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믿어지지 않는다 해도 할 말은 없다. 우선, 이 모든 것이 선상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시작된다는 것부터가 비현실적이니까. 물론 연예인들이나 부자들이 강이나 바다에 호화 요트를 띄우고 노는 사진 같은 걸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조차 SNS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연출일 뿐 실제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문화는 아닐 거라고 여겨져 딱히 동경이 생기지도 않았다.그러니 내게 선상 파티 초대장이 왔을 때 그것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이벤트라고 여기기가 쉬웠겠는가 말이다. F.I.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 로고가 박힌
제이슨이 포장 음식이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식당을 나서는데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남자 둘이 흘끗거렸다. 누가 봐도 제이슨은 동네 사람 같지 않을 것이고, 식당 앞에 세워둔 제이슨의 고급 세단에는 뉴욕 번호판이 붙어있으니 양쪽을 번갈아 오가는 그들의 시선에 삐딱함이 묻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제이슨은 그런 눈빛을 잘 알고 있었다. 뉴햄프셔에 올 때를 제외하면 잊고 살긴 하지만 제이슨도 원래 이곳 사람이니까. 겉모습은 뉴요커라도 제이슨의 표피 아래에서는 여전히 촌동네 출신 남자의 혈액이 흐르고 있다.늪지대로 가는 길에는 낙엽이
이제는 know-how의 시대를 지나 know-where의 시대라 합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에 파묻혀 살다 보니 정작 알토란같은, 알밤같은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좀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정보들을 채굴했습니다. 때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것들도 있습니다. 기초적인 확인은 하겠습니다만 완전한 검증은 불가능합니다. 가급적 신뢰할 수 있는 내용들만 가려 싣습니다.혹 이 곳에서 실린 행사를 직접 경험하신 분들의 후기를 환영합니다.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옥석을 가릴 지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
이제는 know-how의 시대를 넘어 know-where의 시대라 합니다. 너무나 많은 정보에 파묻혀 살다 보니 정작 알토란같은, 알밤같은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좀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정보들을 채굴했습니다. 때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것들도 있습니다. 기초적인 확인은 하겠습니다만 완전한 검증은 불가능합니다. 가급적 신뢰할 수 있는 내용들만 가려 싣습니다.혹 이 곳에서 실린 행사를 직접 경험하신 분들의 후기를 환영합니다.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옥석을 가릴 지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
칼 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대체 누가 이 밤중에 장검을 휘두르는 것일까. 천장을 보며 시간을 거슬러 되짚어 보았다. 이 객잔을 발견한 건 두 시진 가까이 모래바람에 시달린 후였다. 길을 잃어 의도치 않게 사막으로 들어서게 되었고, 이후로는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만 맴도는 기분이었다. 사막에서 밤새 얼어 죽게 되려나 자포자기하는 심사가 되었을 무렵, 저 앞에서 희미한 불빛이 나타났다. 근경의 모래 언덕들 사이에서 비쳐오는 불빛이었다.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싶어 양가죽 주머니 속 마지막으로 남겨둔 몇 모금의 물을 말에게 먹여 기
야스미나는 숙소의 안뜰을 둘러봤다. 여기를 담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기둥과 벽을 아우르는 타일의 색 조합도 예쁘고, 회랑을 둘러친 아치의 디자인도 볼만했다. 하지만 이미 이런 건 많이 찍었다. 마라케시나 메크네스에서도 비슷한 건축물을 질리도록 보지 않았는가. 카사블랑카를 종착지로 놔둔 건 분량이 많이 나올만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예상외로 이 도시가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슬람 대도시 풍경 곳곳에 비집고 들어가 있는 기능적 신 건축물 같은 것들이 이상하게 신경을 건드렸다.그리고 그것은 야스미나가 극복하지 못
지난 회까지는 '음식이 어떻게 진화해왔나'에 관해 살펴봤다면, 이번 회는 에 관한 이야기다. 전자가 인문과학서라면 이번에는 실용서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는 워킹맘들과 혼밥족이 꼭 알아야 할, 알고 있으면 편하고 좋은, 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어떤 분야나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요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메커니즘만 이해하면 당신도 중급 수준 이상의 요리사가 될 수 있다.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실전 요리 비법이나 계절별 레시피, 일주일치 밑반찬을 초간단하게 만드는 법,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 선별법과
물건에 미련을 두지 말자주변에서 집을 어떻게 꾸미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나의 첫 번째 대답은 꾸미기 전에 일단은 필요없는 물건을 먼저 정리하라는 것이다. 처분할 것은 처분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그게 되지 않으면 좋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먹는 마음이지만, 물건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마음을 비우면 우리의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집안도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애고 비워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특별히 꾸미려 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한번 비워보면 좋은 길이 보인다
중국의 동북공정중국은 지난 2002년부터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동북 공정'이란 중국의 동북 3성지역(헤이룽장 성, 지린 성, 랴오닝 성)의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연구 작업이다. 문제는 동북 공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고구려를 비롯해서 고조선, 발해의 역사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현재 중국에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탈바꿈될 우려가 크다. 과거 고구려는 시대에 따라 뺏고 빼앗기면서 동북 3성 지역을 영토화했다. 어쩌다보
은하수와 폭포. 사람들은 이걸 보러 우리 마을에 온다. 마을에 활기가 생긴 건 근래의 일이긴 해도 말이다. 사실 우리 마을은 인구가 워낙에 적고, 전에는 방문자들도 다 내국인이었다. 마을로 외국인 여행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 새의 일이다. 아무리 절경이라지만 이 외진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음, 그러니까, 먼 길 떠나길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몇 년 전에 있었던 그 일의 여파가 크기는 했었다. 온갖 장비를 대동한 미국인들이 이 일대에 와서 영화 촬영을 한 이후로 우리 마을까지 외지인들이
들어가기 전에지금부터 약 3~4만 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마침내 현생 인류가 등장했다. 그들은 불과 도구를 사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추운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기란 수월치 않았다. 밤에는 동굴에서 불을 피워 추위를 녹였다. 낮에는 짐승을 사냥하거나 물고기를 잡았다. 당연히 날(生)로 먹었다. 그러다 보니 디스토마 등 각종 병원균에 감염되어 병들거나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먹어야 사니까.그들은 우연히 어쩌다가 불에 고기를 구우면 더 맛있어지고 병에도 자유로워짐을
인테리어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댁과 8년 동거를 마치고 우리 가족이 독립하게 될 때, 들어갈 새집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이삿짐은 외부 창고에 한달여동안 맡겼다. 모든 공사가 끝나고 입주하려 준비하던 날, 카페(소호 앤 노호)를 운영하던 필자는 요리 잡지인 쿠켄의 대표와 첫 대면하고 있었다. 한참 미팅 중이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창고에 불이 나 세간이 다 탔다하네. 거기로 갈테니 같이 가서 보자.”다 타버렸다니 놀랍기는 했지만, 남편이 오는 동안 진행하던 미팅을 계속했다. 그때 같이 미팅을 하던 잡지사 대표
홧김에 나왔으나 딱히 갈 곳은 없었다. 건물 앞에 선 기철은 골목길을 흘끔거렸다. 주거지와 상업지가 주먹구구로 뒤섞인 일대가 하루를 마감 중이었다. 옷가게들은 문을 닫고 있었고, 건너편 카페도 곧 불이 꺼질 터였다. 기철은 큰길 쪽으로 휘적휘적 걸었다. 좀 참을 걸 그랬나 후회도 되었지만 이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따라 찬성의 성질머리를 받아주기 버거웠다. 배우의 매니저란 때로 상대의 응석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요즘 들어 그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었다.찬성이 이번 공연에서 맡은 역할은 극도로 예민
가족들의 쉼과 대화, 소파와 테이블 배치가 좌우한다거실의 역할과 배치에서 소파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인테리어가 끝나고 가구 배치를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이 되는 것은 소파와 주변가구를 고르는 일 일 것이다. 소파 뿐 아니라 작은 소가구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색상을 정하는데 따라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기기 때문이다.나는 우선 거실 가구는 이태리 디자이너인 파올라 나보네(Paola Navone)의 배치 방법이 좋다. 이태리 가구 브랜드 '제르바소니(GERVASONI)'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파올라 나보네는 건축가이자
올케들이 그림을 욕심내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투자 가치가 있는 그림이었다면 큰 올케언니가 탐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얄팍한 안목이긴 해도 분야를 막론하고 돈이 될 것 같은 상업적 흐름은 잘 감지해내는 사람이라서 그림에서 비전을 보았을 시 순순히 내게 넘겼을 리가 없다. 이 그림에서는 돈 냄새를 못 맡은 거지. 자칭타칭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버린 작은 올케언니는 말할 것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곤도 마리에를 표방하고 있는 작은 올케가, 좋게 말해 고풍스럽고 한 끗 차이로 구닥다리이기도 한 이 그림을 면벽 수행에나 딱 좋을 자
집은 가족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 집을 꾸밀 때는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고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꾸며야 한다. 그중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곳인 거실을 어떻게 활용해야 우리 가족들이 자주 머물고 요긴하게 쓸지를 여러모로 생각해봐야 한다. 거실 인테리어는 그래서 중요하다.시댁과의 8년 동거를 마치고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우리 가족은 성남시 분당에 28평의 아파트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시 이 집을 놓고 우리 부부 둘이 살던 신혼 때와는 사뭇 다른 거실을 구상했다. 텔레비전을 없애라부모님들과 함께 3대가 살 때는 집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소예타?”모한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물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또 식사 중에 정신을 놓고 있었던 거다. 그 영상을 본 이후로 빈번하게 생기는 일이었다. 모한이 다른 음식을 시켜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음식이 앞에 있어도 별로 당기지 않을 것 같았다. 모한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잔을 들어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고 피자를 베어 물었다. 다시 그 영상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도 그 국수를 먹을 때 맥주를 마셨다. 그 맥주와 이 맥주는 같은 맛이 날까?
아빠, 엄마 팬티를 왜 봐야해? 새로 큰 아파트를 장만해서 이사를 한 후배의 집에 갔다. 마침 후배 부부는 나에게 새로 이사한 집의 가구와 그 외 필요한 것들을 골라달라고 요청해 왔기 때문에 이 곳 저곳을 둘러보던 중 그집 큰 아들의 방에 들어갔다. 방 베란다에 천정에서부터 내려오는 빨래건조대가 보이길래 다른 쪽 베란다로 옮기도록 권했다. 아파트가 꽤 컸기 때문에 옮길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있었다.“왜요?”라고 후배는 물어왔고, “왜 아들이 매일매일 아빠, 엄마의 팬티 널어놓은 걸 봐야 해? 파란 하늘을 바라보게 해 주자”라고 필
쉬어가기 좋은 곳이지요? 한동안 찾아와 앉는 사람이 없었던 탓에 귀퉁이에 이끼는 좀 끼었지만 말이에요. 말이 나왔으니 밝혀두는데, 사실 이건 무척 공들인 비석이랍니다. 앨리나가 루이지애나 최고의 석공을 찾아가 주문한 것이니까요. 화려하고, 편안하고,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의자 형태로 만들어달라고 했다지요. 그때만 해도 앨리나는 평생 나를 잊지 못할 거라고 여긴 모양이에요. 비석 하나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다니요. 결과적으로 나쁠 건 없었어요. 세실도 여기서 만났으니까요.내 묘지를 찾아오는 앨리나의 발걸음이 점차 뜸해지다가,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