팔콘 헤비'를 발사하였는데, 우주선 팔콘 헤비의 앞머리에는 빨간색 로드스터가 탑재되어 있었고, 로드스터의 운전석에는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 '스타맨'이 자리했다. 그렇게 하여 로드스터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를 비행하는 스포츠카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의 '오픈 소스 선언'을 통해, 로드스터는 그 모든 기술 정보가 메이커에 의해 적극적으로 오픈 소스로 공개된 역사상 최초의 차량이 되었다. 경쟁사의 제품을 분해하는 등 역추적하여 기술을 분석해내는 소위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는 불법이 아니기에, 산업현장에서는 널리 활용되어 세상 기술의 평탄화에 큰 기여를 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고, 그렇게 해서는 온전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하므로 항상 부정확과 불확실이라는 미흡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이커가 스스로 옷을 벗고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으니, 모르긴 해도 업계의 관련 엔지니어들은 지금 세상 곳곳에서 요란스런 기술 파티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특허는 이미 공개했었다

테슬라의 기술 공개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10년 전인 2014년 초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특허 공개를 선언했다. “우리가 보유한 모든 특허는 여러분들의 것입니다(All our patent are belong to you).” 당시 매우 충격적인 발표였다. 특허라는 것은 기술의 독점을 통한 시장 지배력을 보장하는 권리가 아닌가. 그런데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이 오랫동안 애써 모은 많은 특허의 권리 행사를 포기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후속 기업들의 추격을 효과적으로 따돌리면서 독야청청할 수 있는 그 절호의 무기를 스스로 포기한다니! 그것은 우리가 아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결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이런 멋진 말로 설명했다.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자. 배에는 몇 개의 구멍이 나있어 물을 퍼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양동이의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다. 이것으로 우리가 남들보다 물을 잘 퍼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양동이 디자인을 함께 써야 하지 않겠는가."

자동차 업계의 신생아에 불과한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기라성 같은 수많은 선배 기업들조차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지구의 기후 위기를 걱정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은 지구의 급격한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 차량을 조기에 종식하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확산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함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역설하며, 앞서 행동으로 솔선해 실천하려 하였다.

그것도 지구의 침몰을 구할 수 있는 좋은 '특허 양동이'들을 먼저 확보해두었으니, 그것들을 모든 인류가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그동안 화석연료 차량으로 자동차 시장을 쥐락펴락 지배력을 누려왔던 수많은 오랜 자동차 기업들의 떨떠름한 입장이 눈에 그려질 것이다.

지난 2018년 2월 일론 머스크는 빨란색 로드스터를 탑재한 채  스페이스X의 우주선 '팔콘 헤비'에 발사했다. 지구를 배경으로 마네킹 '스타맨'이 운전석에 앉아있는 로드스터.
지난 2018년 2월 일론 머스크는 빨란색 로드스터를 탑재한 채 스페이스X의 우주선 '팔콘 헤비'에 발사했다. 지구를 배경으로 마네킹 '스타맨'이 운전석에 앉아있는 로드스터.

특허 공개와 오픈 소스는 어떻게 다른가

10년 전의 특허 공개와 이번의 오픈 소스 선언은 어떻게 다를까? 이 둘은 타인에게 자신의 기술을 사용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특허'와 '기술 정보'라는 형태의 차이로 인해 그 법률적 의미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허는 기술의 배타적 독점권이다. 즉 특허 기술을 남들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이다. 권리가 미치는 범위가 논이나 밭의 영역을 정하는 지적도처럼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허권은 특정의 타겟에만 유효한 전쟁 무기와 같다. 그래서 특허를 공개하였다는 말은, 남들이 내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이용하였을 때 즉 특허권의 타겟에 들어왔을 때에도, 무기를 써서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특허 공개는, 주인이 있는 남의 밭에 주인이 정한 조건에 따라 주인의 묵인 하에 농사를 지어먹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특허는 '기술의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사상'은 개괄적인 기술 개념이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 정보는 특허에 충분히 개시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동원리, 제조 공정, 제어 방법 등과 같이 설계나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실질적인 기술은 특허 명세서에서는 대개 가려져 있다. ②에서 계속

※ 허성원 변리사는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로서 부산대학교에서 기계설계를 전공한 엔지니어이다. 동서양 고전을 깊이 읽고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특허전략, 리더십, 트렌드 등에 관한 다양한 칼럼을 즐겨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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