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김정민 변호사
  • 과학
  • 입력 2024.03.26 11:28
  • 수정 2024.04.01 08:37

애플이 전기차 포기한 '가짜' 이유와 '진짜' 이유

[김정민의 친절한 IT이야기]
가짜이유 4가지, 진짜이유 4가지
진짜이유는 자율주행 아닌 아닌 AGI 때문
AGI 준비 안된 애플, 테슬라 움직임에 당황
AI인력, 온디바이스AI와 AGI로 전환할 듯
그 다음에 다시 애플은 전기차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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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애플이 전기차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처음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후 애플의 주가는 내리막이다. 애플의 전기차 사업 포기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있었고, 긍정과 부정 평가가 엇갈린다. 이 소식을 처음 보도한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성장동력을 없앤 것"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내면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이 없다면, 앞으로 전기차 업계 및 AI 등 글로벌 IT 산업의 중심은 어디로 이동할까. 

전기차, 애플의 성장잠재력 가장 큰 분야인데

일부 언론은 전기차 포기로 애플의 성장잠재력의 한 축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산업이 심한 경쟁과 박한 이윤(마진율)을 보이기는 하지만, 성장 잠재력 차원에서 애플이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애플이 10년 동안 '타이탄 프로젝트'로 알려진 전기차 개발을 해왔던 이유는 사람들이 항상 함께하는 기기(디바이스, Device)가 스마트폰과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미국 비지니스 세계에서 1990년대 말까지는 미디어 전쟁이 펼쳐졌다. 매스미디어라고 불리던 TV와 방송, 신문이 사람들 곁에 있었고, 이를 장악하면 뭐든 장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고, 다음은 자동차가 될 것이다. 애플은 이미 스마트폰을 장악하고 있으니, 자동차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사람들 삶의 대부분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은 지금 우리의 삶 자체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밥먹을 때도, 일하는 중간에도 심지어 연인들이 데이트하는 중간에도 스마트폰은 우리와 함께한다. 운전하면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동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반면 현재 자동차는 이동수단의 의미가 더 크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운전으로부터 해방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자동차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이런 변화에 가장 앞선 회사가 테슬라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테슬라의 1단계 목표일 뿐, 근본적인 변화는 자율주행의 완성이 불러올 것이다.

애플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애플은 스마트폰 기기를 장악한 후 모바일 OS와 앱 생태계를 장악하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분야에서 엄청난 수익을 남기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 OS는 장악했지만, 결국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는 장악하지 못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넘어서 전기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장악하려고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글로벌 IT 공룡들과 중국의 전기차 회사들이 자동차 하드웨어와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에 사활을 건 전쟁을 하는 이유다.

맥루머스가 예상한 ‘애플카’ 상상도.
맥루머스가 예상한 ‘애플카’ 상상도.

'타이탄 프로젝트' 초기 애플의 생각은

애플의 자동차 분야 진출은 첨단 AI기술에 대한 도전이었다. 애플은 처음 시작부터 완전자율 주행 전기차를 목표로 강력한 AI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었다.

2017년 9월, 타이탄 프로젝트팀의 엔지니어들이 애플카 연구에서 가장 고려하는 사항을 공개했는데, ▲소음 없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도어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내부 디자인 ▲VR, AR이 가능한 내부 디스플레이 ▲좌회전, 우회전이 아닌 차량자체가 좌우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한 ‘구’ 형태의 타이어 등이다.

이처럼 애초부터 애플은 자율주행 전기차와 그 안의 엔터테인먼트를 목표로 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비전프로와 같은 기기와의 연동도 고려했었다. 특히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Drive AI'를 인수하면서, 애플이 단순히 전기차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21년 애플 CEO 팀 쿡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카에 대해서 처음으로 공식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자율주행은 로봇이며, 자율주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애플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좋아하고, 이들의 접점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 사이의 핵심 기술을 소유하는 것도 애플이 좋아하는 일이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애플은 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추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장악하고 그 사이에서 앱스토어와 같은 서비스를 독점하는 상황을 그렸던 것이다.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꿈을 현실화하고 있는 사이에 테슬라는 예상보다 앞서 나갔다.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를 2018년에 출시하여 2020년에는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때부터 애플카의 출시 시기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 애플의 조급함이 밖으로 드러났고, 내부에서는 '전기차 회의론'이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신제품 전략의 변화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를 출시하며 시장 선도기업의 이미지가 강했던 애플은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팀 쿡의 리더십이라고 포장하기도 하지만, 혁신을 선도하는 이미지는 많이 퇴색된지 오래다.

애플의 신제품 출시 전략은 선도자(First Mover)에서 모방자(Fast Follower)로 바뀌었다. 삼성이나 중국기업, META 등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이 무르익으면, 애플 만의 예쁜 디자인의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최근 전략이다. VR기기인 비전프로는 경쟁상품보다 5년이나 늦게 출시되었고, 아직도 폴더블 스마트폰은 출시하지 않고 있다.

애플은 이 전략을 애플카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려 했을 것이다. 또한 애플은 디자인상 멋진 제품, 편리한 UI/UX를 무기로 경쟁사보다 20~30% 비싸게 판매한다는 고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통해 대량생산해 생산 가격은 낮추고, 소비자 가격은 높여 높은 마진율을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아이폰의 마진율은 30~40%라고 알려져 있다. 제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마진율이다. 현대자동차의 마진율이 10% 내외인 것과 대비된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가짜'이유

지난달 애플의 전기차 사업 포기 소식이 알려진 이후,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의 추측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가짜도 있고 진짜도 있는데, 4가지 정도의 이유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기술적 어려움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과, 자동차를 양산하는 것과 아이폰을 양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이유다. 필자는 전자의 이유는 동의하지만 후자의 이유에는 동의할 수 없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나 기아도 전기차 양산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는 더 많은 회사들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공장인 폭스콘과 유사한 역할을 할 회사를 찾으면 그만이다. 현대, 기아는 애플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애플의 제안을 받아들일 중국업체를 찾으면 된다.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BYD의 가격경쟁, 치킨게임이 시작되었고, 곧 낙오되는 업체가 나올텐데, 애플은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둘째, 시장 경쟁 심화다. 테슬라, BYD 등 경쟁사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따라 아무리 애플카라고 하더라고 고가 전략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이다. 필자는 여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하고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를 돌아보면,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지 않았고 아이폰의 가격이 특별히 비싸지 않았다. 처음에는 테슬라와 비슷한 가격대의 애플카를 출시해 가격경쟁을 하며 자리를 잡고, 이후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고가전략을 취하면서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는 전략을 취하면 된다. 애플은 이런 식의 시장 장악에 도가 튼 회사다. 

셋째, 수익성의 문제이다. 전기차 산업은 초기의 높은 투자 비용에 비해 낮은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애플의 고가 전략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애플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진율을 가져가는 회사이긴 하지만, 처음 출시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중점에 두는 회사는 아니다. 초기 시장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중에서 하나에서만 수익을 내어도 상관없다. 적은 수익 대신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자사의 기기들이 시장에 깔린 후 승부를 보는 것이 애플이다.

넷째, 애플의 전략 변화이다. 애플은 서비스 사업, AI 등 다른 사업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애플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이유이다. 필자는 최근 애플 내부에 전략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애플카 사업을 영구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들 4가지의 이유는 모두 '가짜'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전략의 변화로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 인력 1000여 명을 다른 AI 연구개발에 투입할 것이라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AI 개발의 세세한 내용을 알게 되면, AI 인력 조정이 애플카의 포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미 애플은 2000명 이상의 AI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기계 학습, 로봇공학, 음성 인식 등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 애플의 기존 AI 연구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기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애플의 기존 AI 연구와 전기차 기반의 AI 연구는 상당 부분 겹치고, 원천기술 부분은 거의 동일하다. 구체적인 서비스가 만들어지려면 세세한 부분이 다를 수 있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는 않다. 그리고 AI 연구개발과 구체적인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 핵심은 데이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애플의 팀 쿡 CEO. 그는 일단 AGI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한 후, 그 다음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는지 모른다. 사진=연합뉴스
애플의 팀 쿡 CEO. 그는 일단 AGI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한 후, 그 다음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는지 모른다. 사진=연합뉴스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진짜' 이유

가짜 이유가 아니라 총 4가지 정도의 진짜 이유가 있는데, 이는 애플이 전기차 사업을 포기한 이유가 아니라, '일시 정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첫째, AI 인력수급 문제이다. 타이탄팀 인력이 1000명 정도인데, 1년에 1조원 정도의 인건비(기타 부대비용 포함)가 들어갔고, 10년 동안 운영했다면 10조원 정도 소요됐을 것이다. 애플의 1년 순이익이 1000억 달러(한화 130조원)정도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치다. 다만, 2023년 하반기부터 애플의 AI분야 채용 공고가 늘어났다. OpenAI의 챗GPT 열기가 지속되고, 2023년 11월에는 일론 머스크가 xAI를 창립하면서 AI 인력 쟁탈전이 치열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천하의 애플도 경쟁력 있는 채용조건을 제시해 신규인력을 뽑을 수 없었고, 타이탄 프로젝트 인력을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둘째, 자동차 산업은 수직 계열화가 필수적이다. 현대차 그룹은 철강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알루미늄합금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를 자체생산한다. 테슬라가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마진율이 높았던 이유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모든 부품과 생산, 조립을 아웃소싱해야 하기 때문에 마진율을 높게 가져가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배터리 수급은 전기차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핵심인데, 배터리 수급에서 자유로운 전기차 회사는 BYD와 테슬라 밖에 없다. 애플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5위 이내의 배터리 회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지만, 현재까지 배터리 생산 회사의 콧대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 쉽지가 않다.

셋째, 자율주행이라는 AI기술의 핵심 재료는 자동차 운행 데이터다. 테슬라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모델3를 생산하여 7년 가까이 전세계 도로를 누비고 있다. 구글 웨이모, GM 크루즈도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데, 애플은 주행데이터가 거의 없다. 주행데이터를 사오면 되지 않나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팔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구할 길이 막막하다.

넷째, AGI(범용인공지능)의 출현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 포기라는 급진적인 결정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AGI의 완성이 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애플도 AI 연구를 계속해왔지만, AGI 관련된 특별한 성과를 내놓은 것은 없다. 애플은 신사업 분야에서 특허를 많이 확보하기로 유명한 회사인데,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으로 AGI에 밀접한 특허는 IBM, 구글, MS가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애플 입장에서 지금 가장 급한 것이 AGI 개발이다. 테슬라는 애플이 하지 못하는 2가지 분야에서 치고 나가고 있는데, 하나가 자율주행 전기차이고, 다른 하나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들이 머지않아 테슬라가 애플을 뛰어넘어 전세계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분간 애플은 AGI 개발과 완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온디바이스(On-Device) AGI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전문가들 다수는 AGI의 완성에 10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속도, 생성형 AI와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늦어도 2030년이면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2030년이면 완전자율주행(5단계)은 아직 실현이 덜 된 상태일 수도 있다. 이것이 애플의 전략적인 선택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완전자율주행차는 완성이 어렵지만, AGI의 완성은 가깝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는 온디바이스 AI와 AGI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AGI가 완성되면 자율주행 기술도 거의 완성단계에 있을 것이다. 이때가 되면 애플카는 다시 돌아 올 것이다. APPLE CAR WILL BE BACK!!

※ 김정민 변호사 겸 (주)위츠 대표이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후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경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간사, (사)한중법학회 이사, 한국NFT학회 이사,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 자문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라이선스 간편거래 플랫폼 위츠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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